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에서 보낸 하룻밤…첫 트레일러 캠핑, 생각보다 근사한
황무지에서 보낸 하룻밤…첫 트레일러 캠핑, 생각보다 근사한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6.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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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ER MATTERS ①Camping

트레일러로 캠핑을 즐겨보기로 했다. 땅덩어리 작고 길 좁은 나라에서 유난스러운 취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니 그럼에도 트레일러로 캠핑을 떠났다. 광활한 황무지에서 한때 바다였던 땅을 보며, 어둑어둑해지는 서쪽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트레일러 캠핑의 맛이란 이런거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분명한 건 다름 트레일러 캠핑이 기다려진다는 것 정도다. 생명의 계절 봄에 천지가 푸릇한 5월이지만 여전히 거칠고 황량한 땅을 보고 싶었다. 시화호로 향했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좁은 국도를 따라 대부도나 제부도를 가다보면 분위기가 꽤 이국적인 풍경을 만난다. 창 넘어 보이는 땅은 황무지에 가깝다. 153번 평택시흥고속도로가 그 땅을 지난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차가 빨라진 만큼 아쉬움도 컸다. 델타링크아시아와 트레일러 캠핑을 이야기할 때 그 거친 땅을 떠올랐다. 늘 아름다운 자연에서 편안한 캠핑만 즐긴 건 딱히 아니지만 트레일러를 몰고 그 황무지 안에 머물고 싶었다. 아마도 트레일러가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 자연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트레일러를 어지간한 캠핑장에 세운다면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겠지만 트레일러마저 텐트처럼 소박하게 만드는 그런.

바다가 변한 땅에서는 묘한 냄새가 났다. 강가에서 자라는 갈대가 숲을 이뤘다. 트레일러를 댄 곳은 공룡알화석지 방문센터 바로 옆 공터다. 사실 옆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소음은 제법 있었지만 밤이 깊어 황무지가 아름다워지자 백색소음처럼 익숙해졌다. 텐트든 트레일러든 캠핑의 맛은 불놀이겠지만 갈수기의 갈대숲에서 불놀이는 재미도 매너도 아닌 위험일 뿐이다. 소심하게라도 불놀이는 즐기고 싶어 캘리케틀에 불을 올려 물을 끓였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작은 트레일러와 남자 두 명. 둘은 캠핑 잡지 기자들이라 취재를 하고 촬영을 할 때는 계획을 짜고 역할을 나누지만 취재가 끝나고 캠핑 타임이 되면 같은 캠퍼가 된다. 버디 캠핑. 친구와 떠난 캠핑. 격식을 갖출 필요 없다. 남자 둘이니 편리와 아늑함을 위한 소품들을 챙기지 않아도 좋다. 트렁크에서 뒹굴던 탁자와 의자를 챙기고 등유를 태워 빛을 내는 랜턴 챙겼다. 나머진 술 몇 병과 울림 좋은 스피커 하나면 족하지 않겠는가. 텐트며 매트리스며 침낭이며… 트레일러면 다 된다. 둘 다 트레일러는 거의 처음이다. 타본 적도 있고 본 건 수두룩하지만 제대로 캠핑을 즐기면서 트레일러를 느껴본 건 처음이다.

“너 같음 사겠냐? 돈 생각하지 말고 느낌만…. 그러니까, 사고 싶어?”
“어. 근데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 둘이 올 수도 있지만 가족이랑 오고 이웃가족과도 오려면.”
“난 반대. 좀더 작았으면 좋겠어. 밖에서 즐기고 잠잘 때만 들어가니까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좋겠어.”
“쉴 때는 편하게 쉬어야지. 나이 들어서 쉬어도 쉬는 거 같지 않은데ㅋㅋ”
“너무 편한 거만 찾으면 금방 익숙해진다. 야생성을 살려둬야지. 큰 걸 마다하는 게 꼭 비싸서는 아니야.”
“그러겠지. 아, 나도 차 먼저 사야겠구나. 어쨌든 이번 트레일러 캠핑은 좋았어. 담엔 어디로 갈까?”
“네가 정하면 난 따를게. 난 능선이 보고 싶네. ㅋㅋ 여긴 황무지니까 다음엔 산마루에 올라보고 싶어.”
“뭐 그러시든가.”

Information site
사실 공룡알화석지 방문센터보다 더 근사한, 그러니까 더 황무지 같은 곳이 있었다. ‘오호쾌재라’를 외치며 트레일러 아웃트리거를 내리려는 순간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차 한 대가 달려왔다.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땅이라 야영은 물론 출입도 할 수 없다는 거다. 이 너른 땅에 여기밖에 없으랴. 이미 플랜 비로 탐색한 곳이 있어 바로 옮겼다. 어디다 타프를 칠까 고민하고 있는데 트레일러가 지나가다 멈춘다. 신도시 건설현장이라 출입할 수 없단다. 입구를 막아놓든가. “그럼 물읍시다. 불 피울 것도 아니고 차 대고 잠만 자면 되는데 그럴 곳이 없습니까?” “길 건너에서는 아마 될 거에요.”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 방문센터 인근으로 오니 공터가 보인다. 소음도 있고 전신주도 있지만 자동차 소리는 백색소음이 되었고 전신주는 밤이 되자 제법 근사해졌다.

캠핑장에서 중요한 건 물과 화장실 그리고 전기. 전기는 트레일러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됐다. 물은 미리 채워넣어야 쓸 수 있다. 방문자센터는 수압이 약해 1.5km 떨어진 곳의 공중화장실에서 받는 게 좋다. 화장실은 트레일러 안에 있으니 얼마든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아 방문센터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장은 6~7km 떨어진 곳에 송산하나로마트를 이용하면 된다. 인근이 시장이라 장 볼 거리가 많다. 공터에 트레일러를 둔 거라 캠핑장 이용료 같은 건 없었다. 갈 거라면 해 지는 시간과 날씨를 체크하자. 황무지의 일몰은 꽤 근사하다.

Information trailer&rent
두 남자에게 첫 트레일러 캠핑의 기억을 안긴 녀석은 아드리아의 아비바 350L 모델이다. 델타링크아시아에서 전개하는데,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작은 모델이다. 델타링크아시아의 협력업체인 TCP(트레일캠핑&팩보트)가 지원했다. 현재 생산되는 모델은 아니다. 업그레이드된 360DK 모델이 팔리고 있다.무게가 12kg이어서 트레일러 면허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살 사람을 위해 360DK 모델을 소개하자면, 견인바 포함 전체 길이는 5242mm 내부 길이는 3560mm이다. 내부 높이는 1950mm여서 키가 큰 성인도 별로 답답하지 않다. 침대와 소파를 이용해 4명의 잘 수 있다. 냉장고는 80L, 물탱크는 50L, 가스레인지는 3구다. 3~4명이라면 2박 3일의 일정이라도 부족하지 않겠다.
델타링크아시아 www.deltalink-asia.com

빌릴 사람을 위해 TCP의 렌탈 서비스를 소개하자면, 주말 1박2일 기준 25만 원이다. 연간회원으로 가입하면 10번 이용할 비용으로 12번을 이용할 수 있고 추가 5회까지는 50% 할인된 금액으로 빌릴 수 있다. 1박2일이지만 첫날 오전 8시에 출고해 이튿날 오후 6시까지 반납하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34시간이다.
트레일캠핑&팩보트 www.trailcamping.co.kr

*트레일러 지원 델타링크아시아, 트레일캠핑&팩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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