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매장·SPA 브랜드들이 유통망을 위협하고 있다”
“아울렛 매장·SPA 브랜드들이 유통망을 위협하고 있다”
  • 김경선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10.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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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가 보는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②

매년 고공성장을 해오던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그동안 아웃도어 업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급변하는 아웃도어 시장의 중심에서 이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이가 있다.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가 말하는 한국의 아웃도어 산업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는 “SPA 브랜드가 아웃도어 시장에 타격을 준 건 분명하다”며 “고가의 브랜드 옷을 사서 몇 년 간 입느니 저렴한 SPA 브랜드 제품을 매년 사 입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소비심리의 변화를 피력했다.

앞으로의 유통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아울렛으로 인해 큰 변화가 생길 거에요. 이미 많은 대리점들이 위기를 맞고 있어요. 2018년이 되면 전국에 롯데아울렛이 40개가 된다고 해요. 롯데백화점이 전국에 33개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향후 유통의 판도를 바꿀만한 시도죠. 롯데가 하는데 신세계와 현대가 지켜만 보고 있진 않겠죠. 이미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 대리점이 아울렛에 고객을 뺏겼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 둘러볼 수 있는 대리점과 여러 브랜드를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는 아울렛 중 어디가 좋을까요. 당연히 아울렛이겠죠. 더욱이 아울렛이라고 하면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다’라는 인식이 있으니 소비자들이 당연히 선호하겠죠.

해외 브랜드들은 유통에는 거의 손을 안 댄다고 들었는데요.
맞아요.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네파·블랙야크·케이투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분야를 관리해요. 반면에 유럽 브랜드들은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정도죠. 유통에는 거의 손대지 않아요. 이런 이유로 한국의 아웃도어 비즈니스는 규모가 훨씬 크고 복잡하죠. 해외에서 유명한 브랜드들이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 규모만 보고 ‘우리 브랜드력 정도면 잘 되겠지’하고 쉽게 생각했다가 큰코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이 성장하려면 트렌드를 주도해야하는데 지금의 트렌드는 더 이상 ‘아웃도어’가 아니에요. ‘아웃도어’를 대체할만한 강력한 흐름이 아직까진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찾자면 캐주얼이죠. 트렌드가 바뀌니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판매율은 떨어지는데 브랜드들은 이미 커져버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성기 시절만큼 물량을 찍어내요. 그런데 팔리질 않으니 세일상품이나 매대로 옮겨지죠. 소비자는 이제 ‘제값 주고 아웃도어 제품을 사는 건 낭비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
SPA 브랜드의 인기도 무시할 순 없잖아요.
물론이죠. SPA 브랜드가 아웃도어 시장에 타격을 준 건 분명해요. 특히 유니클로는 경량 다운재킷이나 플리스 재킷을 저렴하게 출시하면서 아웃도어 고객들을 많이 흡수했어요. 아웃도어도 끊임없이 유행이 변화하는데, 고가의 브랜드 옷을 사서 몇 년 간 입느니 저렴한 SPA 브랜드 제품을 매년 사 입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어요. SPA 브랜드의 경우 로고도 노출하지 않잖아요. 소비자의 심리를 잘 활용하고 있어요.

언론도 아웃도어에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죠.
불경기 속에서도 아웃도어 시장은 호황이다 보니 언론들이 저격하기 시작했어요. 노스페이스의 ‘등골브레이커’가 한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해당 브랜드뿐만 아니라 고가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죠. 또 오랜 시간 아웃도어 시장의 매출을 이끌던 고어텍스도 한동안 언론의 표적이 되면서 판매율이 급감하기도 했고요.

하그로프스코리아를 맡은 지 5년이 됐는데요. 한국에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성과라고 생각하는 점과 아쉬운 점이 있나요?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하그로프스가 처음부터 백화점과 대리점, 전문점 3개 유통을 동시에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다른 해외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죠. 2011년 4월1일에 부임해 2012년 8월23일에 공식 론칭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사와 끊임없이 협의해 얻은 결과죠. 물론 한정된 인원과 자본으로 세 가지 유통을 한 번에 시작했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한국에 현지화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점은 아쉬워요. 다행히 내년부터는 아시안핏을 제작해 한국에서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동안 계속적으로 현지화 제품에 대한 필요성을 본사에 어필한 결과죠.

해외 브랜드의 향후 국내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2013년 이후 아웃도어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어요. 자본력을 갖춘 국내 상위 브랜드들도 울상을 짓는 요즘, 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들의 상황은 더욱 안 좋죠. 국내 브랜드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톱스타를 내세운 TV광고를 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반면 해외 브랜드는 마케팅 비용에 여력이 없어 브랜드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어요.

제품이 현지화 되지 않는 점도 문제에요. 하그로프스뿐만 아니라 마무트나, 아크테릭스, 몬츄라 등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주시장이 유럽이나 미주 지역이기 때문에 대다수 제품의 사이즈부터 디자인까지 서양인들의 기준에 맞춰져 있거든요. 한국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착용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한국 현지법인뿐만 아니라 디스트리뷰터들도 브랜드 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을 계속적으로 출시하지 않으면 브랜드를 대중화시키기는 힘들다고 봐요.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브랜드로 남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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