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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떠난 해외여행서 교통사고…여행사는 “나몰라라”한국인이 운영하는 미국 현지 여행사…들었다던 여행자보험은 없고 연락도 회피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5.11.19 09:28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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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인구가 급증하면서 여행사에 대한 피해사례도 늘어나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등산과 여행을 즐기던 김영란(61)씨와 김영희(60)씨는 지난 9월 평소 친분 있던 지인을 통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국 현지여행사 K사의 여행 상품으로 11박12일 일정의 미서부 여행을 떠났고, 여행 3일 만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영란씨는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아 뇌손상이 의심됐으며 오른팔에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 김영희씨는 왼쪽 갈비뼈 5대가 부러졌으며, 특히 이 중 7·8번 갈비뼈는 이중 골절일 만큼 크게 다쳤다.

   
▲ 김영란씨와 김영희씨를 포함한 13명의 여행자들은 k여행사의 미서부 여행 상품으로 9월 8일부터 11박12일의 여행을 떠났다. 사진은 교통사고가 나기 전 여행을 즐기던 일행들의 모습.

김영란씨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지인 기씨의 제안으로 여행을 결심했다. 기씨는 한국여성산악회 초대 회장을 지냈을 만큼 산악계에서 이름난 사람이기도 했거니와 평소 산행을 함께 할 정도로 친해 망설임 없이 여행 제안에 응했고, 김영희씨를 포함한 주변 지인들을 모아 여행을 떠났다. 김영란씨에 의하면 기씨는 K여행사의 정식 직원은 아니었으며 한국에서는 여행자들을 모으는 일을, 미국 현지에서는 가이드로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9월 8일 가이드인 기씨를 포함해 김영란씨와 김영희씨 등 총 14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해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다. 미국 현지에서 여행사 사장인 전씨를 만난 여행팀은 9인승과 6인승 차량을 타고 여행지로 이동했다. 김영란씨는 “6인승은 전 사장이, 9인승은 기씨가 운전대를 잡았다”며 “기씨가 오랜 시간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불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씨는 운전이 미숙해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여행의 즐거움은 길게 가지 못했다. 11일 오후 6시경, 유타주 아치스국립공원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던 9인승 차량이 1차선 낭떠러지길에서 절벽 쪽으로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운전자는 기씨였으며, 차에는 총 9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김영란씨는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기절했고, 맨 뒤쪽에 앉아 있던 김영희씨는 사고 충격으로 뒤쪽에서 쏟아진 짐에 왼쪽 옆구리를 강하게 맞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얼마 후 구급차가 출동했고 김영란씨와 김영희씨를 비롯한 일행들은 인근 모압 지방 병원(Moab regional hospital)으로 실려 갔다. 김영란씨는 심각한 뇌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모압 병원에 신경과 의사가 없어 콜로라도주 세인트 메리스 메디컬센터(St Mary's medical center)까지 헬기로 이송됐다. 두 사람 외에도 조수석에 앉았던 일행 범씨는 갈비뼈에 금이 갔으며, 여자 일행 한 명 역시 심한 타박상으로 입원했다.

   
▲ 여행사 대표인 전씨와 가이드 기씨는 사진 속 6인승 차량과 9인승 차량을 각각 운전하며 여행지로 이동했다.

김영희씨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묵묵히 통증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큰 부상을 입지 않은 다른 일행들과 사고를 낸 기씨가 숙소로 돌아가 버리고 나서부터는 밤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김영희씨는 왼쪽 갈비뼈 5대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콜로라도주 세인트 메리스 메디컬센터로 이송된 김영란씨는 만 하루 만에 깨어났다. 의료진들은 “다행히 뇌출혈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안심시켰지만 오른팔 요골머리에 금이 갔으며, 충격으로 인해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 눈조차 떠지지 않았고, 시퍼렇게 멍든 얼굴은 차마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은 전씨와 기씨는 연신 사과를 전하면서도 다른 일행들의 여행 일정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사고 3일째인 13일에는 퇴원을 유도하는 발언을 해 고민 끝에 두 사람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퇴원을 강행했다.

“전씨의 친구라는 사람이 같이 왔는데, ‘미국은 병원비가 비싼데’라는 말을 여러 번 했어요. 그땐 그 말에 미안한 마음도 들고 다른 일행들이 우리 때문에 여행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련스럽게 퇴원을 결정했어요. 당시 병원비가 4000만원 정도 나왔는데 9인승 차량의 자동차보험으로 해결했다고 전씨가 이야기하더군요.”

부상 정도가 심했던 김영란씨와 김영희씨를 제외한 일행들은 여행을 이어갔고, 두 사람은 한국행을 결정했다. 전씨는 나머지 일행과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남았고, 전씨의 친구가 두 사람과 기씨를 LA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함께 출국하는 줄 알았던 기씨는 또 다른 여행팀의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다며 미국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전했다.

“큰 부상을 당했지만 기씨에게 한마디 탓도 하지 않았어요. 같이 사고를 당했으니 몸이 성치 않겠구나 싶었죠. 대신 들었다던 여행자보험을 물었죠.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니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치더라고요.”

   
▲ 사고 차량인 9인승 승합차.

김영란씨는 여행 전 기씨에게 여행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했고, 기씨에게 “가입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어차피 한국에서 못 다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행자보험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지금은 연락처가 없으니 알아보고 연락하겠다”는 대답을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여행자보험을 확인해주겠다던 기씨는 연락이 없었고,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도 대답이 없었다. K여행사도 마찬가지. 금전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 “괜찮냐”는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전씨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오랜 시도 끝에 연결된 여행사 직원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며 “기씨로 인해 우리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취재를 진행하며 여행사측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사장인 전씨와 한국사무소에 통화를 시도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메일에도 회신은 없었다. 한편 기씨의 휴대전화는 사용이 중지된 상태였다.

김영희씨는 “전씨와 기씨를 믿었다”며 “금전적인 부분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우리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생길 수 있다”며 “해외여행을 가기 전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특히 여행자보험 가입 여부를 문서로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김경선 기자  skysuny@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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