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 이지혜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08.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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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INSIGHT ②김종도 자연생존 달인 & 우승엽 도시생존 달인

그들에게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생기지도 않을 일에 유난을 떤다고. 있지도 않을 위험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했고 메르스의 공포가 전국을 떠돌았다. 해병대 캠프에 간 아이들은 바다에 빠져 죽었고,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간 아이들은 지붕에 깔려 죽었다. 몇 번의 사건·사고로 사람들은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그들을 비난하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서로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김종도 (이하 김) 우승엽 달인은 우리나라 재난안전의 선구자이자 제 스승님이에요. 서바이벌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알아가던 찰나에, 우승엽 달인이 운영하시는 ‘생존21’ 카페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이런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컨트롤 하는 우승엽 달인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 모임에 참여하며 자연스레 얼굴을 익히게 되었죠. 우승엽 달인은 국내 현존하는 도시 생존가 중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도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비상상황, 예를 들면 건물이 무너진다든가, 지하철이 공격을 받는다든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든가 하는 등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연구하고 계신 분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야 할 인재예요.

우승엽 (이하 우) 김종도 달인이야말로 한국의 베어 그릴스라고 할 수 있죠. 김종도 달인은 자연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생존법에 익숙한 전문가예요.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졌겠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다양한 기술을 습득했죠. 야외 생존과 모험이라는 것이 낯설기만 했던 우리나라에서 수년 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무인도나 혹한의 산속에서 생존법을 전파하고 있죠. 많은 분에게 생존 비법을 친근하게 전수해 주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자연 달인으로만 알려진 것 같아 아쉬워요. 김종도 달인은 국내 최고 재난안전 전문가예요. 자신의 신념 속에서 활동하니 같은 생존연구원으로서 자랑스럽고 또 배울 점도 많아요. 처음엔 카페장과 멤버로 만나긴 했지만, 지금은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멋진 친구죠.

서로를 잘 알고 계신 것 같네요. 특별히 생존에 관심 가지게 되신 계기가 있으세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극적인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사실 오히려 자연스레 생존에 관심이 생겼다고 할 수 있죠. 군 시절을 특전사에서 보내게 되었어요. 폭발물이 터져 얼굴에 큰 화상을 입기도 했고 낙하산에서 뛰어내려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죠. 특전사는 스스로 목숨을 책임지는 구체적인 훈련을 받게 되죠. 산이나 계곡에서 고립됐을 때 살아남는 방법도 배웠고요. 그렇게 자연스레 생존에 대해 가까이하게 되었고 전역 후에도 관심이 이어졌어요.

사실 캠핑이나 비박 같은 야외생활보다는 도시에서의 재난 상황에 관심이 갔어요. 20대 시절에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씨랜드 화재 등을 보며 ‘내가 딛고 있는 이곳이 안전하지 않구나. 변치 않길 바라는 것들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12년간 회사에서도 안전관리 시스템을 연구하는 일을 했어요. 아무래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본격적으로 생존연구에 뛰어들게 되었죠. 특별한 생존 기술이 없거나 여성, 아이들 같은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어요. 그들이 최대한 쉽게 자신을 지킬 방법을 연구해요.

저는 전투 헬기 조종사로 활동했어요. 그러면서 비상상황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법, 예를 들자면 비행기가 오지에 떨어지거나 낙하산으로 알 수 없는 곳까지 갔을 때 살아남는 방법들을 배우고 익혔죠. 주위 사람들은 탄탄한 미래가 있으니 조종사를 계속 하라 했지만 전 그것보다 더 제게 맞는 것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요즘은 부시크래프트 전문가라고도 불러주세요. 부시크래프트란 오지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버티고 견뎌내고 순응하는 모든 것들을 칭해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개념이 조금 바뀌었어요. 진짜 오지라기보다는 캠핑장을 비롯한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분야. 레저의 모습으로 변모한 거죠.

요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죠. 어쩌면 두 분이 가장 많이 체감하실 것 같은데요.
맞아요. 자연 속 생존 기술을 가진 달인으로 매체에 소개될 때마다 반응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곤 해요. 매체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신기한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다’정도로만 보는 사람이 많았죠. 그런데 최근 전 세계 각지에서 대형사고와 전쟁, 재난이 많이 터지고 있죠. 사람들은 자연재해로부터의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요즘엔 다양한 곳에서 강의나 섭외 연락이 와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아무것도 없는 자연에서 살아남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무엇보다 그런 상황을 오지 않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서바이벌의 원칙’이죠. 하지만 그 원칙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자연 속에서의 생존기술을 알리고 싶어요.

사실 아이러니 하게도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저는 유명하지 않았어요. 제 책만 해도 그래요. 몇몇 출판사에 보냈지만 ‘안 팔린다’며 퇴짜 맞기 일쑤였죠.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니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카페가 아닌 온라인에 도시 생존법이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하면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분위기였어요. 마치 “재난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이런 기술을 익혀 놓자”고 말하면 사람들은 “재수 없게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뉘앙스였죠. 그런데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국민이 재난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죠. 좋지만은 않아요. 미리 알고 대비를 했다면 사고가 사건이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어요. 이제라도 사람들이 재난에 대비할 수 있게 되면 더 안전해질 테니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에 대해 연구를 하세요?
거창하지 않아요. 큰돈을 써서 장비를 사거나 재난이 왔을 때 오지로 대피하는 대신 집이나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생존 장비 대용품을 만들어요. 가령 고가의 정수기 대신 집에 있는 락스로 물을 정수한다든지, 고장 난 정수기 필터와 고무장갑으로 휴대정수기를 만드는 식이죠. 만일 SUV 자동차라면 비상시 더 안전하겠지만, 누구나 새로 살 수 없잖아요. 그래서 평범한 자신의 승용차를 개조해 생존 차량으로 만들기도 하죠. 또 남는 배낭에 생수와 초콜릿, 과자, 전등 등 몇 가지만 넣은 생존 배낭을 트렁크나 집, 일터에 구비해두면 비상상황에 도움돼요.

저는 자연에서의 생존에 관한 정보를 연구하고 나눕니다. 예를 들어 오지에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불이죠. 불을 붙이기 위해 관솔이라는 송진을 머금은 나무를 이용할 수 있어요. 물론 가문비나무, 잣나무 등에도 관솔을 얻을 수 있어요. 자연 재료 중 유일하게 방수가 되는 부싯깃이거든요. 비 오는 날 저체온증 발생상황에서 불을 피워야 할 때나 부시크래프트 캠핑에서 아주 유용한 아이템이죠.

그렇다면 아웃도어 독자들에게도 여름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여름 산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뱀에게 물린 경우에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우선 주변의 옷가지나 묶을 수 있는 도구로 물린 부위 위쪽 상부를 가볍게 묶어줘야 해요. 손가락 한 개가 아래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즉 환자가 편할 정도로 묶어주는 게 중요해요. 물린 후 30분 이내에만 이런 응급처치가 효과가 있어요. 혹시 일부 매체에서 나오는 것처럼 물린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거나 하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돼요. 2차 손상의 우려가 있거든요.

‘마른 익사’라고 들어보셨나요? 물놀이 시즌에 일어나는 희귀한 현상인데요, 물놀이가 끝난 뒤 수 시간이 지나서 사망하는 거예요. 물놀이 시 의도치 않게 물을 많이 삼킨 사람, 특히 아이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증상이에요. 물을 마신 아이들이 당시엔 큰 문제를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기침을 하거나 심지어는 거품을 토해내는 증상이 계속되죠. 그래서 아이가 수영 후 극심한 무기력증, 과민증, 호흡곤란, 행동방식 병화를 보인다면 예의주시한 뒤 응급실을 가셔야 해요.

활동하시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세요?
한번은 겨울 산에 올랐다가 조난당한 적이 있어요. 조난을 인지한 순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갖 감정으로 3시간을 허비했어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체계적으로 생존기술을 펼칠 것 같았지만, 막상 실제 상황이 오니 한없이 무너지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죠. 날이 어두워지니 얼어 죽을까 봐 불을 피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못 피우겠더군요. 평상시에는 그렇게 잘되던 보우드릴도 몇 번을 시도해도 안 되더라고요. 팔에 힘이 안 들어갔어요. 처음으로 멘탈이 무너지면 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깨달았죠. 갑작스러운 사고나 조난상황에서 화려한 생존기술보다는 냉정함이 오히려 도움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냉정하면 살 방법이 보이지만, 당황하고 패닉에 빠지면 아주 쉬운 방법조차 보이지 않아요. 그 일을 계기로 지금까지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게 됐어요.

최근 메르스 사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메르스의 진원지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평택에 살고 있어요. 그 전개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보았고, 주위의 공포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죠. 사태 첫 주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아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연이어 평택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하루 이틀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어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교가 휴교하고 가게나 식당은 문을 닫았죠. 거리엔 사람이 끊겨 마치 일요일 새벽처럼 서늘했어요. 좀비 영화에서나 보던 섬뜩함마저 들었어요. 저 역시 그동안 여러 도시재난 상황을 가정하고 연구해왔지만 이런 전염병에 의한 판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을 직접 목격하니 당황스럽기만 했어요. 우리가 처음 접하는 재난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데 김종도 달인과 저 같은 생존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정부나 기관에서 안전 전문가들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네. 저만 해도 많은 전화를 받았으니까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메르스 사태 당시 마스크가 동나는 것을 예견하고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교류됐어요. 사실 세월호 사건 이후 20여 개의 안전관리 자격증이 쏟아져 나왔어요. 문제의 정도를 알기 위해 시험을 쳐봤죠. 그런데 결과는 실망스러웠어요. 아동의 안전에 관련된 시험에 아동의 심리에 관련된 문항이 많았죠. 물론 필요하겠죠. 하지만 실무적인 것에 대한 문제는 턱없이 부족했어요. 정부가 나서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안전관리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봐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안전은 취미나 취향이 아닌 생존의 문제에요. 최근 우리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국민을 계속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어요. 저희는 많이 노출된 편이지만, 다양한 지식과 연구를 통해 생존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은 아직도 음지에서 남들의 눈초리를 피해 서로의 정보만을 공유하죠. 걱정 많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요. 이제라도 생존 지식이 공유될 수 있는 장이 국가 주도하에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두 분의 최근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종도 달인과 비슷할 거에요. 각종 재난이 터졌을 때 활발한 정보교환을 하고 효과적인 대처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 홀로 생존이 아닌 재난안전 전문가 집단으로 카페를 꾸려가고 싶어요. 전문가들이 경직되어 국민이 필요할 때 도움이 못 된다면 우리 같은 민간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빈틈을 메우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싶어요. 재난이 많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많은 민간 재난안전 전문가들이 그 일을 하고 있어요. 정부와 기관을 도와 평소엔 재난안전에 관한 정책에 조언하고 재난이 터지면 현장에서 먼저 구호활동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예요.

모든 아웃도어, 자연 속에서 하는 활동은 내가 하는 활동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부시크래프트도 내가 하는 활동과 수준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수 있죠. 필요한 자연의 현상들도 충분히 공부해서 준비하면 절대 위험하지 않아요. 저는 일상의 재난 안전 교육에서부터 아웃도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대응법을 충분히 연습하고 숙달할 수 있는 재난생존 및 아웃도어생존, 부시크래프트 전문 교육장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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