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콘 위에 앉기 어려운 이유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펙을 저 따위로 박는 사람은 없다. 왜? 사용설명서에 그렇게 나오지 않으니까? 아니다. 잘 박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이 그렇다. 압력은 힘을 받는 면적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화학수업에 이어 이번에는 물리다.
▲ 바보가 아니라면 이렇게 펙을 박진 않을 거다. 이렇게 박으면 박히기 전에 펙이 망가지기 쉽다. |
망치로 펙을 박는 힘이 같다면, 땅에 박히는 부분이 뾰족한 게 잘 박힐까, 뭉툭한 게 잘 박힐까? 당연히 뾰족한 게 잘 박힌다. 못이 뾰족한 이유와 같다. 그런데 그 이유가 뭘까? 가하는 힘이 같다면 압력은 힘을 받는 면적에 반비례한다. 힘을 받는 면적이 좁으면 압력이 크고 넓은 면적에 힘을 받으면 압력이 작다. 압력이란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이다. 망치로 내려치는 힘이 100이고 펙 윗부분 면적이 10, 펙 끝 부분 면적이 1이라 치자. 펙이 잘 박히려면 펙이 땅을 누르는 압력이 커야 한다. 압력이 단위 면적당 힘이라 했으니 힘을 면적으로 나누면 된다. 제대로 박으면 100(100÷1), 거꾸로 박으면 10(100÷10)의 힘이 땅에 가해진다. 아, 박히기 전에 뭉개지겠다. 거꾸로 했을 때 망치로 펙의 끝을 내리치면 뾰족한 부분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이 명확하고도 간단한 원리는 삶의 곳곳에 적용된다. 얼마 전 자전거 캠핑 취재팀을 픽업하러 갔을 때 이들은 중요하고 은밀하면서도 민감한, 그러니까 항문의 고통을 웃으면서 호소하고 있었다. 몸무게의 힘을 좁은 안장으로 받아내려니 항문인들 버티겠는가. 넓은 안장을 타면 좋으련만 자전거가 무거워지는 데다 끊임없는 페달질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좁은 안장을 끼우는 대신 쫄바지에 패드를 넣는다. 패드의 역할은 힘을 받는 면적을 넓히는 거다.
▲ 자전거를 오래 타면 엉덩이가 아픈 이유도 같다.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라바콘 위에 앉아보자. 편안하다면 당신은 물리의 법칙을 거스르는 액션 히어로일지 모른다. |
자전거 뿐이랴. 뭐든 뿜어내는 건 주둥이가 좁다. 수도꼭지에 비해 샤워기 구멍이 작은 이유와 고압세척기의 노즐이 작은 이유는 정확하게 같다. 호스로 물장난 칠 때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막거나 눌러 구멍을 작게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고속주행이 중요한 스포츠카 앞부분이 죄다 뾰족한 것도 공기의 저항을 적게 하기 위해서다. 공기가 무슨 저항을 하냐고? 드라이브할 때 손바닥을 펴서 창 밖으로 내밀어보라. 세울 때와 눕힐 때 느낌이 천지차이다. 심지어 자전거도 사이클의 프레임은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다. 당연히 정면에서 봤을 때 납작한 타원이다. 동양인이 육상에 약한 이유는 코가 뾰족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이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 도로 위의 주황색 꼬깔콘, 라바콘 위에 앉아보라.
▲ 스포츠카의 앞부분이 뾰족한 이유는 공기를 가르기 위해서다. 에어로다이나믹aerodynamic이라 부르는 공기역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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