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성큼 들어섰다. 졸리도 밖에만 나가면 부들부들 떠는 계절이 왔다.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들은 추위를 덜 타지만 졸리 같은 단모 닥스훈트나 털이 짧은 강아지들은 사람처럼 추위를 탄다. 심지어 류졸리는 콧물도 흘린다는 사실. 그래서 이번엔 글램핑을 해보기로 했다. 글램핑은 졸리도 처음이지만 나도 처음이라 설렜다. 텐트와 각종 식기도구를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니, 몸도 편하고 마음도 날아갈 듯 가뿐하다. 원래는 침구류도 제공해주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개인 침낭은 챙겨 와야 한단다. 침낭쯤이야 뭐, 깃털처럼 가벼이 들고 갈 수 있지.
따뜻한 캠핑, 글램핑!
가평을 달려가는 내내 산이 울긋불긋 요동친다. 산 아래 위치한 ‘하늘 숲 글램핑 파크’에도 단풍이 가득하다. 텐트 위에도, 바닥에도, 빨갛고 노란 잎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도착하자마자 졸리와 차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 캠핑장 뒤는 산이고, 앞엔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물이 얕아서 강아지들이 첨벙첨벙 풀숲으로 들어가니 차로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라 그런지 자꾸 나가고 싶어 한다. 반면에 졸리는 요리조리 킁킁대며 점점 더 깊숙하게 들어가더니 결국 물에도 슬쩍 발을 담가본다. 다리가 짧아 슬픈 닥스훈트 졸리야, 너는 발만 담갔을 뿐이지만 저절로 배도 흠뻑 젖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물론 새로 사 입은 꼬까옷도 배 부분만 홀딱 다 젖었다. 겨울맞이 극세사 옷을 사서 입혀놨는데, 해가 떨어지자 차로도 극세사 옷을 꺼내 입는다. 사람 상의가 꼭 맞춤옷마냥 딱이다. 잠옷을 입고 얌전히 앉아 있는 차로의 모습이 마치 요조숙녀 같다. 산책 다녀와서 배고픈 아이들에게도 저녁을 먹이고 온기 가득한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설동을 파고 추운 걸 온 몸 가득 느끼며 하는 캠핑이 더 재밌긴 하지만, 말 못하는 강아지들에게 추위와의 싸움을 강요할 순 없는 일이다. 차로는 자기만의 러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기자의 침낭 위를 곱게 다지더니 한참 그 위에 올라가 있다. 짜식. 너도 비싼 걸 아는구나?
먹보 강아지의 최후
즐겁게 산책을 다녀와서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졸리가 어디선가 끄집어 내온 음식물 찌꺼기를 먹으려던 찰나에 붙잡았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갑자기 끅끅 거리더니 산더미 같은 음식물을 토해낸다. 그렇게 다섯 번 정도를 연거푸 토하고 계속 설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음식물 찌꺼기를 들여다보니 새카맣게 타버린 부침개와 과자 찌꺼기들. 옆 텐트에 있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모아놓기만 하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은 사람도 잘못이고 특출한 식탐을 자랑하는 졸리도 반은 잘못이지’라고 생각해도 걱정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맛있는 간식 잔뜩 줬는데 왜 그걸 또 주워 먹은 건지, 졸리에게 땅콩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다가도 용변을 보고 싶은데 더 이상 안 나오니 낑낑거리는 졸리가 안쓰러웠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을 데리고 가니 토하고 설사했으니 하루 정도는 두고 보란다. 수분이 빠져서 그런지 원래 마시지도 않던 물을 잔뜩 먹더니 저녁 내내 잠만 잔다. 그리고 밤이 되니 언제 아팠냐는 듯 뛰어다니는 말썽꾸러기. 휴. 한시름 놓았다. 1박 2일 캠핑 내내 잘 먹고 잘 놀다 왔는데 졸리가 삐쩍 말라있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로써 이번 캠핑의 주인공은 차로, 졸리는 ‘쩌리’였다. 좋은 곳 가도 아프면 말짱 꽝이다. 먹을거리 조심하자 졸리야. 그리고 캠핑은 흔적 없이!
추운 겨울엔, 하늘 숲 글램핑 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