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지속·매출 급감’ 이중고에 직면한 캠핑시장[Ⅱ]
‘불황 지속·매출 급감’ 이중고에 직면한 캠핑시장[Ⅱ]
  • 박성용 부장
  • 승인 2015.05.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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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맨 유통구조 변화로 문 닫는 매장 늘어…시장상황 고려 않은 상향식 실적만 요구

국내 캠핑시장이 침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008년부터 오토캠핑 열풍이 불면서 매년 급성장한 캠핑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천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웃도어 시장의 불황과 캠핑문화의 변화로 지난해 성장세가 약 30%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캠핑업체들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 재편, 가격 세일 등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본지는 이에 ‘불황 지속·매출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캠핑시장 현황과 이러한 과정에서 급물살을 타는 유통구조의 변화에 대해 2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 주

콜맨의 유통구조 재편은 매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당장 문을 닫은 매장이 속속 생겨났다. 그동안 호상사가 콜맨 제품을 공급 관리하던 전국의 매장은 50개.

▲ 국내 캠핑시장은 2012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국제아웃도어캠핑페스티벌. 사진 박성용 부장

이 매장들의 매출 구성을 보면 콜맨 상품 비중이 높은 곳은 무려 90%에 달하고, 낮은 곳도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통구조 재편 여파로 이중 10개 매장은 폐업을 했으며, 그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들은 하나 더 늘어난 총판 때문에 그만큼 상권 보장이 불안정해졌다. 기존 매장 근처에 신규 매장이 들어설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단일 총판 체제에서는 기존 매장의 상권 보호를 위해 신규 취급점이나 매장 신설 과정에 지역 안배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목 좋은 상권에는 매장들이 난립해 동일 브랜드 제품을 팔아야 하는 출혈 경쟁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유통구조가 바뀌자 웃지 못할 진풍경도 벌어졌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온라인 매장을 보여주며 이 가격에 달라는 고객이 생겨난 것이다. 어떤 매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가격 비교를 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기도 했다. 이쯤 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델과 가격을 확인한 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애교에 속한다.

▲ 김인호 호상사 대표.
이번 여파의 피해는 호상사도 예외가 아니다. 호상사 관계자는 “콜맨이 매년 마진율을 깎아 최종적으로는 처음 마진율에서 20%나 삭감되었다”면서 “매출이 컸을 때에는 상관이 없었지만 마진·매출·재고부담의 압박이 커지자 실제 수익은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호상사는 ‘재고 부담’과 ‘거래처 피해 최소화’라는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재 호상사가 안고 있는 재고 물량은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약 6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본사에서는 재고 반품을 거부하다가 나중에 일부 소량만 받아주어 나머지 물량은 현재 처리 중에 있다. 호상사는 이런 상황에서 거래처들한테는 일부 반품을 받고 또 거래 대금에서 금액을 더 빼주는 등 피해 대책 방지에 나섰다. 이 조치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손해 약 4억원은 호상사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번 유통구조 재편의 진원지는 미국 본사로 알려져 있다. 해외 브랜드의 한국법인들이 대부분 그렇듯 콜맨코리아도 본사의 방침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호상사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보면서 매출 목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본사가 계속 상향식 실적만 요구한다”면서 “한국 캠핑시장의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숫자만 채우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혼란은 총판뿐만 아니라 일선 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상사 측은 “일찌감치 올해 목표를 잡아놓은 매장들이 유통정책의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콜맨코리아는 이런 매장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판매 실적이 우수한 A급 매장은 직접 거래하고, B급이나 C급 매장들은 새로운 유통업자한테 넘겼다”고 밝혔다.

▲ 콜맨의 로고 변천사.

국내 캠핑시장은 코베아와 콜맨이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스노우피크가 뒤를 쫓고 있다. 이 3개 브랜드는 매출, 인지도, 브랜드 가치 부문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출은 코베아, 인지도는 콜맨, 브랜드 가치는 스노우피크가 각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하지만 캠핑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한 캠핑스타일과 문화도 중후장대한 오토캠핑에서 경박단소의 미니멀 캠핑 또는 백패킹으로 변하고 있다. 난민촌을 방불케 하는 무질서한 캠핑장 풍경에 회의를 느껴 캠핑을 접은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엔 캠핑하기 위한 공간은 크지 않지만 호젓한 장소를 찾아가는 백패킹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캠핑업계 관계자들도 “지난 2012년은 캠핑시장의 정점이었는데, 지금은 아웃도어시장과 마찬가지로 캠핑용품시장도 지금 포화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어 “거품이 빠지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10년 동안은 일본처럼 내리막길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 브랜드들이 자구책을 내세워 유통과 가격정책을 흔들고 나오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캠핑시장에서도 콜맨발 ‘치킨게임’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캠핑산업의 저성장시대에서 콜맨의 이번 특단 대책은 ‘묘수’가 될지 아니면 ‘자충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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