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익어가는 캠프장에서…
여름이 익어가는 캠프장에서…
  • 아웃도어뉴스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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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Letter

한창 빗줄기를 뿜어대는 장마가 이 여름의 땅에 시원함을 선사한다. 나뭇잎과 함께 캠프장을 녹색으로 물들이던 잔디는 이 장마가 지나고 나면 한껏 자라 있을 것이다. 더불어 녹음에 젖은 캠프장에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더욱더 응달진 땅으로 찾아가야 할 것이다.

여름이 익어가는 캠프장은 휴가철 손님맞이를 위해 한껏 분주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도 더 설치하고 개수대의 수도꼭지도 역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전기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보니 누전이나 과열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전기 시설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사실 캠핑은 기계적인 문명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인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는 일이다. 헌데 우리의 캠핑은 아직도 그 문명적인 이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캠프장을 관리하며 놀란 모습은 선풍기와 전기밥솥까지 들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숲은 광합성 작용을 하며 주변의 열기를 빼앗아가기에 늘 숲속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낀다. 또한 나뭇잎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는 삼림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것이다. 헌데 그마저도 문명의 이기가 편했는지, 전기 콘센트에 릴선을 연결해 선풍기를 켜고 있었다. 거기에 전기밥솥까지 사용하는 사람들, 아마 트렁크에 여유가 있었다면 냉장고까지 챙겨오지 않았을까?

캠핑은 빠름만을 강조하는 일상의 디지털 세상이 아니라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는 아놀로그식 생활이다. 때문에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은 다소의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을 발견하곤 한다. 문명과 전자식 장치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캠핑은 디지털 생활의 연속이다. 그것은 휴식이나 자연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단지 장소를 옮겼을 뿐인 셈이다.

캠프장에서 여기저기 걸려오는 전화통에 매달리고 온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내일의 업무를 걱정하고 고객과의 일을 걱정한다면 그것은 계속되는 업무의 연속일 뿐, 캠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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