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가 트렌드인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아웃도어가 트렌드인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 김경선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10.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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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가 보는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①

매년 고공성장을 해오던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그동안 아웃도어 업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급변하는 아웃도어 시장의 중심에서 이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이가 있다.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가 말하는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는 “시장이 성장하려면 트렌드를 주도해야하는데 지금의 트렌드는 더 이상 ‘아웃도어’가 아니”라며 “트렌드가 바뀌니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고 소비자들이 SPA 브랜드나 캐주얼 브랜드로 많이 옮겨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어코리아 세일즈부터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까지 꽤 오랜 시간 아웃도어 업계에 종사하셨네요.

2003년에 고어코리아에 입사해 국내 브랜드 세일즈를 했어요. 2011년 4월에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로 부임해 지금까지 횟수로 벌써 13년째네요.

그동안 아웃도어 시장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죠.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아웃도어’라는 개념조차 잡히지 않았던 시기에요. 대신 ‘등산’이라는 말이 지배적이었죠. 그러던 것이 ‘아웃도어’나 ‘트레킹’, ‘하이킹’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하더니 시장이 커지더군요. 그때부터 길거리에서 아웃도어 제품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너도나도 아웃도어 옷을 입고 다녔죠.

제가 처음 기자 일을 시작했던 때가 2006년이었는데, 그때도 등산복은 대부분 검은색이었어요.
맞아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등산복은 검은색 일색이었죠. 그러던 것이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컬러와 디자인이 변했어요. 색은 화려해지고, 절개는 많아졌죠. 한동안 강렬한 컬러의 절개선이 많은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어요. 그런데 옷이라는 것이 유행을 타잖아요. 다소 복잡한 디자인의 옷들이 어느 순간 식상해지는 순간이 오죠. 절개선이 난무한 디자인 대신 심플하고 톤 다운된 컬러의 옷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어요. 이제는 캐주얼이 대세죠.

▲ 정광호 하그로프스코리아 대표.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 제품의 차이점이 있나요?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해볼게요. 해외 브랜드 관계자들은 “한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은 라벨만 떼면 구별이 안 된다”고 말해요. 디자인의 차별화가 크지 않다는 거죠. 브랜드 색깔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요. 카피에 익숙한 점도 문제죠. 반면에 유행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점은 충분히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유럽 브랜드들은 각자의 색깔이 분명해요. 예를 들어 세계 3대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하는 하그로프스나 마무트, 아크테릭스의 경우 라벨을 가려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해요. 디자인이 다르고 선호하는 컬러도 약간 다르거든요.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과 오랜 역사가 제품에 묻어나기도 하고요.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국내 브랜드의 강점도 분명히 있죠.
유명 해외 브랜드들도 글로벌 경영을 하지만 전세계 매출 규모를 다 더해도 국내 톱 브랜드 단일 매출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요. 마무트 글로벌 매출이 4천억원 정도로 알고 있어요. 하글로프스는 1천5백억 정도 하죠. 그런데 코오롱스포츠의 지난해 매출이 6천억원이 넘어요. 아무리 디자인과 품질, 브랜드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매출 규모부터 압도적인 국내 브랜드와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죠.

한국 시장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에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에 따라 발 빠르게 제품을 공급하니 현지화가 잘 되지 않는 해외 브랜드들이 동등하게 싸우기 힘들죠. 국내 브랜드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실력이 월등해요. 비즈니스 파워로만 본다면 해외 브랜드보다 국내 브랜드가 훨씬 셉니다. 세련된 비즈니스를 펼쳐요.

불과 10여 년 사이에 아웃도어 시장이 급변했습니다.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세요?
유통이죠. 2003년 무렵부터 아웃도어 유통의 주축이던 전문점 비즈니스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당시 코오롱스포츠와 노스페이스 정도가 대리점 유통을 하던 시기였는데, 이때 케이투가 가세해 약 1년 간 100여 개의 대리점을 열었어요. 이후 아웃도어의 판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블랙야크, 밀레 등의 브랜드가 전문점에서 대리점 유통으로 전환했죠. 과거에 아웃도어 전문점이 몰려있던 남대문시장에서 이제 더 이상 전문점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종로에도 많지 않은 수가 살아남은 정도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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