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스포츠는 항상 똑같은 상태의 도구를 사용하죠.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모양도, 무게도, 상태도 일정합니다. 기구가 낡으면 최신 제품으로 교환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인지라 시시때때로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사람과 동물이 호흡을 맞추는 유일한 스포츠, 승마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을 해볼까 합니다.
훈련이 곧 치료다
사실 말을 타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고 새 말을 구입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기구처럼 사용하는 승마는 진정으로 ‘말과 호흡을 맞춰 퍼포먼스를 구현해내는’ 의미의 승마는 아닙니다. 저 같은 프로페셔널 선수들은 더더욱 경계해야 하는 자세이고요. 저의 승마 철학은 ‘말의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여 최고의 호흡을 맞추는’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함께하는 말들이 저로 하여금 악습을 고쳐 ‘변화’를 일으키고 환상의 호흡으로 좋은 경기 내용을 이루었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물론 그 과정은 길고 힘듭니다. 저와 말의 훈련과정은 ‘훈련’인 동시에 ‘치료’입니다.
처음 말을 만나면 ‘이놈이 어디가 아프고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눈빛부터 모든 움직임을 살펴보죠. 말은 움직임으로만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 때문에 수도 없는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해서 문제점을 잡고 고쳐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선 주변 동료와의 상의, 수의사의 조언 장제사의 조언 관리사의 조언 등 여러 전문가의 내용이 더해집니다.
마침내 말의 눈빛이 선해지고, 움직임도 눈에 띄게 달라졌을 때 “내 판단이 맞았구나! 내 훈련 과정이 맞았구나!”라는 느낌은 아마도 의사가 불치병 환자를 치료했을 때의 쾌거에 비유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말의 ‘변화’를 여러분도 한번 맛보게 되면 헤어 나오지 못할 중독을 느낄 것입니다. 이게 바로 승마의 매력이죠.
정직한 말은 가장 훌륭한 스승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승마는 유일하게 살아있는 동물과 호흡을 맞춰 움직이는 스포츠입니다. 단언컨대, 내가 오늘 장애물을 모두 무감점으로 넘고 어제는 100cm를 넘었는데 오늘은 110cm를 넘었다고 무조건 승마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큰 오산입니다.
말이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겼다면 그것은 나 혼자 이뤄낸 결과일 뿐 말과 호흡을 맞춰 이뤄낸 결과는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저 좋은 차를 사서 그 차의 기량을 충분히 사용하고 엔진이 나빠지면 팔아버리는 행위와 같을 뿐입니다.
운동이 끝난 후, 예쁘다 쓰다듬어주고 당근을 주고 마방에 넣는 것만이 말을 위한 애정표현이 아닙니다. 말에게 필요한 건 무리가 가지 않도록 후조치를 해주는 것이고 이것이 진정한 승마의 마무리입니다.
말은 보기보다 여린 동물이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에 충격을 받으면 좀처럼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말과 대화하는 기분으로, 말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면서 집중력을 가지고 기승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오늘 내가 타고 있는 말이 어제보다 나빠졌으면 지금 나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 나아졌으면 나의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를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정직한 말은 바로 여러분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