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와 로시니의 무대
콜럼버스와 로시니의 무대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10.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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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세비야

역사 속 모험과 탐험의 시발점, 세비야
만약 스페인 역사에서 항구도시 세비야를 뺀다면 어떨까? 아마 역사 속 신대륙 탐험에 대한 이야기가 멈출 것이다. 생생한 역사가 만들어 놓은 세비야는 이면에 훌륭한 예술을 숨겨 놓은 도시다. 도시의 모든 골목이 매력적이고 정열적이다.

지금으로부터 520년 전,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기 위한 지름길을 찾던 중, 인류 최초로 유럽 앞바다에서 서해로 떠난 항구가 바로 스페인 세비야다. 세계 최초로 지구를 한 바퀴 일주한 마젤란의 출발지도 세비야다. 스페인 무적함대의 기지 역시 세비야였다. 결국, 세비야는 역사 속 모험과 탐험의 시발점이자 세계의 문물 집합소였다.

세비야에 발을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페인 정열의 상징, 플라멩코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경쾌한 기타반주에 발바닥으로 나무 바닥을 탁탁 치는 절도 있는 탭댄스가 한창이다.

손가락 하나하나의 음률과 튕기듯 움직이는 율동, 배꼽까지 바짝 올려 금실로 요란하게 장식한 검정 바지의 남자 댄서가 열정적인 춤을 추고 있었다. 격정적 고음의 순간, 절정의 순간에는 손뼉까지 치며 치달아 오른다. 관중도, 가수도, 기타리스트도, 댄서도 모두 하나가 된 광경이 넋을 잃게 했다.

▲ 세비야는 역사 속 모험과 탐험의 시발점이자 세계의 문물 집합소였다.
▲ 콜럼버스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네 명의 당시 왕이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그의 관을 들고 있다.

콜럼버스의 시작과 끝이 있는 곳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으로 지금까지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의 항해가이자 탐험가. 세종대왕이 돌아가신 이듬해인 1451년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부터 지구는 둥글다고 믿으며 자랐다. 그래서 이베리아 반도, 즉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서 계속 서쪽으로 항해하면 인도나 중국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콜롬버스의 오판은 대서양을 지나면 아메리카와 태평양이 있는 걸 몰랐을 정도로 지구가 작다고 생각한 것. 자신의 고국 이탈리아 역시 지구는 둥글다는 그의 주장이 신빙성 없다며 항해에 대한 투자를 거부했다. 하지만 오직 스페인 이사벨 여왕만이 그의 말을 믿었다. 결국, 이사벨 여왕의 전폭적 지원으로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찾았다. 그러나 그의 공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사벨 여왕이 죽자 남편과 대신들은 콜럼버스의 지위와 재산을 몰수했고 그는 노후를 이곳 세비야에서 보냈다. 그는 유서에 ‘내 발을 절대 스페인 땅에 묻지 말라’고 할 정도로 스페인을 저주했다.

결국, 유언대로 그의 무덤은 도미니카에 매장되었다. 하지만 이후 쿠바로, 다시 일생일대의 활동무대였던 세비야의 대성당 안으로 오게 됐다. 그의 유언을 지키고자 고육지책으로 네 명의 당시 왕이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관을 들고 있어 결국 그의 발은 스페인 땅에 묻어지지 않는 셈이 되었다.

세비야 대성당은 성베드로 성당과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크다. 축구장보다 더 큰 성당 안 구석구석에는 수많은 왕이 잠들어 있다.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로 장식된 화려함과 웅장함은 그 옛날 전 세계를 무대로 막강한 해양제국을 이룩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 생생한 역사가 만들어 놓은 세비야는 이면에 훌륭한 예술을 숨겨 놓은 도시다.
▲ 도시의 모든 골목이 매력적이고 정열적이다.

▲ 스페인 정열의 상징, 플라멩코 공연.
라스깔라 로시니의 명작 ‘세비야의 이발사’

지금부터 200년 전 로마의 한 극장에선 스물네 살의 젊은 작곡가 로시니의 초연이 열렸다. 제목은 ‘세비야의 이발사’였다. 이 한 곡으로 로시니는 현존하는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바리톤으로 노래하며 힘차게 세비야 골목길을 걸어가는 피가로의 극 중 인물을 해학적으로 그려 놓은 그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음악은 오늘날까지 찬양받고 있다.

로시니의 작품에 나오는 신비한 세비야의 골목길은 지금도 탱탱한 얼굴에 주름 하나 없는 듯 매력을 발산한다. 탐험가 콜럼버스와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를 탄생시킨 로시니. 이들은 자신들의 살아생전 무대였던 세비야에 영원의 날개를 달아 주었고 그 세비야는 인류의 예술과 미지의 탐험이란 새로운 하나의 획을 긋는 위대한 비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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