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떼려거든 ‘STOP’ 버튼을 눌러라…영화 ‘맨프럼어스’
눈을 떼려거든 ‘STOP’ 버튼을 눌러라…영화 ‘맨프럼어스’
  • 글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크래커픽쳐스
  • 승인 2015.12.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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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력 뛰어난 SF물…훌륭한 상상력과 탄탄한 시나리오 돋보여

누군가 두루뭉술하게 ‘볼만한 영화’를 물어온다면 망설임 없이 추천한 영화는 항상 <맨프럼어스>였다. 판타지와 아이맥스 덕후이자 기승전결 없는 잔잔한 영화에 열광하는, 레슬링, 만화영화, 홍콩 느와르를 어린 시절 엄마의 일터 겸 내 아지트 ‘아리랑비디오’에서 섭렵한 기자가 추천하는 1순위는 지금까지 항상 <맨프럼어스>였다.

이 영화에 존재하는 건 딱 하나, 시나리오다. 분장도, CG도, 추억 신도, 액션도, 하다못해 격정적인 앵글의 변화도 없다. 다섯 평 남짓한 존의 집에 여덟 명이 박작박작 모여 온갖 음모론을 그럴듯하게 말해 대는 게 다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완성하는, 그래서 당당히 SF에 분류되는 영화다.

1만4,000년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남자 존과 떠나는 그를 배웅하러 왔다가 아닌 밤중에 어마 무시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일곱 명의 학자. 헛소리로 치부해도 백 번은 했을 법한 존의 이야기를 잡학다식한 그들은 각자의 지식으로 퍼즐을 맞추어 간다. 결국, 상상력은 음모론의 결정체로 치달아 가고, 누군가는 알고 싶지 않던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혹자는 이 영화가 종교를 모독했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보고 다시보고 멈춰보아도 영화의 어디가 종교를 모독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어쩌면 종교의 탄생이 생각보다 단순했을 수도, 신의 뜻은 생각보다 명료했을 거란 생각마저 든다.

<맨프럼어스>는 그만큼 그럴듯하다.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을 가졌다. 영화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의 옷을 입은 SF영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훌륭한 상상력과 탄탄한 시나리오 만으로도 긴장감 넘치는 SF를 구현할 수 있음을 말한다. 나름 굵직한 반전을 남기고 끝나는 <맨프럼어스>가 영화 <라이프오브파이>의 결말과 겹친다면 과장일까?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의 이야기와 현실의 잔인한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까. 존의 이야기가 끝났고 일곱 명은 각자 원하는 결말을 선택하며 집을 떠난다. 무언가 있긴 있다고, 사실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또는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제 떠났다. 반전을 위해 결정적인 한 방을 남기긴 했지만, 만약 당신이 저들 중 한 명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영화가 끝난 후 선택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강추 ▶ 많은 대사로 인한 자막을 속독할 수 있다면.
비추 ▶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영상미를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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