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 마이야르(Maillard) 반응
과학수업 | 마이야르(Maillard) 반응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5.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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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그것

환원당의 카르복실기와 단백질의 아미노기가 서로 반응하여 작은 분자로 된 여러 가지 갈색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 이를 마이야르 반응이라 한다. 풀자면, 마이야르 반응이란 선홍색 살코기 부분과 하얀색 지방 부분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식욕을 돋우는 삼겹살 혹은 목살이 하얗게 재가 내린 참숯과 차콜이 위에서 노릇노릇 카라멜처럼 익어가면서 관찰자의 침샘과 위벽을 자극하는 냄새를 발산하는 화학적 현상이다.

정리하자면, 고기 속에 포함된 당 성분과 단백질 성분이 고열을 만나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고기를 갈색으로 익히면서 수많은 향기 물질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마이야르 반응이다. 1912년 이 현상을 처음 규정하고 논문으로 발표한 마이야르의 이름을 따서 만든 화학용어다. 마이야르L. C. Maillard는 1878년 태어난 프랑스의 화학자다.

신선한 고기와 적절한 불, 적절한 타이밍이 만나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천국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그 맛이 단백질이 내는 맛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그 순간에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다면)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끼기에 너무 큰 분자다. 익히지 않은 고기(그러니까 신선한 단백질!)를 먹을 땐 맛이 잘 나지 않는다. 적당한 열을 가하면 고기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익어간다. 고기의 경우 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나는 온도는 130도에서 200도다. 펄펄 끓는 물에서 익힌 수육은 그 자체로 맛있을 수 있으나 향기로는 구운 고기의 강렬한 존재감을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적절한 불과 함께 적절한 타이밍도 중요한데, 우리를 미치게 하는 마이야르 반응 역시 과유불급인지라 지나치면 갈변현상이 심해진다. 탄다는 거다. 알다시피 고기가 타면 맛도 덜하지만 암을 유발하는 물질도 나온다.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Benzopyrene은 역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이 고온에서 불완전 연소될 때 발생한다. 그러니 적당히 익혀서 맛있게 건강하게 먹자.

참고로, 설탕물을 계속 졸이면 캐러멜이 되는데 캐러멜화 역시 갈변현상의 하나다. 캐러멜화가 단백질이 없는 상태에서 당분이 열에 의해 갈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빵이나 고기처럼 당과 단백질이 함께 있는 식품의 갈변현상만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한다.

당장 마이야르 반응을 확인하고자 하는 캠퍼를 위한 꿀팁. 적당한 온도 아는 방법. 뒤집는 타이밍과 먹는 타이밍은 알겠는데 고기를 올리기 좋은 온도인지 모르겠다면 그릴 위 6~8cm 정도에 손바닥을 대보시라. 3~5초 정도 버틸 수 있다면 고기를 올린다. 못 참겠으면 불이 지나치게 센 것이니 고기가 타기 쉽고, 5초가 지나도 뜨겁지 않다면 불이 너무 약한 것이니 숯을 더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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