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업 | 군주론
문학수업 | 군주론
  • 선정 및 발췌 오대진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8.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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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자처럼 행동하기만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 군주론Il Principe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지음, 권기돈 옮김 (2008. 웅진씽크빅 펭귄 클래식)
위대하고 고귀한 마음이 아니라 돈으로 산 우정은 그 대가는 지불받겠지만,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드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 받는 존재로 만드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염려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감사의 끈으로 확보되는데 인간은 비열해서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지 이를 끊지만,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 강화되니 이는 항상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군주는 타인의 재산을 탐하는 것을 삼가야 되는데, 인간은 가산의 상실보다 아버지의 죽음을 더 일찍 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재산을 몰수할 핑계를 찾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약탈로 살아가기 시작하는 군주는 항상 타인의 소유물을 빼앗을 핑계를 찾는다. 반면 누군가를 처형할 핑계는 찾기가 더 어려우며, 또한 더 일찍 사라진다.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우와 사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속수무책이고 여우는 늑대에게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함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겁주기 위해서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그저 사자처럼 행동하기만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약속이 그를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할 때, 그리고 약속을 한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약속을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된다.
(‘군주론’ 109~112쪽에서 발췌)

<군주론>은 출간 당시 온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절대 권력을 얻기 위한 무자비한 책략을 옹호하고 전통적인 도덕을 무시하였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악마의 대리인으로 간주되었고, 그의 이름은 자코뱅파의 공포정치가를 지칭하는 ‘마케빌’로 쓰였다. 그러나 공화정치를 선호하고 인민의 충직함을 신뢰한 그가 남긴 이 군주 지침서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마키아벨리는 전제정치를 찬양했다기보다는 정치 생활과 정치적 판단의 복잡성과 유동성을 강조하면서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규칙이나 특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쳤다. 고상한 이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치체제에 관한 논설인 <군주론>은 현실 정치의 경전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경고와 교훈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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