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해양도시로 거듭난 푸른 불빛의 항구
최고의 해양도시로 거듭난 푸른 불빛의 항구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07.28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NDREW’S TRAVEL NOTE | 일본 요코하마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해가 저물어 어두운 밤이 찾아 와도 해안을 따라 펼쳐진 건물이 아름다운 도시. 요코하마는 일본인에게는 추억의 랜드마크 같은 항구다. 백여 년 전, 도시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바다 매립공사를 시작한 요코하마는 오랜 시간 일본 최고의 준비된 항구였다.

▲ 요코하마는 아름답게 조성된 세계에서 인정받는 해양도시다.

요코하마는 우리나라 대표 항구인 부산과 견주는데 마침 두 곳 모두 항구를 주제로 한 노래가 있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알고 있는 1975년 조용필이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곡이고 일본은 1968년 아유미가 부른 ‘블루라이트 요코하마(ブル-ライト ヨコハマ)’다.

이렇게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양 나라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두 노래는 가사의 내용에서 다른 점을 보인다.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는 여자가 남자를 뜨겁게 사랑한다는 내용이고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헤어진 형제를 그리워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두 곡의 가사 배경에는 모두 전쟁이란 아픔이 담겨 있다. 구슬픈 멜로디에 가사 내용까지 애달파 당시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다.

▲ 아유미의 노래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생각나는 푸름 일색의 야경.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가사는 모두 알고 있으니 ‘블루라이트 요코하마’의 가사만 잠시 살펴보자. ‘거리의 불빛이 정말로 아름다운 요코하마. 당신과 둘이서 행복해요. 언제나 그랬듯이 사랑의 속삭임 들려줘요. 파란 불빛의 요코하마. 걸어도 걸어도 작은 조각배처럼, 당신의 품속에서 흔들리고 있어요.’ 대충 이런 내용인데 당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다수 동남아 국가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쳤다. 우리나라는 일본노래가 금지된 시절이었지만 남녀 학생들이 노트에다 일본어 발음을 한글로 받아 적어 돌려가며 흥얼거렸으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있다.

▲ 라면 박물관 안쪽에는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인 모모후쿠 안도의 동상이 있다.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
이런 요코하마에 이색적인 박물관이 하나 있다.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타이완 출신 일본 귀화인 모모후쿠 안도(あんどうももふく)를 기념하는 라면 박물관이다. 2014년 기준 전 세계에서 1인당 라면소비량 1위는 단연 한국이다. 우리나라 라면 맛은 원조국인 일본을 벌써 추월했다. 현재는 동남아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의 라면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리지널 라면 생산국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세계 최강의 라면공화국으로 만들어 준 뒤에는 라면의 아버지 모모후쿠 안도가 있다. 모모후쿠는 타이완에서 태어난 중국인인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를 따라 오사카로 왔다. 그리고 훗날 이곳 요코하마로 내려와 정착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손 댄 사업이 모두 실패한 모모후쿠는 당시 미국정부가 제공하던 잉여농산물 밀가루를 원조 받는 신세가 됐다. 그는 공짜로 받는 밀가루로 뭔가 영양가 있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면서, 조리와 보관도 쉬운 음식을 만들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전한 것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허름한 포장마차에 들어가 정종 한 컵을 시켜 놓고 멍하니 있던 그의 눈이 전광화석처럼 번뜩였다. 그곳에서 기름에 튀기는 어묵을 본 것이다. 모모후쿠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뜨거운 국물에 넣지 않고 기름에 튀겨 보자는 역발상을 했고, 이 아이디어는 라면이란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는 초석이 됐다.

그리고 1958년 모모후쿠에 의해 이 세상 최초의 치킨라면이 탄생했다. 일본식으론 라멘(Ramen), 우리는 라면이라 부른다. 그런데 라면의 원어는 중국어다. 중국에서는 라미엔(Ramien)이라 부른다. 무려 2천 년의 라면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라면이 우리나라처럼 인스턴트 누들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장의 수타면처럼 밀가루 반죽 후, 쭉쭉 늘려서 길게 뽑는 면을 말한다.

▲ 구 세관 화물창고인 아카렌카 소코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140년 전, 청일수호조약에 따라 중국인들이 이곳 요코하마에 몰려오면서 중국식 소고기 국물 대신 일본인 입맛으로 최초 토착화 됐다. 중국식 수타면에 간장국물을 넣은 것이 간장라면이 되었고, 된장국물을 넣은 것은 미소라면이 됐다. 돼지고기 국물 넣은 건 돈코츠라면이다. 모모후쿠가 만든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모두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요코하마 항구 옆에는 80년 전 세워진 빨간 벽돌의 세관 화물창고 아카렌카 소코가 있다. 이 건물은 근대화의 상징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거대한 창고 안에는 각종 아기자기한 상점과 라이브 바, 레스토랑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언제나 붐빈다.

푸른빛 바다가 끌어안은 요코하마는 도시의 골목마다 생기가 넘친다. 이곳을 찾아 온 이들은 도시 어디에서든 만과 운하를 통해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요코하마 시청의 자문위원회는 관광객에게 아름다운 도시를 선물하기 위해 동선에 따른 코스에 대해서도 늘 고민한다. 덕분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해양도시로 손꼽힌다. 노래 블루라이트 요코하마처럼 푸른빛 요코하마 항구는 밤이 찾아와도 푸른 물결이 멈추지 않고 오늘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