살다보면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살다보면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 서승범 차장|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12.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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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탄금호에서 트레일러 캠핑을

지난호 영종도에서 맞은 바닷바람이 좀 드셌던 모양이다. 겨울바다를 보러 가려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조금 차분한 곳으로 가자. 어떤 트레일러를 소개할까 고민하던 차에 CCK 김경 대표와 연락이 닿았다. CCK는 카라반 클럽 코리아를 뜻한다. CCK는 여러 브랜드의 트레일러를 취급한다. 이번에 만난 트레일러는 독일 트레일러 브랜드 데스렙스(DETHLEFFS)다. 모델은 캠퍼, 520 RET다. 브랜드와 모델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뒤에 하기로.

이번 여행에는 동행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남의 여행에 우리가 동행하는 거다. 김영식 선생님. 여기서 선생님은 연장자에 대한 예우만은 아니다. 그는 현재 충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청소년 이사로 활동하면서 히말라야 오지탐사대를 몇 년째 진행하고 있는 산악인이자 카약을 즐기는 카약커이자 트레일러를 즐기는 알브이어(RVer)다. 알브이어로서 즐기는 트레일러가 데스렙스의 캠퍼다. 김영식 선생님의 캠퍼는 우리나라 첫 캠퍼 모델이자 데스렙스 국내 런칭 1호차이기도 하다. CCK 김경 대표와 나눈 오랜 인연 덕이다. 김영식 선생님과 김경 대표를 만난 건 탄금호 어디쯤이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옆으로 지나는 어느 너른 공터였다. 비는 간간히 흩뿌렸지만 바람은 잔잔해졌다.

퇴근길에 맛보는 한 시간의 일탈
“살다보니까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아니, 필요해요. 제게는 트레일러가 그런 곳이에요. 몇 해 전에 많이 아팠어요. 치료한 후에 그걸 절실히 느꼈죠. 맑은 공기가 있는 자연에서라면 더욱 좋겠단 생각을 했고, 트레일러를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의외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퇴직한 노부부가 트레일러로 장기 여행을 떠난다고 들었다.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몇 박의 여행길에 편안한 나만의 잠자리와 생활공간을 누리기 위해 트레일러를 마련하는 것 아니었던가. 김영식 선생님이 원했던 ‘나만의 시간과 공간’은 그리 거창한 의미가 아니었다. 일반 직장인들보다 조금 이른 교사의 퇴근 시간을 활용해 학교와 집을 잇는 동선에 트레일러를 살짝 추가한 것뿐이다. 퇴근길에 트레일러에 잠깐 들러 커피 한 잔 하면서 책 몇 페이지라도 읽으면 그 한 시간의 자잘한 일탈 덕에 일상이 다르게 다가온다는 게 김영식 선생님의 말이다.

왼쪽 페이지 사진은 김영식 선생님이 트레일러 안에서 책을 보는 모습이다. 연출한 사진이지만 카메라가 없는 평소였다면 좀더 편안한 자세로 책을 보았으리라. 손에 쥔 책은 <등산>이다. 대한산악연맹 청소년이사답게 트레일러 안에 두고 수시로 본다. 촬영이 끝나고 맥주 몇 캔 사이에 두고 김영식 선생님, 김경 대표와 취재차 합류한 기자 두 명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아웃도어 좋아하는 아재 네 명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했겠는가. 뻔한, 가슴 설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트레일러에서 편하게 쉬라며 김영식 선생님과 김경 대표가 자리를 떴다. 탄금호 아침 풍경이 괜찮으니 이튿날 아침 일찍 카약을 타기로 하고서 말이다. 그는 늘 타던 곳에서 늘 타던 카약으로 늘 보지만 볼 때마다 다른 풍경 속으로 패들링을 해 나아갔다. 평소와 달랐던 건 촬영 때문에 충분하지 못했던 시간 뿐이었다. 그게 오른쪽 페이지의 사진이다. 이른 새벽에 와서 한두 시간씩 탄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전날 밤 이야기에 그런 얘기도 있었다. 충주호와 탄금호는 겨울에도 얼지 않으니 마감 치고 카약이든 카누든 타고 캠핑 한 번 하자는.

트레일러 라이프
이튿날 아침 카약을 타고 나왔더니 김영식 선생님의 후배 한 분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윤구. 사전에 취재를 위해 연락을 드렸을 때 같이 트레일러 캠핑을 하기로 했다. 이윤구 씨 역시 데스랩스 트레일러를 애용하고 있다. 굳이 애용이라 한 이유는 단순히 여행의 수단을 넘어 일상 깊숙하게 트레일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집을 짓는 목수다. 전국 방방곡곡의 공사 현장 주변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여관 생활이 길었다. 내 집 같지 않은 여관살이를 끝낸 건 트레일러였다. 마침 시간이 나 충주에 머물고 있어 함께 하려 했지만 전날 일이 늦게 끝나 아침에 잠깐 합류한 참이었다. 김경 대표가 비운 자리를 이윤구 씨가 메워 다시 네 명이 트레일러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비싼 트레일러를 사서 잠깐씩만 이용한다고? 물론 그렇진 않단다. 가족과 함께 불쑥 떠나는 여행에도 데스렙스의 트레일러는 항상 동행한다. 바다나 보러 갈까? 금요일 오후에 가족이 의기투합하면 쌀과 반찬 챙겨 출발한다. 동해까지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인적 드문 바닷가 주차장에 트레일러를 대고 차로 주변을 둘러본다. 저녁은 집밥 모드로 간단히 넘기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다. 이른 새벽 산책으로 시작되는 주말 아침. 하루 종일 여행지와 맛집을 순례하고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집을 향해 출발. 점심 전에 도착하면 일요일 오후의 나른한 휴식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잡으면 버릴 것 없는 소처럼, 김영식 선생님은 트레일러를 일상과 일탈에 모두 활용하고 있었다. 마치 ‘트레일러란 이렇게 쓰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데스랩스(DETHLEFFS) 캠퍼 520 RET…일품의 개방감과 담백함
널찍한 실내와 담백한 디자인이 캠퍼 520 RET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침대가 분리된 구조가 인상적이다. 캠퍼 520 RET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느껴진 건 넓은 개방감이었다. 커다란 창문이 주는 개방감이 아니라 실내 공간을 구조적으로 쪼개지 않은 데서 오는 개방감이었다. 우선 소파가 위치한 앞쪽부터 침대가 있는 후미와 침대 너머에 있는 화장실까지 막힘이 없다. 취향에 따라 공간을 쪼개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침실 공간을 분리하고 싶다면 침실과 거실 사이에 있는 블라인드를 치면 분절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 화장실 역시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문을 열면 샤워실 겸 화장실이 위치한 측면은 잘 보이지 않고 정면의 수납공간만 보이기 때문에 답답하지도 않고 지저분하지도 않다. 중앙의 가구들 역시 조금 높이가 낮은 편이어서 개방감에 한몫하는 듯하다.

“딱 봤을 때 실내가 탁 트인 느낌이어서 좋았고요, 디자인이 담백해서 더 좋았습니다. 조명도 굉장히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저는 침대가 분리식이어서 더 좋았는데 아이가 어려 부모와 함께 자야하는 가족이라면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사용자인 김영식 선생님의 전반적인 평가다. 그의 말대로 실내 디자인은 무척이나 담백하다. 미색에 가까운 흰색과 나무색이 인테리어의 기본 색상을 이루고, 소파 등반이에 파스텔톤의 녹색과 시트에 짙은 갈색이 적용되어 약간의 변화를 추구했는데 튀지 않고 편안하게 묻힌다. 트레일러 상단은 대부분 수납공간으로 채워지는데, 캠퍼 520 RET의 수납공간을 전체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일해 담백한 디자인에 일조한다.

▲ 중앙의 타이어를 기준으로 출입구가 앞쪽에 있다. 주방이 타이어와 출입구 사이에 있고, 주방을 기준으로 앞쪽이 거실, 뒤쪽이 침실이다. 화장실은 침실 뒤에 있다. 실내도 그렇지만 외관도 군더더기가 없이 단정하다.

데스랩스는 아직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다.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던 브랜드인데, 독일 하이머 그룹에 속한 카라반 브랜드 중 중고급 라인에 속한다. C’GO부터 익스클루시브까지 6개의 라인업이 있고 그중 중급 라인인 캠퍼에는 390FS부터 740RFK까지 16개의 모델이 있다. 520 RET는 이중에서 중급에 속한다. 우리나라에는 카라반클럽코리아가 전개한다. 소비자가격은 부가가치세 포함해서 4,300만 원이다.

▲ 침대 반대편에 위치한 소파. 등받이의 연두색과 시트의 짙은 갈색이 편안하다. 위쪽의 수납공간은 침대 쪽 수납공간과 디자인이 같이 담백하게 다가온다. 양옆의 창문뿐 아니라 정면 유리창도 개방할 수 있다.
▲ 트레일러의 공간은 침실, 거실, 주방, 화장실로 나뉜다. 캠퍼 520 RET의 주방은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3구 가스레인지는 덮개가 2개로 구성되어 있어 쓰지 않는 오덕은 덮을 수 있어 관리가 쉽다. 아래는 냉장고와 수납장.

▲ 히터는 알데의 제품을 사용했다. 알데는 1966년에 중앙 난방 시스템을 개발한 스웨덴의 브랜드다. 뜨거운 바람을 내보내는 히터 방식이 아니라 카라반 벽체에 라디에이터를 넣어 온수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 트레일러 댈 자리를 잡으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네 모퉁이의 아웃트리거를 내리는 일이다. CCK 김경 대표가 개발한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에서 아웃트리거를 조작할 수 있다. 4개를 한꺼번에 내리면 30초만에 끝난다.

*트레일러 협조 카라반클럽코리아 www.caravanclub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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