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맛, 테루아
와인의 맛, 테루아
  • 글 진정훈 소믈리에 |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널
  • 승인 2015.08.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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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자연의 맛 고스란히 담아내는 내추럴 와인

프랑스어로 테루아Terroir란 포도 성장 과정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연 환경을 일컫는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테루아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사람이 포도 재배 과정이나 양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첨가물을 테루아를 해치는 요소로 보는 운동도 일어났다.

▲ 앙리 밀랑의 S&X와 르 발롱, 헤장에 랑쥬 Bran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크게 둘로 나누면, 포도밭에서 포도를 기르는 과정과 그 포도로 양조를 하는 과정이 있다. 포도밭에서 포도를 기를 때, 허용된 양 안에서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는 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수확 전 1~3개월 전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양조과정에서 별도의 과정을 거치면 와인에서 농약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법적인 규제 내에서 포도를 기르는 방식이다.

소량의 농약이나 비료가 인체에는 무해하더라도 매년 사용하면 땅에 있는 유기질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포도나무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수평이나 땅 위로 올라간다. 참고로 포도나무 뿌리가 땅 속 깊이 들어가야 포도가 여러 층의 캐릭터를 가져갈 수 있다. 포도가 그 땅의 테루아를 가져가기 어려워지면, 다양하고 맛있는 와인을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최근 프랑스 농민들의 시각이다.

▲ 알렉상드르 방Alexandre Bain 오너
▲ 알렉상드르 방Alexandre Bain 숙성탱크

포도를 양조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인체에 무해할 만큼 소량의 첨가물인 타닌, 오크칩 등을 사용하여 매년 꾸준히 그리고 균일한 퀄리티의 와인을 생산한다면 누구나 싸고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대량 생산을 위한 방법이지, 테루아를 반영하는 부분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자국 내 와인이 가지고 있는 테루아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이들은 방송 말미에 비오디나믹Biodynamic이나 내추럴 와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공 첨가물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연이 주는 환경만으로 와인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와인을 매일 물처럼 마시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라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이런 움직임이 생길 수 있는 듯하다. 와인 자체로 목적을 회귀해서 진실한 맛을 음미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부럽다.

▲ 알렉상드르 방Alexandre Bain 포도밭 토양
▲ 알렉상드르 방Alexandre Bain 알콜발효 모습

파리의 레스토랑에서는 이미 비오디나믹과 내추럴 와인을 취급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비오디나믹과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방식의 와인 재배 방식인데, 양을 포기하고 질을 선택하기 시작한 와인들이 얼마나 맛있는지 프랑스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맛보길 권한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서래마을의 한 곳에서만 맛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내추럴 와인으로는 필립 장봉Philippe Jambon, 알렉상드르 방Alexandre Bain, 앙리 밀랑Henri Milan, 세바스티앙 히포Sebastien Riffault, 헤장 에 랑쥬raisin et l'ange, 끌로 마쏘뜨clos massotte, 레 떼르 프로미스les terres promises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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