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도심 속 라이딩
겨울비 내리는, 도심 속 라이딩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오대진 기자
  • 승인 2015.12.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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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CAMPING DIARY|아라뱃길~한강 자전거길 100km

국토종주, 통영 그리고 순천. 이번엔 도심 속 라이딩. 잠시 쉬어간다. 국토종주자전거길의 출발점인 아라서해갑문부터 잠실대교까지, 그리고 다시 한강 이북 자전거길을 따라 월간 < 아웃도어>가 위치한 일산 호수공원까지 돌아오는 약 100km 코스다. 조금 긴가 싶지만, 오르막 등의 험한 구간이 없고 자전거길이 워낙 잘 정비되어 있어 걱정 없다. 초겨울, 서울 도심의 풍경을 온몸으로 맞으며 라이딩을 즐겼다. 아, 겨울 라이딩에는 항상 불청객이 등장한다. 거센 ‘맞바람’을 염두에 두자.

아라서해~한강 갑문
출발 며칠 전, 서울 인근으로 자전거 캠핑 취재를 떠난다는 말을 듣고 디자인팀의 윤예나 씨가 관심을 표했다. 아, 이번에는 1박2일 캠핑 코스가 아닌 당일 코스. 평소 자전거에 관심이 많아 자전거 팀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던 예나 씨는 편집장의 “몸 한 번 가볍게 푸시죠?” 한 마디에 바로 “콜!”을 외쳤다. 국토종주 양평~충주 구간에 함께한 지원 씨 이후 5개월 만의 여성 멤버 합류. 새로운 멤버가 가세하자 자전거 팀의 우중충한 분위기가 한결 고와졌다. 역시 남자들만으로는 우울했었다는 것이 편집장, 담당기자, 사진기자, 민우 씨의 결론이었다.

▲ 출발 전, 아라인천여객터미널과 아라타워를 배경으로.

▲ 가자, 가자, 가자!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

출발은 아라서해갑문.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채비를 한다. 그런데 출발부터 심상치 않다. 바람이 심하다. 라이더들이 질색하는 맞바람. 바람 따위에 굴할쏘냐. 국토종주 라이더들의 필수코스인 인증샷을 ‘찰칵’ , 가볍게 페달을 구르기 시작한다.

바람 ‘따위’라고 한 말, 취소한다. 손에 꼽을 만한 강한 맞바람이 불어 자전거가 나가질 않는다. 맞은편 라이더들은 뒷바람을 타고 쌩쌩 지나간다. 얼굴에 담긴 약간의 비웃음(?) 섞인 미소가 달갑지 않다. ‘나 원래 좀 탄다고. 평소 평속이 이렇지는 않아’라고 중얼중얼.

▲ ‘두 바퀴로 국토 종주’ 시작해 볼까?

▲ 인증샷은 필수.

검암역을 지나 10여 km를 달린 후 잠시 휴식. “바람이 장난 아닌데?” “네. 그러게요. 역대급 바람이네요.” “예나 씨 괜찮아요? 처음인데 바람이 도와주질 않네.” “바람만 아니면 탈만한 것 같은데, 바람이 세긴 하네요.” 다들 거센 맞바람에 라이딩이 쉽지 않나보다.

아라뱃길 맞은편에는 아라폭포가 시원하게 물을 뿌려댄다. 왼편에 위치한 아라마루 전망대도 볼거리. 시원하게 뻗은 아라뱃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출이나, 일몰 역시 장관.

▲ 아라뱃길에 위치한 국내 최대규모의 인공폭포인 아라폭포와 아라마루 전망대.

▲ 거센 맞바람을 뚫고 라이딩 또 라이딩.

다시 또 페달을 구른다. 계양역을 거쳐 두리생태공원을 지난다. 생태공원 상공에서는 이색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김포공항 활주로가 바로 뒤편에 있어 착륙 중인 거대한 비행기동체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이 날은 거센 바람 때문인지 비행기조차도 몸을 비틀며(?) 착륙하는 색다를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라한강갑문에 도착. 요트전시장 아라마리나와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이 뱃길 건너편에 보인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유럽의 항구도시처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민낯에 비까지 간간이 내려 그런지 우중충하다. 수염까지 희끗희끗한 노장 라이더들과 함께 휴식하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눈다. 아라뱃길 코스 마무리. 이제는 한강 자전거길이다.

▲ 아라폭포 맞은편에서 잠시 휴식.


아라서해갑문

국토종주자전거길의 출발점인 아라서해갑문은 정동전의 대칭 개념으로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서쪽에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뻗어있는 영종대교가 서해갯벌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낙조를 뽐낸다.
주소 인천시 서구 오류동

한강 자전거길Ⅰ. 여의도, 잠원, 잠실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거센 바람, 우중충, 비의 연속이다. 그러나 조금 달리니 뒤늦게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좀 나아지는 건가?’ 빨간 아치트러스가 인상적인 방화대교를 지나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방화, 가양 등에서 각양각색의 라이더들이 한강자전거길로 합류한다.

▲ 원효대교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한강을 바라본다.

▲ 63빌딩을 뒤로하고 잠원한강공원으로.
서해갑문에서 만난 외국인 라이더가 문득 떠오른다. 부산에서 출발해 아라서해갑문까지 왔다는 훤칠한 키의 그 사내는 다음 주에는 동해안 자전거길을 완주할 계획이라고.

유럽이나 뉴질랜드 등 자전거 인프라가 더 훌륭한 곳도 있겠지만, ‘꽤 괜찮게 되어있네. 서울은 가로지르는 한강을 자전거로 왕래할 수 있고, 국토도 종주할 수 있어. 많이 좋아졌어. 물론 개선할 부분도 많긴 하지만’하는 만족감이 들었다.

특히 한강에서는 전 세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치맥존’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라이딩 중에는 맥주 대신 콜라로. 하하. 국내 여러 곳을 라이딩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전거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가양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등을 지나 ‘치맥존’의 성지인 여의도 한강공원에 도착. 갓 튀긴 도톰하고 담백한 치킨을 추릅추릅.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가족, 연인 나들이객, 운동, 산책하는 사람들 등이 여유로운 여의도의 오후를 가득 채운다.

▲ 선유도에서 바라본 한강자전거길. 오른쪽에는 국회의사당, 왼쪽 멀리는 남산타워가 보인다.

또 비가 내린다. 저녁 이후에나 온다는 기상청의 예상은 오늘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언제나 맞으려나. 원효대교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한강을 바라본다. 강물이 흘러간다. 유유히. 강물 뒤편으로는 강북의 아파트와 빌딩 등 각종 고층건물들이 서울 하늘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바삐 돌아가는 서울의 일상에서 강물만이 여유가 있구나. 그리고 우리도?

63빌딩을 뒤로하고 여의도를 떠난다. 반포, 잠원 한강공원을 지나 반환점인 잠실한강공원까지 라이딩. 약 60km. 확실히 눈에 익은, 친숙한 곳을 달려서 그런지 피로도가 덜하다. 집 앞 산책하는 느낌이랄까?

▲ 잠실대교를 건너 뚝섬으로 향하는 길.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 영동대교 남단에서 바라본 해 질 녘의 한강.

여의도, 반포, 잠원, 잠실한강공원
한강 이남에 위치한 공원들이다. 산책로와 운동시설,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연인 단위 나들이객, 운동, 산책하는 이들이 항시 공원을 가득 채운다.
여의도한강공원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330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안내센터(02-3780-0561)
반포한강공원 :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11길 40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02-591-5943)
잠원한강공원 :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잠원로 26-10(02-3780-0531)
잠실한강공원 : 서울시 송파구 한가람로 65 한강사업본부 잠실안내센터(02-3780-0511)

한강 자전거길Ⅱ. 뚝섬, 마포, 상암

어릴 적부터 한강 자전거길이 좋아 자주 나오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 때 한강이 머금고 있는 모습이 달라서였나보다. 한강 이남에서 혹은 한강 이북에서, 계절, 날씨에 따라 풍기는 그 매력이 사뭇 다르다. 남산타워와 북한산 등을 바라보다가 이제는 롯데월드타워와 63빌딩이 눈앞에 빛난다.

잠실대교를 건너 뚝섬으로. 다른 한강공원처럼 뚝섬한강공원도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축구장과 농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윈드서핑장, 인공암벽장, X게임장, 게이트볼장, 자연학습장, 정원, 분수와 무대 등이 갖춰져 있다. 특히 드라마 <아이리스>에도 등장한 뚝섬전망문화콤플렉스는 잠원지구에 위치한, 영화 <어벤져스2>에 나온 새빛둥둥섬과 함께 한강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 <아이리스> 본부 앞에서. 뚝섬한강공원.

▲ 빗 속을 뚫고 라이딩. 멀리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IFC몰이 반짝인다.

마포 전집골목에 들러 간단히 영양보충을 하니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퇴근 시간이 가까이 오니 라이더들의 복장도 운동복 일색에서 자켓과 가디건 등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다른 자전거길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풍경.

그리고 결국 올 것이 왔다. 조금씩 오다 말다를 반복하던 비가 이젠 제법 빗방울을 뿌려 댄다. 해도 지고, 겨울비와 함께 내려간 체온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예나 씨가 추천한 감자탕집으로 고고! 구수하고 따뜻한 입담의 이모님이 맞아주신다. 상호는 ‘용머리 감자탕’인데 닭볶음탕이 더 맛있단다. 특대 사이즈를 주문. 망원한강공원을 지나는 라이더라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망원지하차도를 빠져나오면 왼편에 바로 보인다.

▲ 노을캠핑장에서 바라본 한강과 목동 일대. 번개 치는 도심의 야경이 이채롭다.

▲ 야간에 더욱 빛나는 자태를 자랑하는 성산대교.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오니 서울의 새로운 풍광이 다시 눈앞에 자리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뒤편엔 멀리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IFC몰이 반짝인다. 출사지로 유명한 성산대교는 역시나 아름다운 야경을 뽐낸다. 강 양편으로 빛나는 퇴근길 자동차들의 전조등과 후미등 불빛을 따라간다.

일산호수공원에 위치한 회사에 도착. 비를 맞은 몸은 거지꼴을 면하지 못했지만, 도심 속 라이딩의 맛은 제법 괜찮았다. 집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포근함 때문일까? 그래도 거센 바람과 겨울비가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뚝섬, 망원, 난지 한강공원
한강 이북에 위치한 공원들이다. 한강 이남의 공 원들과 마찬가지로 산책로와 운동시설, 편의시 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연인 단위 나들이 객, 운동, 산책하는 이들이 항시 공원을 가득 채 운다. 난지한강공원에는 난지캠핑장이 있고, 뒤 편 노을공원에는 노을 캠핑장이 있다.
뚝섬한강공원 : 서울시 광진구 강변북로 139 한 강사업본부 뚝섬안내센터(02-3780-0521)
망원한강공원 : 서울시 마포구 마포나루길 467 한강공원 망원지구사무소(02-3780-0601)
난지한강공원 : 서울시 마포구 한강난지로 162 한강공원 난지안내센터(02-3780-0611)
난지캠핑장 : 서울시 마포구 한강난지로 22 한 강야생탐사센터(02-304-0061)
노을캠핑장 : 서울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 1(02-304-3213)

*장비 지원 자이언트코리아, 툴레코리아, 루고컴퍼니

Close the year
올 해 5월 국토종주 팔당댐~양평부터 이번 아라뱃길~한강 자전거길까지 총 8차례 자전거캠핑을 다녀왔다. 벚꽃 피는 봄이 엊그제였는데 벌써 눈이 내리는 겨울.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웃도어>와의 합본을 기념하며 그간 다녀온 자전거 캠핑을 정리해 보았다. 편집장은 국토종주 대구~부산 코스를 최고의 라이딩 코스로, 통영을 최고 풍광으로, 먹거리는 순천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담당 기자는 순천의 고즈넉함이 묻어 있는 갈대숲이, 사진기자와 민우 씨는 파란바다를 바라보며 라이딩을 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통영을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선정했다.

뭐 산 좋고, 물 좋은 곳 어디가 좋지 않겠나. 두 바퀴 굴릴 다리 힘만 있다면, 이번 주말 어디든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기를 추천한다. 색다른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나저나 다음은 오키나와다.

October, 2015.
자전거 캠핑팀의 사랑을 독차지한 통영 트라이애슬론 사이클 코스. 탁 트인 남해바다의 절경은 라이딩만 하기엔 아까운, 눈이 부신 풍광이었다.

November, 2015.
생태수도의 여유를 맛 볼 수 있었던 순천만 일주 코스. 황금빛 갈대물결이 넘실대는 순천만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떠올리게 했다.

May, 2015.
첫 자전거 캠핑 코스인 국토종주 팔당역~양평 코스. 두물머리의 새벽 물안개가 머릿 속에 아른거린다.

June, 2015.
남한강 따라 300리, 양평 충주호 코스. 빗 속 라이딩과 충주호를 향하는 험난한 길 등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된 루트였다.

July, 2015.
고갯길을 넘고 또 넘은 충주~상주 코스. 국토종주의 백미인 새재자전거길의 소조령과 이화령 그리고 무더운 날씨에 살이 쏙 쏙 빠졌다.

August, 2015.
낙동강 따라 달린 상주~대구 코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각종 보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던 코스. 가장 여유로웠던 코스이기도 하다.

September, 2015.
국토종주의 끝, 대구~부산 코스. '깔딱고개'로 불리는 박진고개와 삼랑진 골목골목을 지나던 때가 그립다. 동네 라이더들이 국토종주인으로 거듭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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