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는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장비는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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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Column__장비는 도구일 뿐이다

화로 안에서 온몸을 던져 자신을 불태우는 장작불이나 텐트 사이트 주변을 낮처럼 밝혀주는 랜턴은 캠핑의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전령들이다. 또한 음식을 만들고 반찬을 손질하는 키친테이블이나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텐트 등은 캠핑에 없어서는 안 될 장비들이다.

사실 캠핑 장비는 야외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도구들이다. 때문에 실용적인 측면을 강화하고 부피나 무게를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튼튼하고 견고하면서도 편리하다. 즉 거친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셈이라는 말이다. 

자연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선 많은 장비들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많은 캠퍼들이 장비를 수납하기 위해 차량을 교체하기도 한다. 더욱이 겨울철 캠핑까지 즐길 생각이라면 차량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민폐(?)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장비를 실용적인 측면보다는 자신을 과시하는 데 이용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캠핑은 집을 자연 속으로 옮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잠시 자연 속에 동화시키는 데 있다. 그중 장비는 자연 속에서 생명과 몸을 지켜줄 뿐이다. 장비는 자신의 이름과 돈의 가치를 자랑하는 도구가 아니라, 짧은 편안함을 줄 뿐이다.

등산이란 아웃도어는 돈이 많다고 해서, 고관대작이라 해서 특혜를 주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두 다리로 다리품을 팔아야만 정상에 설 수 있다. 캠핑 역시 마찬가지다. 비싼 제품을 수없이 나열해 놓았다고 해서 내게 더 많은 하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며 또 자연이 자신에게 더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편하고 안락함을 추구하다보면 자연의 소중함이나 자연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장비를 통해 문명적인 삶을 그대로 자연에 옮기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캠핑이 기계적이고 전자적인 디지털의 측면보다 몸과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로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고 장작이 떨어지면 또 다른 장작이나 숯을 넣어야 한다.

때문에 캠핑을 통해 자연과 친해지기 위해선 집에서 하듯이 가만히 앉아 리모컨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리품을 팔며 땅을 걷고 나무와 꽃을 만지며 자신의 피부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장비는 자연이 주는 이런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작은 도구일 뿐이며 우리는 이 장비들을 통해 한걸음 더 자연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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