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쟁이들의 밤하늘은 보통의 계절 감각보다 최소한 한 달 이상 빠르다. 이르면 4월이면 시작되는 은하수 촬영은 6월에 절정을 맞는다. 은하수는 보통 한여름 밤에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4월부터 10월까지 시간대만 맞으면 늘 볼 수 있는 것이 여름철 은하수다. 떠오르는 은하수를 본다는 건 우주의 장관을 만끽하는 것.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 할 말을 잃고 황홀경에 빠진다.
▲ 만개한 벚꽃 위로 은하수가 흐른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은하수는 어쩌다 맞닥뜨리는 우연한 선물 같은 존재가 돼 가고 있다. 점차 늘어나는 광공해와 탁해지는 대기의 질 때문이다. 그래서 은하수가 보고 싶다면 광공해를 피해 더 깊이 외진 곳을 찾아야 한다. 늘어나는 야외 캠핑장 주변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은하수를 감상하기에는 괜찮은 장소다.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강원도 권역이 아직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영서지방의 홍천, 횡성, 정선, 태백은 상가나 주택 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지역이 제법 많다.
문제는 가로등이다. 요즘은 아무리 오지라도 주택만 있으면 보안등이라 부르는 가로등이 있는데, 가로등 불빛으로도 은하수 관측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이런 보안등을 피해서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별 보기를 방해하는 자연적인 요소도 있다. 달이다. 밝은 달도 일종의 광공해로 작용하기 때문에 달 보기 좋은 날은 별 보는 걸 방해받는 날이다. 그래서 별 관측을 제대로 하려면 오늘이 음력 며칠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달이 은하수와 겹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반인은 그것까지 자세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음력 며칠인지를 따져서 보름 전후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은하수
은하수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은하수를 보여 주고 싶다면 위의 관측조건, 즉 광해가 적고 달이 보름 전후가 아닌 날을 골라서 강원도 쪽으로 여행 하자. 맑은 날 은하수를 육안으로 본다면 처음에는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진처럼 진한 은하수는 DSLR을 이용하여 높은 감광도(ISO)를 세팅하고 조리개(F값)를 많이 열어서 최소한 20초 이상의 장노출을 통해서 밤하늘을 담고, 보정 프로그램에서 은하수의 계조를 조정해야 발현된다.
그러니 사진속의 은하수를 보고, 육안으로도 그렇게 보일 거라는 기대는 하지말자. 육안으로는 은하수가 잘 보인다 해도 희미하게 보이며, 그 희미한 정도의 은하수도 밤하늘을 얼마나 봤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생긴다.
은하수는 단지 ‘쏟아질 듯 별이 많은 것’이 아니다. 육안으로 별이 낱개로 보인다면 그것은 은하수의 시선 방향에 놓인 비교적 가까운 별들이다. 은하수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띠처럼 보인다. 단면이 납작한 우리은하의 중심부를 한참(몇 광년)떨어진 변방에서 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은하수 사진을 유심히 보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모습을 띄는데 은하수 전체가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별의 밀도가 매우 높으면 당연히 전체가 밝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성간물질 또는 암흑물질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암흑대가 은하수와 겹쳐 보이기 때문에 은하수가 더욱 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 춘천근교의 오지에서 보는 은하수.
여름철 별자리로 은하수 찾기
육안으로 금방 은하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여름철 별자리를 찾으면 된다. 대표적인 ‘여름철의 대삼각형’(2014년 8월호 참조)을 찾으면 그곳이 북반구에서 보이는 은하수의 좌측편이 되고, 그곳에서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쪽으로 시선을 천천히 옮기면 점차 우측으로 우리은하의 중심부 쪽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는 은하중심에 해당하는 공수자리의 고도가 낮기 때문에 남반구, 즉 호주나 뉴질랜드, 칠레 쪽에서 은하의 중심부가 더 잘 보인다. 별쟁이들이 남반구의 관측지를 찾아 은하수를 담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공통적인 의견이 남반구에서 보는 은하수가 더 감동적이고 더 잘 보이고, 더 잘 찍힌다고 한다. 우주의 광대함을 육안관측만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필자의 버킷리스트 1순위로 올라가 있는 곳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다.
은하수의 관측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지구가 우리은하의 변방에 있는 외로운 점 하나라는 사실을 느낀다는 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경험 중 하나다. 물론 남반구의 은하수 관측을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준비와 비용이 들어가므로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희망으로 남겨도 좋겠다. 당장은 강원도 오지에서도 은하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북한에서 밤하늘을 볼 수 있기를
‘별맛’을 느낀다는 것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고 좋은 하늘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참고로 한반도에서 최고의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은 북한지역이다. 사진(4)를 보자. 한반도 전체의 광해지도이다. 북한지역은 평양 부근만 광해가 좀 있을 뿐 기타 지역은 모두 밤이면 거의 암흑상태임을 잘 보여준다. 적어도 북한지역은 주변의 광공해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남북의 민간교류가 활성화되거나 통일이 앞당겨진다면 필자는 누구보다 먼저 북한의 개마고원에 달려가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은하수를 보고 싶다.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 대한민국의 광공해 지도. 강원도 쪽에 양호한 지역이 많다. |
▲ 한반도의 광공해지도, 남북한의 대비가 극적이다. |
위 사진은 대표적인 광해지도다. 붉은색이 강할수록 광해가 심하다. 사진에서 보듯 강원도 지역이 아직은 광해가 적은 지역이 많이 남아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광해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다. 간단히 구글(Google)에서 ‘광해지도’라고만 검색해도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http://www.lightpollutionmap.info
http://www.blue-marble.de/nightlights/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