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밤하늘 행성 이야기
반짝반짝 밤하늘 행성 이야기
  • 글 사진 김호섭 별과꿈 별관측소 소장
  • 승인 2015.12.02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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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명왕성과 화성, 달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

올해 두 개의 행성이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염류가 흐른 흔적이 발견된 화성과 인류 최초로 달과 같이 선명한 사진을 얻는 데 성공한 명왕성이 그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명왕성은 왜소행성(矮小行星, dwarf planet)이다. 줄여서 왜행성. 한마디로 행성이라기엔 격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 태양계 행성들과 달의 가족사진. 맨 위 레굴루스는 사자자리에 있는 항성(별)이며, 차례대로 금성, 화성(붉은 점), 목성, 그믐달, 수성이 자리한다. 수성은 매우 희미하여 식별이 어렵다. 이처럼 행성 서너 개가 동시에 육안으로 관측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5년 10월 11일 새벽 6시경 촬영

명왕성의 슬픈 운명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의 우주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처음 발견하여 행성으로 등록된 후, 70여 년 동안 행성가족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에서 행성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며 돌연 신분이 바뀌어 왜소행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태양계 맨 바깥 변두리에 놓인 데다, 지구의 달보다도 크기가 작은 명왕성의 처지가 더욱 초라해질 즈음, 나사의 뉴허라이즌스호가 그해 초 발사되어 명왕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오랜 인류의 숙원인 명왕성의 실체를 밝혀줄 우주선이 발사된 그해에 명왕성의 지위가 떨어졌다니 타이밍도 참 아이러니하다.

관측기술의 발달에 따른 희생양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격하된 이유는 관측과 촬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명왕성과 비슷한 작은 천체 여럿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에는 세레스, 하우메아, 마케마케, 에리스 등이 있다. 이들은 명왕성과 기본적인 속성이 비슷하여, 명왕성이 계속 행성의 지위를 유지한다면 모두 행성으로 등록되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반대로 명왕성의 지위를 내려 함께 왜소행성으로 묶이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모든 서적에 실린 명왕성의 사진은 사진이 아닌 상상화일 뿐이었다. 그러나 관측기술이 발달해 앞으로는 달처럼 선명하게 찍힌 명왕성의 사진이 실릴 것이다. 이따금 명왕성을 보고 싶어 하는 방문객이 별 관측소에 찾아오지만, 명왕성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어도 희미한 작은 점에 불과하다. 보통의 천문대에 있는 소형망원경으로는 관측이 힘들다.

미래 지구의 보험행성 화성
우리 인류가 품은 한없는 호기심의 대상, 바로 화성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인류는 수도 없이 화성으로의 탐사를 진행했다. 핵전지를 탑재한 큐리오시티 로버는 지금 이 순간도 화성을 누비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션>은 화성이 우리의 현실적인 탐사 대상임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이 있는지, 생명체의 흔적이 있는지 등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화성을 탐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성은 인류의 터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행성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화성은 미래 지구의 보험이다. 특히 최근 소금성분이 포함된 물이 흐른 자국이 발견되면서 과학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화성은 지구보다 훨씬 추운 곳이기 때문에 담수는 지상에서 바로 얼어버려 흐를 수 없다. 따라서 빙점이 낮은 염분이 많이 포함된 물이 흐른 흔적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건 물 성분이 충분하다면 낮은 단계의 생명체라도 기생하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실제 박테리아 수준의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지구 이외의 천체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우주탐사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다.

▲ 미국의 뉴허라이즌스호가 찍은 선명한 명왕성 ⓒNASA

논쟁이 끝나길 바라는 달 착륙 음모론

최근 나사에서 그동안의 달 탐사 사진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기가 막힌 댓글들이 수도 없이 달려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당시 달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면 이후 40년 동안 다시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며, 과거의 달 탐사는 조작된 것이라고 단정을 짓는 것이 그중 절반이었다. 일 년여 전쯤 달에 대해 기고한 글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인간이 달에 다녀온 것이 맞다는 설명이 일부나마 될 것이다. 그동안 다시 달에 가지 않은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쓰이고 그에 비해 건질 게 없어 다시 탐사할 만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폴로 17호를 통한 인류 여섯 번째 달 착륙 이후, 미국의 달을 향한 열망이 식은 이유 중 하나는 소련과의 기술 경쟁에서 역전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1960년대 초기 우주탐사 시절, 최초의 인공위성, 최초의 생명체 탑승위성, 최초의 유인 우주선 등 3대 타이틀을 소련에 모두 빼앗겼다. 이에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인간을 달로 보내는 데 국가적 사활을 걸었다. J.F.케네디가 “196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고 천명한 이후 미국은 지금의 나사를 설립하고, 상상하기 힘든 금액과 수차례에 걸친 발사 실험의 실패, 그리고 인명 피해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이후 두 나라는 각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우주 개발 경쟁이 쓸모없는 소모전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소련의 해체 뒤 러시아 연방 공화국이 세워지자 협력하는 관계로 나아가게 된다.

첨언하자면, 닐 암스트롱이 죽기 전 “나는 달에 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는 외신기사는 창조성 짙은 허위 음모설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픽션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선정적인 인터넷 기사에 너무 취약하다.
미국은 우주탐사 외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급한 씀씀이가 많은 나라다. 그로 인해 아폴로 계획 종료 후 지금까지 우주 개발 분야의 예산을 꾸준하게 줄여왔다. 심지어는 우주왕복선 사업조차 종료해, 지금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유인 우주정거장(ISS)에 가려면 러시아의 소유스호를 빌리거나 민간 사업자의 우주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특별한 명분도 없이 달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근래에 달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발견돼 달 탐사를 재개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화성처럼 달보다 급한 사안이 많았다. 이를 이해하고 엉성한 논리의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지 말기를 독자들에 당부하고 싶다.

▲ 최근 염류가 흐른 증거가 포착된 화성의 지형 ⓒNASA

새벽을 밝히는 행성들

혹시 새벽잠이 없거나 캠핑을 갔다 새벽에 일찍 눈이 뜨였다면 동쪽 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이 시기에는 태양계의 행성 형제들이 단체로 새벽녘 하늘을 수놓는다. 특히 오전 5시에서 6시 사이 엄청나게 밝은 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실 별이 아니라 샛별이라 부르는 행성인 금성이다. 11월을 기준으로 금성 위쪽을 유심히 보면 좀 어둡지만 붉은 점 하나가 보인다. 화성이다.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더 위쪽에 조금 밝은 천체인 목성이 위치한다. 정말로 운이 좋다면, 11월 5일에서 9일 사이 동쪽 하늘에서 행성 사이로 떠오른 예쁜 그믐달을 덤으로 함께 관측할 수 있다. 행성들의 위치는 별과는 달리 자주 바뀌기 때문에, 이는 2015년 연말까지만 유효하다. 행성은 모르고 보면 그냥 별이다. 금성은 특히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모든 천체 중 가장 밝아 인공위성이나 UFO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가장 밝을 때의 금성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목격한다면 그 기억은 아마 평생 가슴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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