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 오랜 친구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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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4.1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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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베아, 8712 가스스토브

제품 이름의 8712는 1987년 12월에 선보였다는 뜻이다. 곧 세상에 나온 지 30년을 맞는 제품을 스타일리시한 신상들의 전장인 지면에 소개하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장비 중에 아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장비는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어떤 장비는 어렵게 구했다는 이유로, 또 어떤 장비는 다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귀하게 여기기도 한다. 아끼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장비들이 생긴다. 코베아의 8712 가스스토브는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 산에 다니기 시작한 후 등산화에 이어 두 번째로 산 물건이다. 약 12년 전 이야기다. 그동안 저 버너로 잡은 돼지가 10마리는 족히 넘을 것이고 끓인 라면을 쌓으면 천왕봉 높이는 되지 않을까 싶다.

열량은 2,000kcal가 조금 넘으니 요즘 가스스토브들에 비해 크게 처지는 편도 아니다. 성능보다 중요한 건 추억이다. 저 버너를 보면 그간 다녔던 산과 계곡, 바다가 떠오르고 그 여행길에 함께 나섰던 벗들이 떠오른다. 이 녀석이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화구에는 크랙이 생겨 불을 켜면 크랙 사이로 파란 불꽃이 인다. 점화장치는 될 때 반 안 될 때 반이고 새 제품을 보고서야 이 녀석이 원래 어떤 색상이었는지 생각이 났다.

이 녀석보다 훨씬 가볍고, 부피도 작은 데다 화력도 짱짱한 모델을 몇 개 알아봤다. 그러다 문든 이 스토브를 다시 사고 싶어졌다. 곁에 두고 싶어졌다. 너무도 익숙해져 있기에 손에 익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그간 함께 해 온 녀석을 쉽사리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주 구형인 스토브를 다시 사들였다.

알겠지만, 꼭 이 스토브를 사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정말 아끼는 장비가 있다면 그 장비를 한 번쯤 다시 사보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장비에 대한 최고의 예의는 최선을 다해 사용하는 것이다. 노쇠한 티가 물씬 나는 오래된 녀석도 새로 들인 반짝반짝 신참도 이곳저곳 캠핑장을 누비며 신나게 사용할 것이다.

무게 352g
열량 2,011kcal
소비자가격 4만2,500원
비젼 코베아 www.kovea.co.kr 1588-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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