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의 빛 이야기
우주 속의 빛 이야기
  • 글 사진 김호섭 별과꿈 별관측소 소장
  • 승인 2015.05.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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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빛 이론으로 우주 안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자

동행인과 함께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을 보면서 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별과 우주에 대한 대화 속에 막연하나마 천문학적 추론이 보태지면 우리의 상상력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여기에 약간의 과학적 지식이 보태진다면 주변 사람이나 가족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빛’에 대한 약간의 이론을 빌린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상상이다.

▲ NGC2237 장미성운성운은 여러 가지 성간 물질과 함께 수소를 주성분으로 한 구름형태의 광범위한 가스덩어리다. 캐논 FD300 렌즈와 캐논 400D(천체사진용 개조) 카메라를 연결하여 장당 8분 노출에 30장을 찍어, 총 240분의 노출을 통해 얻은 사진이다. 붉은 색이 강하지만 망원경을 통해서 육안으로 관측하면 거의 감이 오지 않는다. 5000광년 거리 밖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
알다시피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정립하면서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에서 동등하며 불변이라고 규정하였다. 간단히 표현하면 빛의 속도는 정해진 불변의 상수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략 1초에 30만km를 간다고 알고 있는 빛의 속도는 정확하게 299,792,458m/s이다.

이 속도 값을 가지고 우주에 적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리 개념을 도입할 수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384,400Km이다. 즉 빛으로 달까지 가는데 1.282초 정도 걸린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에 도착할 수 있다. 빛의 속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제 태양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구와 태양간의 평균 거리는 약 1억5천만Km이다. 이것을 광초로 표현하면 499광초고, 8.317광분(8분 19초)이 된다.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를 특별히 천문단위라 부르며, 1AU라고 표기한다. 즉 태양계 내에서 천체간의 거리를 비교할 때는 AU를 사용하면 간단하고 편리하다.

별까지의 거리는 어떨까. 우리는 밤하늘을 평면적으로 바라 볼 뿐이므로 모든 별이 밤하늘이라는 검은 천정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천문과학자들이 정밀한 측정법에 의해 사전에 계산해 놓은 별까지의 거리를 인용한다. 태양계를 벗어나면 Km와 AU같은 단위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제 광년의 단위로 셈을 하는 공간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 은하 내에서의 별들은 지구로부터 가까운 것은 10광년 이내의 것부터 멀게는 수 만 광년에 이르는 별까지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 별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거리에 대한 정밀도는 줄어들고 오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막연하게 반짝이는 별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별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두 가지 관점, 즉 별의 일생(나이)과 별까지의 거리에 대한 상상을 하면 밤하늘이 갑자기 물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 체감의 세계에서 모든 속도는 상대적이다. 게다가 천문학에서는 많은 수치가 정밀하지 못하고 대략 정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인간이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달까지의 거리는 아폴로 우주인이 달에 갔을 때 설치한 레이저 반사경 덕분에 거의 mm단위로 잴 수 있지만 나머지 천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태양계를 벗어나 외부 세계로 멀어지면 모든 거리 단위는 폐기되고 우리는 광년이라는 빛의 속도단위로 얘기해야 한다.

아니면 별까지의 거리에 대해 매우 긴 단위의 수치를 읽어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략 100만 단위가 넘어가면 수치를 보자마자 한 번에 높은 단위부터 읽기 힘들어 한다. 만일 우주에서 거리를 km로 읽는다면 대부분 읽다가 뒷목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우주에서는 광년 이외에는 적당한 거리 표현 방식이 없다.

웜홀 통해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해질까
태양계를 벗어나서 가까이 있는 별을 보자. 북반구에서 육안관측이 가장 가까워서 광속으로 8.6년 걸린다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까지 보이저호의 속도로 날아간다면 얼마나 걸릴까? 아마 쉽게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100년? 1000년? 필자도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대략 20만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마하 30의 속도로도 20만년이 걸린다면 인간은 보이저호를 타고는 여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 은하수를 향하고 있는 망원경사진 우측부분의 조금 더 밝은 부분이 우리은하의 중심부로 지구로부터 대략 3만5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사진 속에서 육안으로 뚜렷하게 보이는 대부분의 별은 수천 광년 이내, 즉 우주적 개념으로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으며 우리 은하 내에 있는 최소 1천 억 개의 별들 중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별이다. ⓒ신범영

그렇다면 거의 빛의 속도에 도달한 우주선으로 여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우주선을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는 대략 3.5년 정도 만에 시리우스에 도착하게 된다.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3.5년 동안 맨 정신으로 비좁은 우주선에서 버틸 인간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먼 미래에 항성(별)간 여행을 가능케 하려면 뭔가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다룬 것이 바로 웜홀이다. 항성간의 지름길이라 여겨지는 웜홀은 아직까지는 이론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설령 그것이 실재한다고 해도 우리가 지구에서 만들어낸 여러 가지 불변의 물리적 법칙을 적용하면서도 웜홀을 통과하는 항성간의 여행이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육안으로 관측하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 중에는 수백광년의 거리에 있는 별들이 흔하다. 그 정도의 거리는 우리 은하계 범위 안에서 보면 모두 근처에 있는 별이다. 성단에 속해 있는 별은 수천광년의 거리에 있는 대상들도 많다.

밤하늘을 재미있게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은 대표적인 1등성의 거리를 광년으로 대략 기억하여 써 먹는 것이다. 밝게 빛나는 1등성들은 지난 글 속에서 중요한 별자리의 기준별이 된다고 강조했듯 비교적 구분하기 쉬우므로 그런 1등성까지의 거리를 비교해 보는 것은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도움이 된다.

1등성 기억하면 별까지의 거리 알기 쉬워요

필자가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상상 속 우주는 어떻게 펼쳐질까. 표는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16개의 항성(별)에 대한 겉보기등급(육안으로 본 밝기)과 항성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것이다. 일부 별은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var로 표시)이다.

항성까지의 거리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떤 경우의 측정값이라 할지라도 1000광년이 넘어가면 그 값은 급격히 부정확해진다. 하단에 있는 데네브(Deneb)가 대표적이다. 필자가 여러 문헌을 조사해 봤는데 가장 가까운 값은 1500광년으로, 어떤 문헌에서는 3500광년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표에 있는 대표적인 밝은 별들에 대한 등급과 거리를 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간단한 편법으로 위 별들의 밝기는 모두 1등성 한가지로 기억하자. 별까지의 거리는 요즘 볼 수 있는 봄철의 1등성만 기억하자. 태양을 제외한 16개의 1등성 중에서 5월 정도의 봄철에 볼 수 있는 1등성은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3월호 참조), 처녀자리의 스피카,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정도이다. 봄은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1등성이 적어서 대충 훑어보면 밝은 별이 몇 개 없는 것처럼 심심하다. 그러나 금성과 목성은 여전히 매우 밝으므로 별이라 오해하지 말고 밤하늘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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