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장난감, 중독성 높은…카처, K3 200
사내의 장난감, 중독성 높은…카처, K3 200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5.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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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비 리뷰 | 자유의 여신상 닦는 청소기

캠핑 한 번 다녀오면 뒷정리의 반이 청소다. 깨끗하게 하려면 꼼꼼하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과 공이 어지간히 많이 든다. 대충 하자니 비싸게 산 장비들이 궁시렁궁시렁거릴 것만 같다. 카처의 고압세척기는 이런 고민을 간단하게 날려버린다. 물론 대중화 이전에 해결해야 할 숙제는 있지만, 한 번 써보면 어떻게든 숙제를 풀어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를 것이다.

▲ 가정용 고압세척기 K3 200의 생김새. 크기는 대략 토요토미 난로와 비슷하다.

고압세척기는 아직 낯설다. 장비 중히 여기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캠퍼들이 아직 고압세척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는 상황에서 야외라는 공간과 물과 전기라는 인풋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환경을 갖추기 힘들다. 마당을 가진 집에서야 캠핑장비든 차든 오래된 대문이든 마음대로 흙먼지와 때를 씻어낼 수 있겠지만 고작해야 베란다가 전부인 아파트에서는 고압세척기를 사용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두 번째 이유는 고무 호스에 좋은 헤드만 달아도 꽤 괜찮은 수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비싼 돈 주고 고압세척기를?’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 번 써보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답하고 싶다. 압력을 훨씬 높임으로써 전기와 물을 아낄 수 있다고 해봐야 몇 푼 안 된다 생각할 거고, 그보다는 뭔가를 청소하는 작업이 일보다 놀이에 훨씬 가까워질 거라 말하겠다. 솔직히, 고압세척기는 무척 탐나는, 중독성 있는 ‘장난감’이다.

▲ 개념도. 투명한 호스로 빨아들인 물을 고압으로 바꿔 검은색 호스를 통해 노즐건으로 내보낸다. 검은색 레버는 전원, 전선은 오른쪽 아랫부분에 있다.

자유의 여신상 닦는 청소기

먼저 낯선 이름 ‘카처KARCHER’라는 브랜드를 간단히 알아보자. 카처는 청소장비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독일 브랜드로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휴대용 고압세척기 HD555를 세계 최초로 만든 게 1984년이었다.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과 미국 자유의 여신상과 러시모어 대통령 조각 바위산 등의 청소를 도맡았다. 이는 세계문화유산 및 랜드마크를 세척하는 ‘카처 세계문화유산 클리닝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강력함과 섬세함을 갖췄다는 뜻이다. 아마 야외에서 사용하는 노란색 청소 도구를 보았다면 열에 아홉은 카처였을 거다.

▲ 노즐건에 달린 것이 기본 구성품인 고압 노즐이고 아래 화살처럼 생긴 것이 옵션인 회전가압노즐이다. 물이 360도 회전하며 분사되어 압력도 더 세고 세척 범위도 더 넓다.

▲ 고압 노즐의 앞부분. 화살표가 달린 부분을 왼손(오른손잡이의 경우)으로 잡고 사용하는데 노즐을 돌려 압력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음, K3 200. 가정용 고압세척기로 출시된 K3 200은 120바의 고압으로 세제 따위 필요 없이 물때와 흙먼지를 말끔하게 지워버릴 수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K3 200은 전기의 힘으로 물을 고압으로 분사한다. 그러니 수도꼭지와 연결된 호스를 본체와 연결하고 전기를 꽂으면 사용 준비 완료. 노즐을 들고 방아쇠를 당기면 ‘웅~’ 소리와 함께 셀프 세차장에서 보던 물줄기가 뻗어나간다. 고압이 유효한 사정거리는 대략 1m 남짓. 1m를 넘어가면 분무기로 뿌린 듯 작은 물방울들로 흩어진다.

진흙탕에 빠졌던 MTB나 재가 찌든 화롯대, 흙탕물 튀긴 자동차… 뭐든 상관없다. 건물 외벽을 청소할 때도, 정원의 간이수영장을 청소할 때도 쓴다고 한다. 수영장이라, 부럽다. 때로는 삼겹살 기름과 재가 찌든 화롯대를 청소해야 한다. 전용 세제를 사용해도 되고 호스 연결구 위에 있는 투명 호스를 세제통에 넣고 기본 노즐의 파워를 제일 약하게 설정하면 안에서 알아서 물과 세제를 8:2로 섞어 내보낸다.

▲ 손잡이에 달린 안전장치. 반대쪽에서 검은색 삼각형을 누르면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 철없는 꼬마들은 물놀이를 좋아하고, 고압세척기는 놀이용으로 쓰기엔 압력이 지나치게 높으니까.

▲ 물이 들어가는 부분. 보이진 않지만 안쪽에 필터가 있어서 기계로 들어가는 물의 이물질을 한 번 걸러낸다. 호스 앞쪽의 하얀 부품은 ↙에서 설명한다.

재미난 장난감들은 대개 옵션이 다양하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 순정 노즐을 빼고 다른 노즐을 끼우면 재미가 배가 된다. 회전가압노즐Dirt Blaster Nozzle은 노즐 안에서 물이 360도 회전하며 분사되어 압력 50% 증가하고 분사 범위도 넓어진다. 폼 노즐을 달면 손세차장의 폼건처럼 풍성한 거품이 나올 것이고 원형 솔 브러시를 달면 솔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제품을 반짝반짝하게 만들 것이다.

고압 호스는 6m여서 어지간한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있지만 길이가 아쉽다면 9m 호스를 살 수도 있다. 이밖에도 꺾임 제트 노즐이나 지붕 청소에 특화된 키트, 360도 회전되는 파워노즐, 자동차 하부청소를 할 수 있는 섀시 청소 키트까지 자꾸만 청소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우리가 청소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액세서리는 거의 다 나와 있다고 봐도 좋다.

물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겠지만, 알면 놀랄 거다. 4바 정도의 일반 호스를 이용해 1시간 동안 물을 쓰면 3500L 정도를 소비하지만, 120바의 K3 200으로 한 시간 청소를 하면 400L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88%나 절약할 수 있다.

▲ 옵션이긴 하지만 탐이 나는 폼건. 손세차장의 폼건처럼 풍성한 거품이 아주 그냥…. 화롯대 닦을 때 제일 아쉬울 제품이다.

일을 놀이로 만들어 버리는
혹 이 녀석에 관심이 있거나 사고 싶은 이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소비자가격이 44만 원인 이 제품은 가정용 고압세척기다. 산업용과는 기계의 내구성 자체가 다르다. 고압건을 2~4초 정도 짧게 끊어 사용하면 기계에 무리가 간다. 최소 10초 이상 최대 5분 이내로 사용하고 5분 사용 후에는 2분 정도 쉰다. 수냉식 모터이기 때문에 물을 공급하지 않고 공회전시키면 모터에 과부하가 걸린다. 하루 적정 사용시간은 1시간 정도다.

물 속 이물질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지만 더러운 물이나 지하수, 바닷물 등을 사용하며 안 된다. 녀석은 수돗물만 먹는다. 옥외에 설치된 수도는 대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럴 경우 외장형 필터를 사용해야 기계가 망가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호스를 빼고 본체만 잠깐 공회전 시켜 물을 빼내야 한다. 겨울철에는 온도가 영상인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 전용 세제통이 없다면 수도 호스 위쪽의 작은 호스를 빼 세제통에 담가두면 된다. 분사건의 압력을 가장 낮게 설정하면 모터가 알아서 물과 세제를 8:2 비율로 섞어서 분사한다. 똑똑하다.

▲ 바퀴가 커서 자잘한 홈은 그냥 타고 넘는다. 소음도 심하지 않고 진동도 거의 느낄 수 없다.

이 녀석의 최고 매력은 일을 놀이로 바꿔버린다는 점이다. 장비를 씻는 게 놀이가 되고 베란다 청소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최고의 유희가 된다. 어렸을 적 호스 가지고 했던 물놀이는 비할 바가 아니다.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밖에서 사용할 때는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실내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시끄럽다. 스마트폰 소음 측정 어플로 쟀을 때 84데시벨이 나왔다. 80이면 공장 소음, 90이면 지하철 소음 수준이다.

사용하는 사람이야 재미있으니까 별로 시끄럽다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꽤 큰 소음이니 실내에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오랜 기간 사용하진 않았지만 꽤 호감이 간다. 문득문득 ‘어디 야외에서 물이랑 전기 구할 데 없나?’ 생각하는 걸 보면.

▲ 카처는 세계에서 맨 먼저 휴대용 고압세척기를 만든 회사다. 자유의 여신상도 카처가 작업한단다. 카처는 그런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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