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9년차, 캠핑과 등산을 사랑하는 백패커”
“어느덧 9년차, 캠핑과 등산을 사랑하는 백패커”
  • 류정민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사진 제공 백수진
  • 승인 2015.05.18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안나다’ 백수진 씨

아웃도어활동이 이렇게 잘 맞는 줄 모르고 살다가 결혼과 함께 낚시와 등산, 캠핑을 즐기게 됐다는 수진 씨. 요즘은 등산과 캠핑을 같이 할 수 있는 백패킹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는 중. LNT (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 실천을 중요시 하는 그녀는 자연을 사랑하는 백패커다.

여자들끼리 다니는 백패킹 클럽 NCN의 터줏대감, ‘주안나다’ 백수진 씨를 만났다. 그녀의 성격만큼 유쾌한 ‘홍대 버스’ 안 인터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을 보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닉네임부터 물었다. “다들 진짜 이름인 줄 알더라구요. 옛날에 인천 주안에서 살았어요. ‘신사동호랑이’ ‘주안나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하하”

결혼 전에는 예쁘게 입고 다니는 걸 좋아했다는 수진 씨. “아웃도어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연애 하면서 남편 따라 낚시를 갔어요. 이슬비가 내리는 낚시터에 우리만 있었는데 형광 찌가 움직이는 느낌이 마치 태동 같더라구요. 진짜 재밌었어요. 낚시만 하다가 신랑이 집에 굴러다니는 폴 부러진 에코로바 텐트가 있대요. 그거랑 파라솔 들고 2007년에 처음으로 캠핑을 하게 됐어요.”

수진 씨는 첫 캠핑에서 ‘콜맨’으로 멋지게 꾸민 캠핑장을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캠핑은 집에 있는 부루스타 들고 다니는 건 줄 알았거든요. 캠핑용품을 예쁘고 멋스럽게 세팅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샀죠! 남편이랑 둘이서 2년 동안은 오토캠핑만 다녔어요. 캠핑장비 이것저것 사서 폼 나게 다녔는데 짐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러다가 굴업도에서 배낭 메고 조그마한 알파인 텐트를 치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됐는데 이거다 싶었어요”

아웃도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수진 씨는 결혼 뒤에 남편과 낚시, 캠핑, 등산을 즐기게 됐다. “캠핑도 재밌는데 등산도 재밌더라구요. 산에 가서 캠핑을 할 수 있어? 그게 백패킹이래! 그래서 요즘은 백패킹만 해요.”

남편과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는 수진 씨.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건 커플이나 부부관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쉬는 날 장비를 보러 가기도 하고 캠핑하면서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서로 말할 거리도 많아져서 좋단다.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일까. “운탄고도와 두위봉은 매년 가는 곳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월출산을 좋아해요. 조그만 산인데 다 가지고 있어요. 밧줄 잡고 바위도 넘어야 되고, 출렁다리도 건너고, 억새밭도 나와요. 꼭 가보세요.”

백패킹은 즐거운 취미지만 지켜야 될 것도 많은 법. 수진 씨는 백패킹에 대한 주관도 뚜렷하다. “백패킹은 엄연히 불법이에요.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주는 곳으로 가야죠. 국립공원에서 백패킹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보존해야 돼요. 백패킹 인구가 늘면서 무분별하게 여기저기서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물론 배낭 메고 올라가서 자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합법적인 곳에 사이트 구축을 하고 트레킹만 하고 오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헬기장에 너무 많이 텐트를 쳐놓으면 비상사태엔 헬기는 어디에? 다들 조심해야죠.”

백패킹을 오래 한 만큼 장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텐트, 침낭 이외에 꼭 필요한 장비는?” “나침반. 밤이 돼버리니까 느낌이 없더라고요. 독도법이 왜 필요한 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등산은 정말 많이 해봐야 돼요. 산을 모르잖아요. 저도 매일 가는 산에서 길을 헤맨 적이 있어요. 핸드폰이 안 터지는 구역인데 갑자기 터져서 119랑 산림청에 조난신고를 하고 내려왔어요.” “가장 아끼는 것은 블랙다이아몬드의 아와니 텐트와 리액터에요. 고가의 장비, 저가의 장비 다양하게 써보는 편인데 가격이 어떻든 자기한테 맞는 게 제일이에요.”

마지막으로 백패킹 시작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했더니 아주 단호히 얘기한다. “백패킹 준비한다고 장비부터 사지 말고 등산을 하세요. 백패킹은 기초체력 길러서 해도 늦지 않아요. 체력 없이 하려고 하니까 당연히 무겁고 힘들죠. 기초체력이 있어야 좋은 데도 올라갈 수 있고, 남한테 민폐도 안 되는 거예요. 하다못해 오토캠핑을 해도 짐은 날라야 하잖아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백패킹을 꾸준히 하고 싶으면 체력을 기르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에요”

클럽 NCN은 노는 처녀, NO 처녀, 老처녀들이 모인 여자들의 백패킹 클럽이다. ‘주안나다의 믿고 가는 벙개’도 종종 열리니 혼자 백패킹은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여자들이여, 용기내서 가보자! cafe.naver.com/clubnc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