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영화, 좋아하세요?
  • 서승범 차장|사진 김해진 기자|장비협찬 이노아이오
  • 승인 2015.10.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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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 SERA SERA|가을 캠핑엔 괜찮은 영화 한 편

캠핑과 영화는 제법 잘 어울린다. 육체적인 노력을 크게 들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다, 어떤 캠핑은 어지간한 중노동 뺨 때릴 정도로 힘들다는 걸. 다만 여기서는 치고 걷을 때의 수고로움이 아니라 친 후 걷기 전까지의 여유로움을 말하는 거다. 사실 그거 만끽하자고 이고 지고 가는 것 아니겠는가.

▲ 사람 없는 캠핑장에서 맞는 가을밤, 영화만큼 근사한 것이 또 있을까.

캠핑을 하면서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장비. 주먹만한 핸드폰 화면에 머리 콕 박고 볼 것 아니라면 넓은 화면에 영상을 투사할 빔 프로젝터와 그 빔을 받아낼 스크린이 있어야 한다. 일단 빔 프로젝터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밝으면 선명하다. 지난달에 에디터스픽으로 가지고 놀아봤던 이노아이오의 빔프로젝터 에어셀을 챙겼다. 장비를 보면 만지고 싶고 영화를 보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캠핑을 하며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스크린은 별도의 전용 스크린을 마련해도 되고 하얀색이나 밝은 회색 타프를 수직으로 세워 활용해도 좋겠다.

▲ 영화를 보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캠핑장은 오지 캠핑장이 좋다. 인공적인 불빛이 적어야 제대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주변에 사람이 적어야 빛과 소리로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을 땐 볼륨을 줄이거나 헤드폰을 끼고 듣지만 영화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볼륨을 제법 올려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우리만 알고 있는 비밀기지 같은 캠핑장으로 향했다.

아, 꼭 챙겨야 할 준비물 리스트다. 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있으면 영화는 볼 수 있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준비물이 더 필요하다. 목을 기댈 수 있는 릴렉스 체어, 제법 쌀쌀한 밤바람에 대비한 두툼한 담요(없으면 침낭도 좋다).

혹 비가 오거나 추위를 탄다면 텐트 안에서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매트리스 깔고 침낭 덮고 누워서 텐트 천장 벽에 빔을 쏘면 텐트는 그새 작은 극장이 된다. 백패킹 텐트라면 내부 공간이 좁아 화면을 아주 큰 크기로 볼 순 없지만 그만큼 또렷하고 선명하다.

누워서 영화 보는 맛

반사거울이 있으면 ‘영캠’의 맛이 두 배
누워서 천장에 비친 화면을 보는 맛은 새롭다. 마음 같아서는 칠흑처럼 까만 하늘에 쏘고 싶지만 막히는 게 없으니 불가능. 대신 타프나 텐트 천정에 쏘는 것은 어떨까?

프로젝터와 스크린의 거리가 가까우면 화면의 크기가 작아지지만 대신 선명해진다. 시야각이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너무 화면이 커도 보기 어렵기도 하고. 문제는 화면의 크기가 아니라 빔을 위로 쏘는 방법이다. 카메라 삼각대가 있다면 거기에 연결해서 쓸 수도 있지만 실내에선 번거롭고 번들로 제공되는 삼각대나 받침대는 프로젝터를 세울 수 없거나 있어도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에어셀은 프로젝터를 두고 빛을 꺾는 방법을 택했다. 빔프로젝터 앞에 45도로 거울을 달아 간단히 해결. 심지어 다는 방법은 더 간단하다. 작은 홈을 파 자석을 넣었다. 간단한 소품 하나로 영화 캠핑의 맛이 몇 배 좋아졌다.

장비 준비가 반이라면 영화 선정이 반이다. 오늘의 영화는 ‘어메리칸 셰프’. 존 파브로 감독의 2014년 영화다. 존 파브로가 누구? 일행이 묻기에 ‘아이언 맨’ 1편과 2편의 감독이라고 얘기해줬다. 감독이지만 배우이기도 하다. ‘어벤져스’에도 나왔고 무엇보다 ‘어메리칸 셰프’의 주인공이다. 외모도 연기도 전혀 감독스럽지 않다. 포털 사이트 영화 정보에는 코미디 영화라고 되어 있다. 여러 번 배꼽을 잡고 웃었으니 코미디인 건 맞지만 로드 무비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가족영화이기도 하고 음식영화이기도 하지만 이건 로드무비다. 길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삶의 재미들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니까.

사실은 진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 배급될 예정도 아직까진 없어서 구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함께 한 일행도 너무 기대하고 있는 영화기에 예고편으로 준비했다. 제대로 된 영화관이라면 예고편도 한두 편 정도는 틀어주니까. 그 영화는 ‘어 워크 인 더 우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닉 놀테가 주연이다. 캠퍼라면 주연배우보다는 빌 브라이슨의 원작이 더 친숙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나를 부르는 숲>으로 번역되었다.

▲ 텐트 안 영화관의 예고편 상영. 로버트 레드포드와 닉 놀테 주연의 ‘어 워크 인 더 우즈’

이 영화 어때요?

가족과 함께라면 ‘어메리칸 셰프’
스타 셰프 칼 캐스퍼의 푸드 트럭 도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웃기고, 셰프 아빠와 여덟 살 아들의 로드 무비.라고 하기엔 스크린 속 요리들이 침샘을 자극한다. 더스틴 호프만과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가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감칠맛을 더한다. 아, 귀엽기 짝이 없는 아들 엠제이 안소니는 나오는 영화마다 찾아볼 것 같다. 쿠바식 샌드위치와 텍사스식 바비큐는 기필코 맛을 보고야 말 테다. 어쨌거나 훈훈하고 유머도 있고 해피엔딩이어서 가족영화로는 딱!

연인과 함께라면 ‘비포’ 시리즈
‘비포 시리즈’라 함은 ‘비포 선라이즈’, ‘비포 미드나잇’, ‘비포 선셋’을 말한다. 세 편의 영화 중 한 편도 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연애세포는 고사 직전일 것이다. 날씨 좋은 가을에 몰아서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무슨 내용이냐.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내려 밤을 지새고(‘비포 선라이즈’) 재회를 약속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 만나다가 우연히 만나(‘비포 선셋’) 결혼을 한다는(‘비포 미드나잇’) 얘기다. 상투성 충만하지만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만나면 다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언어의 정원’
내용은 특이하면서도 평범하다. 다카오는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비 오는 날 학교 수업을 빼먹고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 스케치를 하러 갔다가 한 여인을 우연히 만난다. 유키노. 걷는 법을 잊어버린 유키노를 위해 다카오는 구두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이 이야기가 잔잔한 영상미과 좋은 영화음악을 만나 특별해진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비 오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고 싶어질 것이다. 가을비 내리는 날 타프 아래에서 보면 참 좋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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