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순위는 이제 의미 없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매출 순위는 이제 의미 없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 박성용 부장
  • 승인 2015.11.1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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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시장 진단과 전망]블랙야크 편②…김준현 마케팅본부장

아웃도어 시장 침체기를 맞아 관련 기업들은 매출액·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실적이 저조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으며, 기존업체들은 사업다변화, 브랜드 인수,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공성장을 누리던 아웃도어 시장은 왜 불황의 늪에 빠졌을까?

이에 본지는 주요 브랜드 관계자들을 만나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번째로 김준현 블랙야크 마케팅본부장(이사)를 10일 블랙야크 양재동사옥에서 만났다. 2회에 걸쳐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매출 순위보다는 아웃도어 본질을 갖고 살아남아서 제2의 도약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블랙야크 김준현 마케팅본부장. 사진 박성용

그린피스가 진행하는 아웃도어 의류에서 검출되는 독성물질 제거 캠페인 ‘디톡스 아웃도어’에 블랙야크가 선정되었다.
이 캠페인의 조사대상은 블랙야크를 비롯 아크테릭스, 컬럼비아, 하그로프스, 잭울프스킨, 마무트, 노로나, 파타고니아, 살레와, 노스페이스, 바우데 등 11개 브랜드이다. 국내 브랜드로는 블랙야크가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그린피스 관계자들이 이미 우리 제품들을 수거해갔다. 내년 1월쯤 발표가 나온다고 한다.

그린피스가 규정하는 유해범위는 글로벌스탠더드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그 기준을 맞추다보면 기능성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또 포기할 경우 여러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고충들은 환경단체의 주장에 드러나지 않으니까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오해를 할 수 있다.

이런 선정에 곤혹스럽지는 않나?
우리도 그린피스의 활동과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기준에 맞춰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블랙야크가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이번 캠페인 대상에 선정되었는데, 소비자들은 우리만 무슨 문제가 있는 걸로 오해를 하기 쉽다. 우리도 그린피스가 제약하고 있는 물질하고 상당수 거리가 있게 안전한 제품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럽과 중국 등지에 진출해 글로벌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샘플로 채택된 것이다.

그래도 친환경제품 생산은 모든 기업의 과제이지 않나?
세계 기준에 맞추면 해답이 나온다. 그런데 그 기준보다 다른 또 다른 기준을 만들면 서로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기준에 자유로울 수 있는 브랜드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린피스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PFC(과불화화합물) 대체 물질도 기능성 의류에 맞는지 봐야 한다. 친환경물질은 발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를 높이기 위해선 다시 안 좋은 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기업과 환경단체 모두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블랙야크도 키즈라인 전개, 미 스포츠브랜드 나우 인수 등 사업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웃도어 본질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그런 변화 안에서 비용이나 디자인 등의 부분들이 조정되거나 개편되는 것이지 아웃도어의 본령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절개 라인 중심의 우리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아웃도어 업계 전반이 절개 옷으로 따라왔다. 그러다보니 절개 옷이 많아졌다. 소비자들은 예전에는 나만의 특별하고 독특함으로 생각했던 절개 라인이 지금은 식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변화를 추구하면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하는 게 본질적인 부분이다.

아웃도어 활동의 카테고리가 예전에는 등산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바이크, 워킹 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제품들도 그런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 입어도 무방하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등산옷을 입고 골프를 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런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인식의 카테고리를 넓혀 가는 것과 더불어 제품의 라인도 조금은 심플해지고 라이프 아웃도어스타일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 블랙야크 양재동사옥 1층에 자리 잡은 매장.

요즘 브랜드마다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 또한 식상하지 않나?
아웃도어가 스포츠 브랜드를 밀어내고 스포츠 영역까지 진입해서 성장하던 시기가 있었듯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의류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다.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하자 스포츠와 캐주얼 분야에도 아웃도어 제품들이 나왔다. 어쨌든 큰 파이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캐주얼과 패션분야를 공략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경쟁을 한다는 의미다. 라이프스타일의 개념은 개개인의 이미지 문제이다. 아웃도어 의류를 보고 라이프스타일 제품처럼 멋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수준까지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콜라보레이션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는 고객과 관심을 공유하는 의미로 아웃도어의 변화도 그런 부분을 눈 여겨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부분은 있지만 이는 기존 고객이나 새로운 고객들과 나누고자 하는 소통이자 하나의 문화이다.

인수한 브랜드 나우 사업은 잘 되고 있나?
한국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전개할 예정이다. 어반 아웃도어 스타일 중심이어서 블랙야크와는 콘셉트가 다르다. 경영하던 회사를 그대로 인수해서 미국 현지에서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 라이프스타일 표방은 새로운 고객과의 소통이자 하나의 문화라고 설명하는 김준현 마케팅본부장.
올해도 매출액 1위를 수성할 것 같은가?
매출이 얼마나 되냐는 식의 계량화된 수치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본다. 작년인가 올해부터인가 우리뿐만 아니라 경쟁 브랜드들도 언론사에 매출액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내실 있는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더 중요하다. 매출액과 누가 1위냐 하는 경쟁은 시정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보다는 아웃도어 본질을 갖고 살아남아서 제2의 도약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순위가 궁금하다.
1위를 해도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도 경쟁사도 같이 성장해서 서로 공생과 상생을 할 수 있다. 우리가 1위를 하고 나머지 브랜드들이 다 죽어버리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2년 후에는 시장판도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나는 업체나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브랜드도 일부 있을 것이다. 모든 산업은 성장기와 성숙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든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도 있고 내려가는 브랜드도 생긴다. 우선 일본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도 아웃도어가 성장하다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브랜드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훈을 얻었나?
오늘 기사를 보니 2016년 트렌드는 소비자들은 잘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에는 흔쾌히 움직일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최근 우리가 업계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이지픽(easy-pick)서비스’가 이런 사례이다. 인터넷에서 제품정보를 확인한 후 매장에서 입어보고 구매하는 서비스로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크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열린 경영전략수립회의가 궁금하다.
크게는 기술전략과 트렌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까 하는 자리였다. 그러기 위해선 R&D 투자를 계속하고 새로운 스마트웨어를 개발하고 발전시키자는 논의가 오갔다. 트렌드 쪽은 젊은층을 아우르는 마케팅인 크루라이프(crew life)를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기존 아웃도어 시장의 주 고객은 40∼50대였지만 타깃을 20∼30대까지 확장하지 않으면 활로가 안 보인다. 그들에게 적합하고 좋아할 수 있을만한 콘텐츠들을 준비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지금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부터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사업구상을 짜고 있다. 강태선 회장님도 여러 생각들을 구상하고 있다. 그 구상이 수치화되고 구체화되면 좀 나아질 것으로 본다.

▲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블랙야크의 양재동사옥 출입구.

스타연예인 모델 전략은 내년에도 가나?
지금 단계서 간다, 안 간다 하는 판단은 어렵다. 기본적으로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조인성에게 맞는 적합한 이미지가 있으며,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스타연예인 모델 기용은 전문가와 소비자가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 전문가는 기존의 상황을 토대로 유추해서 어떤 차별화를 끄집어내려고 하지만 소비자는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보이는 전부를 받아드린다. 이런 두 가지 상황 전부를 고려해야 한다. 육성재 같은 경우 지금의 조인성으로 젊은 타깃을 공략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기용하였다. 스타연예인 모델은 상황과 타깃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인성 모델 효과는 많이 봤나?
많이 봤다고 본다. 나도 광고마케팅을 25년 했지만 한 인물을 5년 이상 모델로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제일 먼저 싫증을 내는 집단은 소비자보다 회사 내부이다. 너무 자주 보니까 변화를 요구하게 되어 보통 길어야 2∼3년 정도 한다. 조인성이 갖고 있는 세련미가 있다 여심을 사로잡는 세련미랄까. 그런 세련미를 우리는 산 중심에서 벗어나 도심으로도 표출해줄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궁합이 서로 잘 맞았다.

뮌헨 ISPO에는 계속 참여할 것인가?
우리가 메인으로 입성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그만둘 이유는 없다. 우리 목표는 글로벌이다. 스마트 기술이나 디자인, 컬러들을 보여줄 것이다. ISPO 참여는 5년째인데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왔다. 그 결실은 굉장히 느리지만 내년에는 조금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 쇼룸과 디자인팀을 구축해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였다.

공시자료를 보니 중국법인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중국 회계가 우리나라와 다른 방식이라 총매출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오해가 오해를 낳고 있어 공식적으로 매출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실제 매출은 600억원 정도 된다. 당연히 영업이익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회장님이 프런티어 정신을 갖고 뛰어든 시장으로 블랙야크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불황이지만 아웃도어의 특수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지금 사회는 개인화뿐만 아니라 삶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 웰빙, 환경 등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식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단체로 등산을 주로 즐겼지만 지금은 자전거, 스킨스쿠버, 보드 등 아웃도어 활동이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자기 혼자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들의 요구를 잘 파악해서 얼마나 끌고 오느냐가 아웃도어 업체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아웃도어 위기를 조성하면 소비자들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현상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고 한번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아웃도어 시장이 죽었다, 누가 매출 1위냐 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기사가 뜨면 답답한 심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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