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 기화는 주변을 시원하게 한다
과학수업 | 기화는 주변을 시원하게 한다
  • 서승범 차장|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8.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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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상태 변화와 흡열/발열 반응

흔히 가스버너는 ‘겨울엔 쥐약’이라는 말을 한다. 부피도 작고 화력도 좋아 봄부터 가을까지는 편리하게 쓸 수 있지만 겨울엔 화력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 아는 이야기다. 액체 상태인 가스가 기체로 바뀌면서 즉 기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가는데 추운 겨울에는 주변의 온도 자체가 낮기 때문에 기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 또한 대부분 아는 얘기다. 그래서 가스통 주변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커버로 덮기도 하고 온수에 담그기도 한다. 사실 이른 봄과 늦은 가을 역시 마찬가지긴 하다. 과학수업이니 이것만 기억하자, 기화는 열을 흡수한다.

▲ 가스 스토브를 오래 사용하면 기화열 때문에 연료가 남은 부분에 이슬이 맺힌다.

학교 다닐 적에 물질의 상태 변화에 대해 배웠다. 물질의 상태란 고체 액체 기체다. 상태 변화란 고체가 액체로 되거나 기체가 고체로 되는 변화를 말한다. 물을 예로 들면 얼음은 고체, 물은 액체, 수증기는 기체다. 물을 수증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끓여야 한다. 열을 흡수해야 액체가 기체로 바뀐다는 거다. 가스 스토브 이야기와 같은 얘기다.

▲ 수건에 물을 계속 적시면 맥주는 계속 시원해진다.
반대는 어떨까? 수증기가 김으로 바뀌는 것. 목욕탕의 뿌연 실내에 들어서면 후끈 열기가 느껴진다. 뜨거운 물을 탕에 받아뒀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뜨거운 물에서 나온 수증기가 목욕탕의 찬 공기를 만나 미세한 물방울인 김으로, 그러니까 기체가 액체로 바뀌면서 열을 방출한다. 기체가 액체로 바뀌는 액화는 발열반응이란 거다.

참고로 말하자면 고체→액체(융해), 액체→기체(기화), 고체→기체(승화)는 열을 필요로 하는 흡열반응이다. 얼음을 끓이면 물이 되고 수증기가 되는 걸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액체→고체(응고), 기체→액체(액화), 기체→고체(승화)는 열을 방출하는 발열반응이다.

겨울에 가스 스토브를 사용하다 보면 자연현상에 불과한 기화현상이 미워지기도 한다. 물이 늦게 끓는 만큼 나는 덜덜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엔 기화현상이 고마워지기도 한다. 얼음 가득한 아이스박스도 없고 시원한 계곡도 주변에 없을 때 미지근한 맥주에 젖은 수건을 감싸두면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수건의 물기가 증발하면서 맥주의 열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햇살이 무지하게 뜨거웠던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미지근한 맥주를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기화열 덕분이었다. 심지어 태양이 뜨거울수록 빨리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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