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아일랜드 산토리니
로맨틱 아일랜드 산토리니
  • 글 사진 전영광 기자
  • 승인 2015.06.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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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 | 이니그마가 담는 세상

지중해 위에 가장 아름다운 섬 산토리니. 수천 년 전, 거대한 화산폭발이 이 경이로운 풍경을 빚어냈다. 대지가 솟아오르고 바다와 육지가 뒤엉키던 그 날. 어쩌면 세상의 탄생도 그러한 모습이었을 거다. 그래서일까? 산토리니의 칼데라를 마주할 때면 잠시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지나온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 깰까 두려운 달콤한 꿈같은 섬, 산토리니는 그런 섬이다.

이아마을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렇게 썼다. 에게 해의 반짝이는 바다를 만나면 그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에게 해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뿌려진 아름다운 섬들이 있어서다. 그리고 그곳에는 저마다 사랑과 전설이 살아 숨 쉰다. 에게 해의 가장 로맨틱한 섬 산토리니에 닻을 내렸다.

▲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말이 있다.
섬의 중심인 피라마을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20여 분, 숨 막히게 아름다운 그 길을 잘 참고 달린다면 이아마을과 만나게 된다. 산토리니를 꿈꾸게 한 것이 사진 한 장이었다면, 그건 아마 이아마을의 풍경이었을 게다. 사진을 찍으면 작품이 되고, 누군가와 함께라면 영화가 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마을을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닌 숙명이었을 것.

지중해의 파란 바다를 닮은 교회당,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집들, 그 사이 미로처럼 놓인 좁은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다 골목 사이로 파란 지중해를 마주할 때면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산토리니의 해가 하얀 지붕들을 지나 바다와 가까워질 무렵이면 사람들은 한곳으로 향한다. 바로 아름다운 이아마을의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서이다. 굴라스 성채를 가득 채우고 좁은 골목길까지 늘어선 사람들은 그 자체로 진풍경이 된다. 눈부시게 빛나던 하얀색 건물들이 어느새 따뜻한 빛깔로 물든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 순간, 연인들에겐 달콤한 ‘키스 타임’이 된다.

와이너리 투어
서구 문명의 기원으로서 그 자부심이 대단한 그리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 와인에 있어서도 그리스인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산토리니는 그리스 내에서도 유명한 와인 산지이니 산토리니 여행 중 와인 테이스팅을 빠뜨려선 안 될 것이다. 아름다운 빈야드에서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는 여행 중 즐길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시간 중 하나다.

산토리니 와이너리 투어의 시작은 산토리니 와인 뮤지엄으로 하는 것이 좋다. 산토리니에서 4대째 와인을 빚어오고 있는 코초야노풀로스(Koutsoyannopoulos) 가문이 만든 박물관으로 산토리니 와인의 역사, 산토리니 와인만의 양조법 등을 잘 재현해 놓았다. 특히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가이드 덕분에 와인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도 이번 기회에 와인박사가 될 수 있다.

▲ 산토리니는 에게 해의 가장 로맨틱한 섬으로 손꼽힌다.

▲ 산토리니 동남쪽 페리사 비치는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비치이다.

다음으로 찾을 곳은 산토리니에서 가장 큰 산토 와이너리,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와이너리에 들어서면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칼데라뷰에 와인을 마시기도 전에 취하는 것만 같다. 정신을 가다듬고 6가지 와인을 시음해 본다.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다시 지중해의 달콤한 공기 한 모금을 마셔본다. 그 맛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은 맛’이다.

화산섬인 산토리니에서 주로 재배되는 포도는 토착 품종인 아씨르티코(assyrtiko)다. 아씨르티코 포도 품종을 일반적으로 수확하여 와인을 만들면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되지만, 수확한 포도를 열흘 정도 양지에서 말린 다음 와인을 빚어 최소 2년 이상을 숙성하면 연분홍색을 띠는 달콤한 와인이 된다. 이 와인이 바로 산토리니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 와인인 빈산토다. 첫맛은 달지만, 그보다 긴 여운이 남는 것이 산토리니를 닮았다.

▲ 미로처럼 놓인 좁은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 아름다운 빈야드에서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
카마리 & 페리사 비치

아름다운 지중해의 섬 산토리니, 그 코발트 블루 빛 바다는 어서 몸을 던져 보라고 유혹한다. 화산섬 산토리니는 독특한 비치를 여럿 가지고 있다.

산토리니 동남쪽에 있는 카마리 비치와 페리사 비치는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비치다. 두 해변 모두 검은 모래로 이루어져 비슷한 분위기지만 조금씩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바다에 들어가기보다는 해변 위에서 일광욕을 즐긴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몸을 맡기면 그간 쌓인 일상의 고단함이 날아가는 것만 같다.

해변을 따라서는 노천식당이 늘어서 있다. 바다내음을 머금은 테이블은 어서 앉으라고 유혹한다. 못 이기는 셈 자리에 앉으면 식당주인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다. 그리스음식의 정수인 그릭 샐러드와 수블라끼를 주문해본다. 올리브유가 듬뿍 뿌려진 그릭 샐러드와 갓 구워낸 수블라끼의 콜라보레이션은 환상적이다. 물론 산토리니 와인의 역할도 조금은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연에서 온 식재료들의 맛을 최대한 살려서 테이블에 올린다. 강한 양념이나 향신료 없이도 모든 요리는 제맛을 낸다. 그리스 음식은 그리스 사람들을 닮았다.

▲ 사람들은 바다에 들어가기보다는 해변 위에서 일광욕을 즐긴다.

▲ 그리스 사람들은 자연에서 온 식재료들의 맛을 최대한 살려서 테이블에 올린다.

▲ 요트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선셋과 키스하는 연인.
요트투어

산토리니의 드라마틱한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다로 나아가는 것. 바다 위에서 바라보면, 깎아지는 절벽 위의 하얀 마을들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자리했는지 그제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니 산토리니 여행의 하루쯤은 꼭 요트투어를 위해 비워두어야 한다. 오후 무렵 남부의 블리하다 항구에서 멋들어진 요트는 닻을 올렸다.

지중해 위로 미끄러지는 요트 위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저마다 갑판 위에 누워 지중해의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아름다운 해변을 지날 때면 요트는 잠시 멈춰 서고 사람들은 수영을 즐긴다. 다른 배와 스쳐 지날 때면 손을 높이 들어 반갑게 인사 한다. 서로의 행복한 미소를 보며 지금 산토리니에 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화산섬 팔레아 카메니(Palea Kameni)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배들이 모였다. 먼저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어서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놀랍게도 팔레아 카메니 주변의 바다는 따뜻하다. 산토리니의 바다 아래에선 여전히 화산활동이 진행 중이다.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이 조금 힘을 잃어갈 때쯤이면 요트는 다시 이아마을 아래에 있는 아무디 항구로 향한다. 요트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선셋을 보기 위해서다.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보며 사람들은 차분해진다. 매일 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 오늘은 왜 이렇게 달콤한 걸까? 산토리니에서의 두근거리던 시간이 스쳐 지난다. 꿈이라면 한 번 더 같은 꿈을 꿀 수 있길 빌어본다.

▲ 코발트블루 빛 바다는 어서 몸을 던져 보라고 유혹한다.

▲ 산토리니 여행의 하루쯤은 꼭 요트투어를 위해 비워두어야 한다.

▲ 산토리니의 드라마틱한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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