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매력은 절제 속의 자유”…‘북창’ 펴낸 한상철 시인
“한시 매력은 절제 속의 자유”…‘북창’ 펴낸 한상철 시인
  • 박성용 부장
  • 승인 2015.06.30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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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언절구 63수 등 총 81편 작품 실어…4년 전 남윤수 박사 지도로 창작 매진

“한시는 압운과 평측 등 일정한 작법이 있어 짓기가 쉽지 않지만 ‘절제 가운데 자유’가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시조시인 한상철씨가 한시집 <북창>을 펴냈다. 5번째 시집이자 첫 한시집이다. 북창(北窓) 은 북쪽으로 창문이 있는 방으로 선비가 거처하는 곳을 뜻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작품에서 따왔다.

▲ 5번째 시집이자 첫 한시집 ‘북창’을 펴낸 한상철 시인. 사진 박성용 부장

서울시산악연맹 이사를 역임한 그는 지금도 한국산악회, 한국산서회, 서울산악동우회 등 주요 산악단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등산 1,500여 회, 해외등반 및 트레킹 33곳을 섭렵한 그는 산악계에서 보기 드문 시조시인으로 소문났다. 평소 산을 소재로 평시조를 즐겨 써오다가 4년 전쯤 전 강원대 교수인 역농 남윤수 박사를 만나면서 한시에 몰두하게 된다. 한시는 어릴 때부터 흠모해왔던 분야인지라 남 박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한시 창착에 매달렸다.

이번 시집에는 오언절구 63수, 칠언절구 5수, 칠언율시 13수 등 총 81편의 한시가 실렸다. (사)한국한시협회에 가입하여 전국 한시백일장에 출품한 작품 등 틈틈이 지은 시들이다. 한자를 모르는 세대를 위해 모든 시마다 한글 표기와 압운, 지명, 의미 등 꼼꼼한 주석을 달아놓았다.

昔時登喜馬(석시등희마) 예전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合房雪寡婦(합방설과부) 설인 과부와 한방에 지냈지
得子養山神(득자양산신) 아들을 얻어 산신으로 길러
炯瞳漁尾秀(형동어미주) 빛나는 눈동자에 눈꼬리 주름도 빼어나다네
- ‘喜馬懷古(희마회고)’

▲ 한상철 지음/ 1만원/ 도서출판 수서원
이중 ‘희마회고(喜馬懷古)’는 1999년에 다녀온 안나푸르나 트레킹 추억을 회고한 오언절구이다. 희마는 히말라야의 중국어 표기법인 희마랍아(喜馬拉雅)의 축약이다. 한국산서회의 어느 회원은 이 시를 보자마자 단박에 네팔의 성산 마차푸차레를 읊은 작품이라고 맞췄다. 어미(漁尾)라는 단어에 물고기 꼬리를 닮은 마차푸차레가 떠올랐던 것이다.

한시집을 다시 펴낼 계획은 없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한시는 평성과 측성 등 소리의 높낮이까지 따져야 하기 때문에 한자를 많이 안다고 해서 잘 쓸 수 없다”면서 “이번 시집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아직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집은 지인들에게 나눠줄 용도로 제작되곤 하는데, 판매용으로 펴낸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일본의 하이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언젠가 하이쿠 형식을 빌린 시집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중·일 3개국 정형시 시집을 펴낸 최초의 시인이 된다. 그는 1998년 IMF 시절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두고 생긴 울분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 다년간 몸에 쌓인 삼독을 걸러내고 최근 기운을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탐욕과 집착에 빠졌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 한 편을 남겼다며 그는 평안한 미소를 지었다.

夜廳先智慧(야청선지혜) 밤에는 선인의 지혜를 듣고
旦拂活字蒙(단불활자몽) 아침이면 활자의 어리석음을 털어버리네
晝放籠中鳥(주방롱중조) 낮에는 새장 안의 새를 날려 보내
欲除一虛夢(욕제일허몽) 헛된 꿈 하나라도 지우고 싶네
-‘看曆(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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