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생태수도의 여유
가을, 생태수도의 여유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11.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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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CAMPING DIARY|순천만 일주 70km

국토종주를 마무리 할 즈음, 완주에 대한 기쁨보다 더 큰 즐거움이 생겼다. 바로 새로운 코스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나는 지난호에 다녀온 통영 트라이애슬론 코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순천만 일주 코스였다. 두 곳 모두 자전거 캠핑 팀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탁 트인 절경의 통영이 쿨한 상남자를 연상시켰다면, 황금빛 갈대물결이 넘실대는 순천만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떠올리게 했다. 한 마디로 ‘여유’ 그 자체였다.

순천만, 가을의 여유를 담다
시작은 순천역. 역전 거리를 건너 재래시장을 통과한다. 바삐 움직이는 역전시장의 모습에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전라도 한정식을 떠올려 본다. 이제 막 라이딩을 시작했음에도 군침이 추릅추릅하고 배도 고파온다. 정신없는 시장통에서도 어르신들이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이제껏 느끼지 못한 여유에 몸도 마음도 한결 넉넉해지기 시작했다.

시장을 통과해 팔마대교에 왔다. 순천동천자전거길이 순천만을 향해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여정은 편집장에게 조금 더 뜻깊은 여정이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편집장의 부모님은 순천 출신. 아내까지 순천 출신이라니 말 다했다. 마침 팔마대교를 향하는 길에 처가인 한신아파트가 지나간다.

▲ ‘알록달록’ 순천만정원 꿈의 다리를 지나며.

▲ ‘오세암’의 작가 정채봉과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을 만나 볼 수 있는 순천문학관.

“인증샷 하나 남기셔야져.”라는 기자의 말에 “오랜만에 보네. 찍어서 보내드려야겠어. 하하. 옛 생각 많이 나네”라며 넉넉한 웃음을 짓는다. 이토록 여유가 있었나? 국토종주길과 통영에서는 이런 느낌을 맛볼 수 없었는데 말이다.

“저만 그런 거 아니져? 뭔가 고즈넉하고 여유롭네요”라는 민우 씨의 말에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가을이 주는 여유가 있는 건지 순천이 더욱 그런 건지, 아무튼 새롭네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네요.”라고 거든다.

아, 예외도 있다. 누구보다 순천을 잘 느껴온 편집장은 “그래? 그렇게 다른가? 워낙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곳이라 잘 모르겠네. 그런데 많이 변하긴 한 것 같아, 순천도.”라며 옛 시절을 떠올린다.

▲ 라이딩의 휴식은 독서와 함께.

순천동천변을 따라 페달을 밟다보니 이색적인 다리가 나타난다. 알록달록한 한글 옷을 입은, 순천만정원의 동서를 연결하는 '꿈의 다리'.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가 만든 꿈의 다리는 유리타일 1만여 개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다.

다시 페달을 구른다. 순천동천변을 가득 가득 메운 갈대들이 바람결에 흩날린다. 다시 그리고 또 여유롭다. 저 멀리 초가집이 보인다. 들판에 몇 채의 초가집과 정자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국동화의 백미인 ‘오세암’의 작가 정채봉과 전후 문학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을 만나 볼 수 있는 순천문학관이다. 잠시 독서에, 사색에, 정자에서의 휴식에 빠진다. 낭트정원을 지나니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 시작은 순천역. 남도의 따뜻한 기운에 활짝.

▲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에 ‘여유로운’ 라이딩.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첫날 여정을 순천만갈대캠핑장에서 마친 자전거 캠핑 팀의 둘째 날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트레킹으로 시작한다. 캠핑장에서 생태공원까지는 불과 600m, 순천만의 상쾌한 새벽 안개를 맞으며 이른 아침을 시작! 아, 생태공원 내에는 자전거 출입금지다. 자전거는 입구에 주차.

순천만은 2006년 국제습지조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이기도 하다. 생태공원과 자연생태관 그리고 복원습지를 지나면 순천만탐사선 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에 올라서면 맞은편에 160만 평을 가득 메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그 수려함을 자랑하고 있는 갈대군락지가, 그 뒤로는 능선에 아침 해를 머금은 용산이 색다른 풍경으로 졸린 눈을 깨운다.

▲ 순천동천변을 따라 라이딩. 왼편에 순천만정원이 보인다.

갈대숲탐방로를 지나면 나지막한 용산이 기다리고 있다. 보조전망대를 거쳐 주전망대인 용산전망대에 도착하면 탁 트인 순천만이 알록달록한 색채를 자랑하며 맞아준다. 용산전망대에서는 순천만 800만 평에 펼쳐진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10대 낙조 명소 가운데 한 곳으로도 유명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겨울이면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 희귀종 총 230여종이 찾는 생태수도다.

절경을 뒤로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아쉬움에 다들 하나같이 “내가 여길 언제 또 와보겠어”라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계속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 상투적이어도 어쩔 수 없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니까.

▲ 갈대숲 산책. ‘사가각 사가각’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 노릇노릇한 들판과 초록 연못 그리고 정자 하나.

아, 아직 아름다움이 절정은 아니다.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순천만과 순천만정원 일대에서 ‘갈대의 멋 따라, 갈대의 맛 따라’를 주제로 순천만갈대축제가 열린다. 갯벌과 갈대에 붉은 노을까지 한데 어우러진 장관이 펼쳐진다.

▲ 용산전망대까지 왕복 2시간 가량 소요되는 트레킹 코스에는 물과 모자가 필수.

▲ 순천만갈대캠핑장의 밤. 힐레베르그의 스타이카와 알락, 케론GT가 환하게 빛난다.

전라도는 맛이지, 순천 맛 기행

이른 새벽부터 트레킹을 해서 그런지 출출하다. 순천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가 꼬막. 생태공원 앞 여러 음식점 중 한 곳을 택했다. 맛집 선택은 간단, 현지인에게 물어보면 된다. 주차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일품식당’을 추천한다. 무려 일품이다. 메뉴는 꼬막비빔밥. 각종 찬들이 즐비하다. 데친 꼬막부터, 꼬막무침, 꼬막전, 양념게장에 낙지젓갈까지. 밥도둑들 모임에 두 그릇 씩 뚝딱.

▲ ‘금빈회관’의 떡갈비 정식.

“지금 상태면 자전거 한 100km도 거뜬히 타겠는데요?”라는 기자의 허세에, “응, 문제없을 것 같아. 전라도 음식만 계속 보충해주면 어디든 가겠어.” 편집장이 발을 맞춘다. 다들 맛난 아침을 배부르게 먹은 모양이다. 양념게장 맛에 반한 민우 씨는 그 자리에서 한 박스 결제!
다시 라이딩 시작. 생태공원을 빠져나오자, “와우!” “이야~” “대단한데?!”라는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온다. 멋진 풍광에 이미 배가 찼지만, 아직이었다. 황금들판의 풍광은 배를 채운 후 꼭 먹어야 할 후식과도 같았다. 들판을 가득 채운 황금빛 물결을 잠시 감상한다.

“국토종주 그 긴 여정에서도 느끼지 못한 여유네요. 즐거워요. 그냥 여유롭고 즐겁네요.” 민우 씨의 이 말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듯 했다.

▲ 순천동천과 멀리 자리한 능선의 조화가 일품이다.

▲ 순천만탐사선 선착장. 이른 아침의 안개.

봉화산 기슭을 지나 화포 해변에 이르렀다. 넓디넓은 갯벌에 짱뚱어와 칠게, 농게 등 갯벌 생물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최근 낚시캠핑으로 다녀온 서해와 순천만은 비할 바가 아니다. 편집장에게 “한 시간에 한 1,000마리는 잡을 수 있겠는데요?”라고 농을 던진다. 그만큼 많다. 갯벌생물들이.

30여km를 달려 마지막 포인트인 낙안읍성 민속마을에 도착,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옹기종기 모인 초가집 마을이 이채롭다.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에는 실제로 사람이 거주해 예전과 같은 생활 모습이나 문화까지 만날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은 당연했다.

▲ 순천만.

▲ 따뜻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용산전망대로.

이제 원점회귀. 다시 순천으로! 20여km를 다시 달리니 진이 빠진다. 또 먹어야 한다. 육식으로. 편집장의 지인 찬스 결과 메뉴는 순천시청 근처에 위치한 떡갈비 전문점 ‘금빈회관’. 피자 한 판 크기만 한 떡갈비에 상다리가 부러지게 찬이 차려진다.
추릅추릅. “그래, 전라도는 역시 맛 기행이지.”

Epilogue
볼거리에 먹을거리, 즐길 거리까지 풍부했던 순천만 일주.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고, 자연이 주는 광활함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다. 남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로 배롤 두둑하게 채웠고, 옛 정취를 느끼는 마을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까지 할 수 있었다.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이 맛에 자전거 캠핑 하지.

순천만일주 70km 코스
순천역을 시작으로 순천만정원-순천문학관-순천만자연생태공원-화포해변-원창역-동화사-낙안읍성 민속마을을 거쳐 다시 순천역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여행 TIP
▶순천만정원

순천만정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이다. 지난 2013년 순천에서 열린 국제정원박람회에 440만 명이 다녀간 국제정원박람회장은 순천만정원으로 바뀐 뒤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세계정원과 물의 정원, 숲의 정원, 수목원, 호수정원, 국제습지센터 등 무려 83개의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이용료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4월, 9월~10월), 오전 8시~오후 8시(5월~8월), 오전 9시~오후 5시(11월~이듬해 3월)
주소 전남 순천시 남승룡로 66(오천동 540)
문의 061-749-2882 / www.scgardens.or.kr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이용료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관람시간 오전 8시~일몰시까지
주소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순천만천문대
문의 061-749-6052 / www.suncheonbay.go.kr

▶과거로부터 현재로, 순천 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로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및 CNN 선정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로 선정되었다.
이용료 성인 4,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동내리)
문의 061-749-8831~8833 / www.nagan.suncheon.go.kr

 

▲ 화포해변 라이딩. 시원한 바다내음이 코를 때린다.

▲ 황금들판.

▲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다.

▲ 구경꾼들은 안중에도 없는 짱둥어와 칠게, 농게들이 갯벌 위를 뛰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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