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크나무를 따라 펼쳐진 유럽 귀족의 휴양지
코르크나무를 따라 펼쳐진 유럽 귀족의 휴양지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04.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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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S TRAVEL NOTE | 유럽대륙 서쪽 땅끝마을 까보다로까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빠져나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창 가로 스쳐 지나가는 붉은 지붕의 전통 가옥을 볼 수 있다. 마치 동화책 속에 나오는 그림 같은 풍광을 따라가면 신트라산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대서양이 보였다 안 보였다 숨바꼭질하는 듯한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에는 키다리 코르크나무의 울창한 녹색 향연이 장관으로 펼쳐진다. 그 숲 사이로 드문드문 나타나는 아주 오래된 작은 민박집과 호텔은 소박하면서 고풍스러워 왠지 운치 있다.

신트라 산에 올라가는 숲 속에는 큰 저택들도 눈에 띄는데 옛 귀족들의 별장이다. 이곳은 무더운 여름철에도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해풍으로 인해 청량한 기온을 자랑했다. 포르투갈이나 영국 혹은 스페인 귀족들은 여름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별장으로 택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이곳 풍광에 매료돼 자주 묵었다고 전해지며, 그의 작품에서도 ‘신트라 산의 정상인 까보다로까는 에덴동산이다’라며 이곳을 찬미한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 까몽이스 시인의 말을 새겨놓은 십자가 돌탑.
이렇게 약 15분 정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유럽 대륙의 서쪽 땅끝마을 까보다로까에 도달한다. 포르투갈어로 까보다(Cabo da)는 끝이란 말이고 로까(Roca)는 곶이란 뜻이다. 즉 바다로 뾰족하게 돌출된 ‘곶의 끝’이라는 의미다.

한반도의 까보다로까를 찾으면 동쪽 땅끝마을인 울산 울주군의 간절곶을 들 수 있다. 하루의 첫해가 찬란한 햇빛을 뿜어내며 바다에서 솟구치는 장소인데 바로 그 해가 중국을 지나 유럽의 많은 나라를 거쳐 마지막 바닷속으로 숨는 곳이 이곳 까보다로까다. 거센 바닷바람에 퇴색된 하얀 십자가를 바치고 있던 이곳의 높은 절벽을 바라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조국을 떠나 거친 망망대해에 뛰어든 용감한 탐험가들이자 항해가였던 바스쿠 다 가마나 마젤란, 디아스 등의 혼이 어렸을지도 모른다고.

“AQUI … ONDI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CAMOES)
“여기… 대륙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도다.” 유럽대륙 서쪽 땅끝마을을 상징하는 십자가 돌탑 뒤의 하얀 대리석에는 포르투갈의 신화를 만든 국민 시인이자 정신적 지주인 카몽이스(CAMOES)의 외침이 새겨져 있다. 카몽이스는 지금부터 약 490년 전에 리스본에서 태어나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행 배에 타 인도에 머물다 마카오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 군인이나 민간인 사망자, 부재자 등을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때 그가 중국 남방이나 베트남 등지의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이 그의 대표적 서사시 우스루지아디스 6편에 나와 있다. 여기에서 포르투갈의 탄생 신화가 담겨있는 서사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돌탑에는 포르투갈 왕실 문장과 이곳 위치가 우리나라 38선과 같은 위도라는 것도 새겨져 있어 흥미롭다.

▲ 까보다로까 십자가 돌탑. 주위엔 키작은 선인장이 깔렸다.
▲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빨간 등대.

돌탑 옆으로는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빨간 등대가 하얀 백색 벽과 대비돼 고고한 멋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풀처럼 지천으로 깔린 녹색의 키 작은 선인장의 호위를 받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놓아 버리기 일쑤다.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 간절곶에서 솟아오른 해를 유럽대륙 서쪽 땅끝마을 떠올리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많은 이들의 소원을 담고 새벽에 떠오른 그 해가 아시아 중동 유럽 대륙 거쳐 마지막으로 대서양 넘어와 포르투갈의 서쪽 땅끝마을 까보다로까에 닿는 모습이 마치 두 대륙을 육지의 형제처럼 느끼게 한다.

포르투갈의 코르크나무
이베리아 반도에서 자생하는 코르크나무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포르투갈이 차지하는 코르크 생산량은 무려 절반이 넘는다. 웬만한 기념품 가게에는 코르크 재질을 이용한 가방에 앞치마도 있고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코르크를 포도주 마개로만 연상하는 우리로선 좀 생소하다.

앤드류 김(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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