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나에겐 서핑!
꿈속에서도, 나에겐 서핑!
  • 이지혜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이나라 제공
  • 승인 2015.08.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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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서퍼

첫 기억은 두 살이다. 엄마의 발등을 방석 삼아 파도 위에 떠 있었다. 바람은 따뜻했다. 엄마가 딛고 있던 서프보드는 나만의 요람이었다. 그렇게 18년을 바다 위에서 살았다. 이제는 한국을 떠나 발리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직접 두 발로 서프보드를 디디며 말이다.

반가워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이나라 입니다. 1997년생이에요. 지금은 발리에서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나 봐요.
인터뷰는 생소해서 어색하네요. (웃음)

수상 내역이 화려해요.
14살 때 처음 국제대회에서 3위를 했어요. 부산과 제주에서 열리는 여자오픈에서는 지난 2014년까지 1위를 내줘본 적이 없어요. 작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서핑대회에서는 4위를 했죠.

국내 여자 서퍼 중 단연 최고라고 들었어요.
엄마 덕분이에요. 엄마는 송정 서핑 스쿨의 서미희 교장 선생님이세요. 어릴 적부터 엄마 품에서 바다를 익히고 걷기도 전에 보드에 앉아 있었으니, 저만큼 태어날 때부터 서핑을 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단순히 서핑과 가까웠다고 해서 이런 실력이 되진 않았겠죠?
맞아요. 저도 엄마를 닮아 서핑에 빠졌죠. 서핑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에요. 서핑이 좋아서 학교도 그만두고 발리로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어요. 세계에서 서핑을 제일 잘 타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열정이 대단하네요.
이런 점도 엄마를 닮은 것 같아요. 저도 엄마처럼 한 번 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서핑은 한 가지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아니에요. 체력이나 균형감각, 스피드, 기술, 파도를 보는 눈까지 따라줘야 하죠. 그래서 서핑은 잘 타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오기를 가지고 서핑을 할 수 있었죠.

학업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얼마 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봤어요. 발리에선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서핑을 타죠.

대한민국에서 졸업장이 가지는 의미가 커요. 불안하진 않아요?
사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오르려 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선 프로 서퍼가 타기엔 파도가 작은 날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서퍼의 꿈을 가진 채 하루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제 설득에 엄마도 동의해 주셨죠. 이제 불안함은 없어요. 그만큼 발리의 좋은 파도에서 서핑 할 수 있으니 제 꿈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학을 혼자 간 게 아니라고 들었어요.
남동생도 어릴 적부터 서핑을 좋아했어요. 제가 유학을 갔더니 남동생도 온종일 서핑하는 제가 부러웠나 봐요. 따라오더라고요. (웃음)

10년 뒤엔 어떤 선수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세계를 평정한 여자 서퍼가 될 거에요. 자신 있어요.

서핑 외에 다른 운동도 좋아하나요?
부산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눈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 우연히 스키를 타게 됐는데 금세 빠지게 됐어요. 서핑으로 균형감각을 익혀서 그런지 스키도 쉽게 몸에 익힐 수 있었어요. 그 뒤로 겨울만 되면 가까운 무주스키장에서 살았어요. 친척이 그쪽에서 렌탈샵을 하셔서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일주일을 깜깜무소식 될 만큼 빠져있었어요.

그 정도였으면 스키선수를 했어도 됐겠어요?
(웃음) 맞아요. 사실 한때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엄마, 나 스키랑 서핑 둘 다 하면 안 돼요?” 할 정도였으니까요.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셨어요. 한 종목에서 잘하기도 힘든데 두 종목을 동시에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셨죠.

그런데 왜 서핑을 택했죠?
이유는 단순했어요. 가족이에요. 제 꿈은 가족이 함께 서핑을 타는 거예요. 지금도 변함이 없죠. 세계 최고의 서퍼가 되면, 그땐 가족과 함께 세계를 누비며 바다 위에서 서핑하고 싶어요.

그렇게 서핑이 좋아요?
당연하죠. 가끔 꿈에서도 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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