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봉 암벽을 계단 오르듯!
노적봉 암벽을 계단 오르듯!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5.11.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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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텐 가이드테니3 필드테스트

▲ 코스의 하산은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가다가 마지막에서 하강으로 마무리한다.
1년 중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가을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가을엔 산으로 눈을 돌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등산인구가 많은 우리, 가을 산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가을엔 한적하게 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릿지만 한 것이 없다. 릿지화의 명품 파이브텐에서 가이드테니의 신상을 내놨으니 필드테스트가 기대되는 건 당연하다.

암벽 위에 수놓은 시 한 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곳은 단연 설악이다. 매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9월 말을 시작으로 대청봉 일원에서 불놀이를 시작해 능선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번져간다. 떠나는 계절이 아쉽기에 단풍의 절정은 더없이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단풍을 보기엔 아직 이른 시기지만 설악은 계절을 막론하고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다. 파이브텐 가이드테니3의 테스트 장소로 설악을 정한 것도 사실 절경을 보며 릿지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어떤 날씨에 찾아와도 그만한 풍광을 보여줄 테니 말이다.

이번에 오를 코스는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암벽에서 릿지 좀 해봤다면 한번 쯤 들어봤을 만한 구간이다. 매서운 암릉 구간에 누가 이런 낭만적인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멋들어진 이름은 이 길뿐만이 아니다. 토왕폭포 인근에는 ‘별을 따는 소년들’이란 이름의 릿지 코스도 있다.

▲ 어프로치 구간이 끝나자 곧바로 암벽이 막아선다.

이 길들은 모두 경원대 산악부에서 개척한 코스다.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은 1989년도에 ‘별을 따는 소년들’은 1997년도에 개척했다고 한다. 얼마나 낭만적인 산꾼들이길래 억척같은 암릉에 올라 이리도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주었을까. 아마도 시인이었거나 비단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리라. 이른 새벽 고속도로에 오른 일행은 한 번 본적 없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시를 위한 길로 향했다.

▲ 릿지 산행에서는 안전을 위해 장비의 준비와 착용이 중요하다.

▲ 클라이밍 다운으로 하산하기 위해 코스를 확인하고 로프를 던졌다.
탐방로 없는 곳에 비밀의 길

다양한 절경을 품은 설악산은 산행 코스가 유난히 많다. 당연히 난이도나 볼거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구간도 여럿이다. 계절마다, 봉우리마다 나름의 비경을 지닌 영산이니 체력과 시간만 넉넉하다면 전부를 돌아봐도 좋다.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은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한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설치된 인근으로 울산바위와 권금성, 비룡폭포로 향하는 들머리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는 권금성으로 향하는 이동수단이다.

설악산에서 릿지를 즐기기 위해선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분별하게 찾아와 위험하게 암벽을 즐기다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행도 며칠 전 온라인으로 등반 신고를 하고 산행 당일 입구에서 허가서를 교부받았다.

들머리를 지나 비룡폭포로 향하는 길을 따르다 보면 숲 쪽으로 ‘탐방로 아님(No Trail)’이라고 쓰인 푯말을 만난다. 길이 없다고 표기한 것인데 재미있게도 이 중 하나가 한 편의 시를 위한 길로 향하는 표식이다. 길이 없다고 쓰인 푯말 뒤로 난 길을 따르면 신기하게 조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국립공원이라면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푯말인데 이곳에선 왜인지 신기하다.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은 어프로치가 짧아서 좋다. 암벽이 막아서자 일행은 릿지를 위해 분주히 장비를 챙겼다.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에는 총 8개의 릿지 코스가 있다. 이 중 최고 난이도는 5.8급, 평균 5.6 정도다. 설악산 암벽 중에서는 초급자를 위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릿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무작정 도전하기엔 위험하다. 초급자를 위한 코스지 모두에게 쉽지는 않다는 말.

▲ 첫 암벽을 오르니 사방 하늘이 열리고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 릿지를 할 땐 로프보다는 암벽을 잡고 올라야 한다.

▲ 가이드테니3의 스텔스 C4 아웃솔 덕분에 미끄러짐 없이 산행할 수 있었다.
암벽을 타고 하늘에 오르다

하늘이 더없이 맑았다. 흘러가는 구름은 정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암벽에 오르기도 전에 암벽과 숲의 틈으로 보이는 하늘에 이미 정신을 빼앗겼다. 산에 오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설렘과 기대가 팔다리에 힘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하나도 둘도 안전! 조심스럽게 첫 번째 바위를 움켜쥐었다.

맨 처음 구간은 릿지 경험자에겐 로프 없이도 오를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일행은 워밍업으로 안전점검도 할 겸 선등자가 연결한 로프를 잡고 올랐다. 햇살이 워낙 강해서 암벽에 오르자마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신발이 암벽에 착착 달라붙어 오르는 재미는 보통이 아니다. 가이드테니3는 기존 모델보다 토우가 강화돼 발의 앞꿈치만 암벽에 살짝 걸칠 수 있어도 절대 미끄러지지 않았다.

몸이 풀리면서 속도가 붙었다. 금방 몇 구간을 올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탄성이 절로 났다. 하늘이 열려 사방이 눈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좌측으론 권금성이 코앞이다. 케이블카가 내리쬐는 태양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며 하늘 위를 떠다닌다.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저 멀리 속초 시내까지 조망됐다. 그 너머 동해의 푸름도 한 폭의 그림 같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던 한반도와는 또 다른 눈높이다. 신선이 보는 설악산이 이런 느낌일까. 눈앞을 가리는 것이 하나 없으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다. 앞으로 어려운 구간이 많은데 릿지에 대한 두려움이 단박에 사라졌다.

▲ 릿지에서 선등자의 역할은 배의 선장과 비행기의 기장과 같다.

아름다움이 크면 아쉬움도 크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날이 선 칼처럼 하늘 위로 날카롭게 뻗어 오른 바위능선이 나타났다. 이런 구간을 칼 같은 릿지 구간이라 하여 실제 나이프릿지라고도 부른다. 발을 디디는 양옆이 낭떠러지라 자칫 아래라도 내려다보면 덜컥 겁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릴만한 코스다.

난이도는 노적봉이 올려다보이는 구간에서 최고조가 된다. 설악산 릿지 구간 중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이 초급자 코스라지만 절정에서 힘든 건 매한가지다. 선등자가 확보해준 로프에 등강기를 걸고 오르는데 여간 어렵지 않다. 몇 번을 오르려다가 결국 실패하니 긴장이 돼서 더 아등바등했다. 결국 팔다리 여기저기가 긁히고, 까졌다. 결국 그렇게 올랐다.

여기서 노적봉은 금방이다. 로프 없이도 걸어서 오를 수 있었다. 노적봉에 오르니 건너편으로 토왕폭포가 장관을 이루며 형상을 드러냈다. 마치 한 마리 거대한 용이 거친 암벽을 타고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물줄기에 힘이 넘쳐난다. “우와!” 숨은 비경을 마주한 듯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사실 설악산을 찾는다고 해도 토왕폭포는 아무나 볼 수 없으니 일행에겐 수고한 자의 꿀맛 같은 선물이었다.

이제 하산.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의 하산은 보통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가다가 마지막에서 하강으로 마무리한다. 물론 날머리까지는 다시 걸어서 가야 한다. 산행은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 사고가 더 잦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릿지처럼 미끄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산행에서는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

가이드테니3는 스텔스 C4(STEALTH C4) 아웃솔을 채택해 가벼운 흙길은 물론 거친 암벽에서도 완벽한 마찰력을 보여줬다. EVA미드솔 역시 발의 압력을 적당히 분산시켜 릿지뿐 아니라 길을 걸을 때도 하이킹화처럼 발을 편안하게 해줬다.

5.10 가이드테니3

릿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파이브텐(5.10)이다. 이 브랜드의 설립자이면서 대표인 찰스콜(Charles Cole)이 클라이머 출신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의 클라이밍에 대한 애착이 제품으로 이어져 오늘날 파이브텐을 있게 한 건 릿지화를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부분이다.

파이브텐의 스테디셀러 가이드테니의 신모델 가이드테니3는 찰스콜의 열정을 담아 전설을 이어가는 모델이다. 이 제품은 먼저 기존 모델보다 토우와 힐, 가죽, 미드솔이 강화되어 내구성이 좋아졌다. 덕분에 릿지 클라이밍, 인공등반은 물론 하이킹까지 가능한 전천후 슈즈로 거듭났다. 안감은 샌드위치 메쉬를 사용해 착용감과 통기성을 높였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뒤꿈치는 활동 시 완벽한 편안함을 제공한다. 누벅가죽에 DWR(Durable Water Repellent) 처리를 하여 물이 스며들지 않게 처리했다. 더욱 민감해진 토우는 암벽화처럼 완벽한 엣징을 제공한다. 압축성형 EVA미드솔은 릿지 뿐만 아니라 하이킹에도 적합하게 설계되었다. 이 제품에 적용된 스텔스 C4는 마찰저항이 높고 단단해 암벽화에 많이 쓰이는 파이브텐의 대표 아웃솔이다. 가격 15만9000원 문의 호상사 02-749-0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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