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마운틴 스테이 하세요”
“히말라야에서 마운틴 스테이 하세요”
  •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05.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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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IST’S DINING | 김창호 대장

아웃도어에 인생을 건 사람들과 매달 특별한 한 끼 식사를 나누고자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들의 업적과도 같은 일대기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의 소소한 삶을 나누고 싶어서다. 이번 달은 히말라야 무산소 14좌 등정과 파키스탄 카라코람 탐험이라는 이력을 함께 갖고 있는 진정한 알피니스트, 김창호 대장을 만났다.

오늘의 식사는 서울 조계사 건너편에 위치한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으로 정했습니다. 사찰음식이라는 메뉴가 마음에 드시나요?
평소에는 육식을 좋아하지만, 간이 세지 않고 식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이런 음식이 고산을 오를 때는 좋아요. 산에서는 조미료가 강한 음식은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조리나 간을 하지 않은 야채, 과일 등을 먹었습니다. 최근에는 살을 4kg정도 뺐어요. 원정을 다니다보면 살이 자연스럽게 빠지지만 내려오면 먹는 게 모두 살로 갑니다.

아무래도 몸이 기억하는 거 같아요. ‘이 사람은 하루에서 길면 며칠씩 안 먹고 움직이니까 에너지를 많이 축적해놔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원정 후에는 살이 삽시간에 불어납니다. 건강과 체중 조절하는 데 사찰음식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제가 조계사와 인연이 있어요. 송암 스님께서 파키스탄 카라코람을 1700여일 동안 탐험하고 온 저의 글을 보시고는 만나보고 싶다고 조계사로 부르셨죠. 여기서 강의도 듣고 불교와 연관지어 강연도 했어요.

스님께서 파키스탄 탐험과 불교의 어떤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셨을까요?
탐험할 때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녀요. 그 모습이 마치 수행과 고행처럼 여겨지셨다는군요. 절에서 며칠씩 지내면서 산사체험을 하는 템플스테이가 있잖아요? 저는 마운틴스테이를 5년 동안 한 셈입니다.

혹시 히말라야 가보셨나요? 안 가보셨다면 꼭 가보세요. 산악인들이 왜 히말라야에 가는지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쳐다보고 있으면 성산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히말라야 산 이름이 모두 신 이름이잖아요. 정말로 산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져요. 산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그 맑은 기운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혼자서 탐험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비용 문제도 있었고 혼자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어요. 하지만 정말 힘들었죠. 텐트치고 쉬다가 몇 백 미터 못가서 다시 텐트치고 쉬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길에서 쓰러졌는데 현지인이 ‘거울로 네 얼굴을 한번 보라’고 하더군요.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한 달 반 만에 체중이 16kg 줄어있었어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겠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곳에 있다는 게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가졌던 원망도 사라지고 힘들었던 기억도 잊혔어요. 무엇보다 현지 주민들을 만나고 산을 보는 게 너무 좋아요.

산은 사람의 힘으로만 올라야 한다는 무동력-무배출을 원칙으로 히말라야 14좌를 산소통을 메지 않고 올랐습니다. 산소통을 정상에 대부분 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from 0 to 8848이란 개념을 도입해 해발 0m에서 세계 최고봉까지 무동력 극한 등반을 하기도 했습니다.
양은 겁이 많아서 함께 몰려다니고 울타리를 부수고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합니다. 울타리가 부서지면 늑대가 들어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울타리를 넘어야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산악인이 산에 가는 것도 자신을 가둔 테두리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저는 14좌를 달성하고 나니까 이제야 비로소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

등반 업적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중요한 의미를 깨달은 거죠. 고산 등반은 살면서 느끼지 못하는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해줘요. 갈증이 생길 때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눈 녹인 물로 밥을 해먹을 때 땅에서 용솟음치는 물이 먹고 싶다는 생각, 희박한 산소 공간에 있을 때는 숲속의 청량한 공기가, 따뜻한 침낭 속과 힘들 때 곁에서 누군가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뭇사람들은 대장님이 남다른 심장과 체력을 지녔을 거라고 얘기해요. 대장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보통 사람과 같아요. 다만 제가 스쿠버다이빙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숨은 잘 참는 거 같아요. 한번 물속에 들어가면 3분 동안 있다가 나옵니다. 물속에서 생각을 많이 하면 뇌가 산소를 많이 쓰게 돼요. 그래서 저는 아기가 엄마 양수 속에 있는 상태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상태로 있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에는 뉴라시아 평화 원정대장으로 서울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1만5000km 자전거 원정도 다녀오셨어요.
사람이 어떤 한 곳에 뜻을 두고 생각하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도 만나게 되나 봐요. 남북한 산악인이 만나고 교류하면서 함께 히말라야 산행도 하고, 남한에서 산행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서를 작성했었어요. 하지만 결국은 잘 안됐죠.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조선일보에서 연락이 왔어요. 원코리아 뉴라시아 평화 대장정을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원정대를 꾸리고 준비하다 보니까 고산 등반 원정대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를테면 각자의 역할이 있죠. 자전거로 유럽까지 다녀오셨던 분들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캠핑 경험이 많은 안영미 씨가 일행들의 숙식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먹고 달리는 일의 연속이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산행이 수직여행이라면 자전거는 수평여행인데요. 고산등반과는 어떻게 달랐나요?
자전거 원정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산에서는 이상적인 꿈만 꿨다면 자전거 여행은 현실 세계를 보는 시간이었어요. 등반은 곁에 동료가 있지만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아요.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하지만 자전거 원정은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경관은 어떤지 나아가서 각국의 민족과 문화, 경제가 어떻게 다르고,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보는 시간이었어요. 외국에 주재하고 있는 기업체 직원 분들도 뵀는데, 그곳에서 정말 치열하게 경제 전사처럼 살고 있더라고요.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저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셨어요. 산악부 후배 분이시라고요.
산악부 후배로 2년 동안 활동했던 친구예요. 처음 봤을 때부터 ‘결혼을 하면 이 친구랑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이 늦은 이유는요. 주변의 산악인들을 봤을 때 산에 가는 걸 그만두는 계기가 경제적인 이유와 가족이었어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아이가 눈에 밟혀서 못가는 거죠. 그때 저는 계속 산에 가고 싶으니까 결혼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나니 어떤 생활의 변화가 있나요?
제가 많이 불안정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마음이 아주 안정됐어요. 히말라야 카라코람 탐사를 하면서 4개 봉우리를 혼자서 초등하기 전 매우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그래서 산을 오르기 전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이미 갈아서 가지고 간 피켈을 돌판 위에 올려놓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갈았어요. 우리 조상들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목검을 깎았다는 데서 착안했죠.

그렇게 피켈을 갈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평온해져요. 결혼 후 생활은 마치 그 피켈을 갈고 난 이후의 평온한 상태가 지속되는 거 같아요. 편안해요. 아내는 제가 신앙시하는 산과 같은 존재예요. 저의 가장 큰 후원자이기도 하고요.

취미 생활은 어떤 걸 하시나요?
고지도를 모으는 게 취미예요. 산서와 고지도로 가득한 서재에서 매일 1시간에서 3시간 정도 책과 지도를 보는 시간을 가져요. 시간이 날 때는 양평의 작은 농장에 가서 밭일도 하고요. 저는 먹을 것만 심었고, 아내는 보는 것만 심었어요.(웃음)

올 초 노스페이스와 인연을 맺으셨죠. 직책이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직책은 산악인이에요.(웃음) 앞으로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요. 무엇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그래도 저는 산에 가는 게 정말 좋으니까 산에 계속 가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계속 갈 거 같아요.

TODAY'S CUISINE
10합 바라밀상
동충하초죽, 더덕샐러드, 두릅빙떡과 숙주무침, 취나물 굴림만두, 쑥 버섯강정, 미나리유부 맑은 탕, 연잎밥, 토장국, 찬, 후식(레몬계피생강차, 주전부리)

발우공양
발우공양은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사업단에서 불교문화의 보급을 위하여 만든 사찰음식 체험관이다. 건강을 소중히 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한국적이면서 건강 지향적인 채식을 주 식단으로 하는 사찰음식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발우공양’은 사찰 식사법으로 식사하는 행위 또는 수행의 일환인 사찰에서 몸과 마음을 닦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는 뜻을 말한다.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6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5층 02-733-2081 / 02-2031-2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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