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 아파서 ‘쩌리’ 되다
졸리, 아파서 ‘쩌리’ 되다
  • 류정민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1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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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캠핑

날이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성큼 들어섰다. 졸리도 밖에만 나가면 부들부들 떠는 계절이 왔다.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들은 추위를 덜 타지만 졸리 같은 단모 닥스훈트나 털이 짧은 강아지들은 사람처럼 추위를 탄다. 심지어 류졸리는 콧물도 흘린다는 사실. 그래서 이번엔 글램핑을 해보기로 했다. 글램핑은 졸리도 처음이지만 나도 처음이라 설렜다. 텐트와 각종 식기도구를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니, 몸도 편하고 마음도 날아갈 듯 가뿐하다. 원래는 침구류도 제공해주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개인 침낭은 챙겨 와야 한단다. 침낭쯤이야 뭐, 깃털처럼 가벼이 들고 갈 수 있지.

가평 시내에서 현우 씨를 만나 점심을 먹고 캠핑장으로 향했다. 현우 씨는 시리를 두고 새로운 친구 ‘차로’와 함께 왔다. 꺄~ 안녕! 매력 넘치는 차로에게 사진기자도 나도, 모두가 푹 빠져 눈을 못 뗐다. 차로는 ‘스페니쉬 갈고’ 종으로 스페인산 그레이하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목도 다리도 길쭉길쭉해서 한 마리의 사슴을 보는 것 같았다. 눈망울도 어찌나 크고 맑은지. 지난달에 함께 캠핑 갔던 시리랑은 다른 매력을 가진 친구였다. 이렇게 기품 있는 아이가 자기 몸집보다 큰 멧돼지나 여우를 사냥하는 사냥개라니. 가을과 어울리는 털을 가진 차로를 쓰담쓰담하니 촉감이 졸리와 똑같다. 차로도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이 오기 전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단모 강아지들은 대부분 비슷한가보다. 차로만 예뻐한다고 혼자 으르렁 컹컹 짖고 있는 류졸리. 차로랑은 잘 지내보자.

따뜻한 캠핑, 글램핑!
가평을 달려가는 내내 산이 울긋불긋 요동친다. 산 아래 위치한 ‘하늘 숲 글램핑 파크’에도 단풍이 가득하다. 텐트 위에도, 바닥에도, 빨갛고 노란 잎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도착하자마자 졸리와 차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 캠핑장 뒤는 산이고, 앞엔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물이 얕아서 강아지들이 첨벙첨벙 풀숲으로 들어가니 차로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라 그런지 자꾸 나가고 싶어 한다. 반면에 졸리는 요리조리 킁킁대며 점점 더 깊숙하게 들어가더니 결국 물에도 슬쩍 발을 담가본다. 다리가 짧아 슬픈 닥스훈트 졸리야, 너는 발만 담갔을 뿐이지만 저절로 배도 흠뻑 젖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물론 새로 사 입은 꼬까옷도 배 부분만 홀딱 다 젖었다. 겨울맞이 극세사 옷을 사서 입혀놨는데, 해가 떨어지자 차로도 극세사 옷을 꺼내 입는다. 사람 상의가 꼭 맞춤옷마냥 딱이다. 잠옷을 입고 얌전히 앉아 있는 차로의 모습이 마치 요조숙녀 같다. 산책 다녀와서 배고픈 아이들에게도 저녁을 먹이고 온기 가득한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설동을 파고 추운 걸 온 몸 가득 느끼며 하는 캠핑이 더 재밌긴 하지만, 말 못하는 강아지들에게 추위와의 싸움을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차로는 자기만의 러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기자의 침낭 위를 곱게 다지더니 한참 그 위에 올라가 있다. 짜식. 너도 비싼 걸 아는구나?

따뜻한 공간에서 겨울 침낭을 덮고 자다보니 더워서 여러 번 깼다. 차로가 일어나서 움직일 때마다 놀라서 또 깼다. 산만한 아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졸리도 잠에서 덜 깬 채로 엄청 짖어댄다. 텐트에 비치는 차로 그림자에 깜짝 놀랐나보다. 마찬가지로 글램핑이 처음이라는 현우 씨는 “요 며칠 일 때문에 잠을 못 잤는데 오랜만에 뜨겁게 몸 지지며 푹 잤네요”라며 군대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같다고 했다. 하하. 사진기자는 역시 다르다. 눈 뜨자마자 나와서 날씨부터 확인한다. 해가 반짝 떠오른 쨍쨍한 아침을 원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구름이 가득하고 산안개가 산을 뒤덮고 있다. 사이트 정리를 안 해도 되니 아침이 꽤 여유롭다. 졸리와 차로를 데리고 주변 들판으로 나갔다. 어제는 캠핑장을 어색해하던 차로도 금세 적응해서 졸리랑 같이 수풀 속을 해치고 다니는 통에 강아지를 잡고 있던 우리가 끌려다녔다.

먹보 강아지의 최후
즐겁게 산책을 다녀와서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졸리가 어디선가 끄집어 내온 음식물 찌꺼기를 먹으려던 찰나에 붙잡았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갑자기 끅끅 거리더니 산더미 같은 음식물을 토해낸다. 그렇게 다섯 번 정도를 연거푸 토하고 계속 설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음식물 찌꺼기를 들여다보니 새카맣게 타버린 부침개와 과자 찌꺼기들. 옆 텐트에 있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모아놓기만 하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은 사람도 잘못이고 특출한 식탐을 자랑하는 졸리도 반은 잘못이지’라고 생각해도 걱정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맛있는 간식 잔뜩 줬는데 왜 그걸 또 주워 먹은 건지, 졸리에게 땅콩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다가도 용변을 보고 싶은데 더 이상 안 나오니 낑낑거리는 졸리가 안쓰러웠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을 데리고 가니 토하고 설사했으니 하루 정도는 두고 보란다. 수분이 빠져서 그런지 원래 마시지도 않던 물을 잔뜩 먹더니 저녁 내내 잠만 잔다. 그리고 밤이 되니 언제 아팠냐는 듯 뛰어다니는 말썽꾸러기. 휴. 한시름 놓았다. 1박 2일 캠핑 내내 잘 먹고 잘 놀다 왔는데 졸리가 삐쩍 말라있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로써 이번 캠핑의 주인공은 차로, 졸리는 ‘쩌리’였다. 좋은 곳 가도 아프면 말짱 꽝이다. 먹을거리 조심하자 졸리야. 그리고 캠핑은 흔적 없이!

추운 겨울엔, 하늘 숲 글램핑 파크
1층 텐트와 2층 텐트 중 구미에 맞는 텐트를 고를 수 있고, 침대 아닌 온돌 바닥으로 되어 있어 강아지와 함께 따뜻한 겨울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캠핑장 바로 앞에는 얕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산책할 수 있는 풀숲도 있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 소법리 152-4번지
sky-glamping.com
010-2889-8238

반려캠핑을 위한 팁 3
강아지가 음식물쓰레기를 먹었다면?
캠핑을 가서 강아지가 썩은 음식이나 음식물쓰레기를 먹었다면 재빨리 병원을 데려가는 게 좋겠지만 동물 병원을 찾지 못할 땐? 응급 처치로 즉시 토를 하게 만드는 게 좋다. 사람이 먹는 약이나 먹어선 안 되는 음식 포도나 양파, 초콜릿을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과산화수소와 물을 1:10으로 희석해서 강아지 몸무게 1kg 당 약 5cc 정도의 양을 먹인다. 조금 뒤에 거품을 부글부글 내며 토를 할 것이다. 과산화수소가 위액과 반응해서 거품을 일으키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응급처치 후엔 병원을 꼭 데리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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