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돌려라, 전기가 생길지니
과학수업|돌려라, 전기가 생길지니
  • 서승범 차장|사진제공 (주)아성
  • 승인 2015.10.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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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돌이전류 혹은 와전류

시작은 자전거였다. 타다 보면 밤에 탈 일이 많아지고, 앞뒤로 등이 필요해졌다. 등을 고를 때 고민할 두 가지는 어느 정도 밝기로 할 것이냐, 전원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다.

▲ 자전거에 장착한 매그닉 라이트, 라이트와 자전거 림 사이에 카드가 끼워진 것을 볼 수 있다. 접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원은 건전지와 충전지 둘 중 하나다. 어쨌거나 장거리 라이딩을 가면 건전지를 넉넉하게 준비하거나 충전할 장치들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러던 차에 어렸을 때 봤던 자전거의 발전기 조명이 떠올랐다. 발전기를 바퀴에 대면 마찰에 의해 발전기가 돌아가고 전조등에 불이 들어왔던. 하지만 업힐에서 마찰은 브레이크나 다름없다. 전원을 자체 생산해서 공급할 수 있되 바퀴와 마찰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찾아보니 있다. 맴돌이전류를 이용한 LED 자전거등! 독일에서 개발된 매그닉 라이트라는 제품이다.

▲ 저 작은 등 안에 강력한 자석을 넣어 와전류를 일으키고 전기를 만들어 빛을 낸다.

일단 전자석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구자석과 달리 전기가 통하면 자석이 되고 전기를 끊으면 자성이 사라지는 게 전자석이다. 즉 전기가 자성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그 역도 성립할까? 자성이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아라고의 원판’이라는 실험이 있다. 구리원판을 실에 매달고 바로 밑에서 막대자석을 회전시키면 구리 원판이 따라 돈다. 원판의 소재가 구리인 이유는 자석에 붙지 않으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자성에 끌리지 않는 구리가 자석을 따라 도는 건 왜일까? 자석이 회전하는 속도가 달라지면서 구리 원판에 유도전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요컨대, 도체를 지나는 자석의 속도가 달라질 때 도체 내부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유도전류가 생기는데 이를 맴돌이 전류라고 한다. 소용돌이를 뜻하는 에디 커런트라 하기도 하고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푸코 커런트라고 하기도 한다.

▲ 매그닉 라이트 내부에 있는 6개의 네오디뮴 자석. 림이 회전하면서 여기에 와전류를 만든다.

자전거로 돌아오자. 자전거가 회전을 하면 제너레이터 내부의 자석은 와전류를 발생시키고 이 전류를 이용해 LED 등을 밝히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예전에 타이어와 마찰을 일으켜 제너레이터 안 모터를 회전시켜 전기를 발생시켰지만 이제는 와전류를 이용해 마찰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랜선을 꽂아 즐기는 인터넷을 무선 인터넷으로 즐기는 셈이다. 중요한 건 이제 건전지든 충전지든 전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피 같은 나의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도 없다. 원리는 그렇다 치고, 자세한 제품 사용기는 다음 달에.

▲ 라이트의 밝기는 자전거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5m 전방은 쉽게 밝힐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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