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미네랄로 가득 찬 가우디의 세계
열정의 미네랄로 가득 찬 가우디의 세계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06.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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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S TRAVEL NOTE | 스페인 바르셀로나

상상조차 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건물 외관 그리고 무수한 조각. 여기에 기막힌 실용주의 예술이 한 박자가 되어 건축의 기본을 이룬 가우디의 설계는 언제나 자연 추구가 기본이었다. 그 대표 건물이 13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우디 평생의 역작,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성당이다. 가우디 손길이 닿은 이 성당 앞에 도착한 방문객들은 화려하고 독특한 외관에 어디에 눈길을 고정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성당 내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비추는 자연광과 실내 장식이 조화를 이뤄 신비한 숲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성가족성당을 진두지휘하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새벽녘 교회에 가다가 전차에 치여 이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9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그의 모든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나는 별이 돼 바르셀로나를 수놓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초현대적 감각이 현대에 이르러 더욱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근엄하고 성스런 성당에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있는 첨탑과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핀 꽃이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 설계는 지금 보아도 파격적이고 아름답다.

건물의 좌우가 똑같은 대칭 외관은 일반적 교회와 성당의 딱딱한 구조다. 하지만 가우디는 처음부터 그런 획일적 모습을 파괴하고 자신의 고향에서 몬세라트 성당을 품고 있는 몬세라트 산의 기괴한 바위들을 성가족성당의 설계에 응용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신의 손길로 빚어낸 거대한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마치 미국 캘리포니아 킹스 캐니언의 세쿼이아 나무숲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넓게 난 창을 따라 비추는 자연광과 인공조명의 조화는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성가족성당에서는 장엄한 공간에 펼쳐진 가우디의 철학 속 예술 세계를 시각적으로 흠뻑 느낄 수 있어 더 좋다.

동화같이 아름다운 구엘공원
살아생전 가우디의 천재성을 눈여겨본 든든한 후원자로 구엘 백작이 있다. 구엘을 만난 뒤 가우디는 어깨에 날개를 다는데 그 대표적 작품이 전원 마을인 구엘공원이다. 구엘은 저 멀리 파란 지중해와 바르셀로나 중심가가 훤히 내려다뵈는 6만 평의 언덕배기에 최고급 전원마을과 공원, 장터를 조성하는 구엘 공원사업을 가우디에게 맡긴다. 가우디는 성가족성당이 지어지는 틈틈이 시간을 내 14년 만에 구엘공원 조성사업을 완성한다.

▲ 구엘공원의 명물인 도마뱀 조각. 살아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구엘공원은 성가족성당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동화적이면서 역동적이어서 신비롭기 그지 없다.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을 중시하는 친환경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다. 마치 신전 같은 장터 자리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내려오는 길목에서 화려한 채색 타일로 분장한 도마뱀 조각이 물을 뿜어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유려한 곡선과 살아있는 듯 느껴지는 특유의 생동감이 어우러져 감탄사를 자아낸다. 화려한 채색 타일은 입구의 길고 긴 벤치에서 시작되어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 에 나오는 과자의 집처럼 생긴 관리실에 도달하면 절정에 이른다. 이런 멋진 경비실이 세상에 또 있을까? 별들의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건축물이다.

▲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물.
▲ 가우디의 설계를 바탕으로 130여 년 동안 지어지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성당.

구엘공원 내의 많은 작품은 깨진 타일을 이어 붙여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작품을 완성했다. 왜 그랬을까? 가우디는 실용을 살리면서도 평범한 것을 기본적으로 거부했다. 그래서 지중해의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을 분산하기 위해 타일 하나하나를 깬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타일 파편을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부치는 힘든 타일공예를 완성했다. 빛 반사의 과학과 곡선 건축철학 위에서 가우디만의 예술세상을 창조해 나간 것이다.

어찌 보면 무질서한 타일 조각 같지만 가우디는 신비스런 초현실적 감각으로 하나하나 접합해 나갔다. 가우디 말처럼 신은 인간의 손을 통해 신의 창조물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신들의 세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성가족성당이나 구엘공원, 바르셀로나 이곳저곳의 가우디 건축물을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가우디가 아닐까. 

앤드류 김 (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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