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 정리의 계절
Editor's Letter | 정리의 계절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5.03.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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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주말, 장롱을 열어 봄맞이 정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지인 중에는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친군데요. 이 친구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을 포함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최소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사계절 입을 옷도 몇 벌로 줄이고 신발과 가방, 액세서리도 사용의 빈도수에 맞춰 정리합니다. 냉장고의 음식도 주말엔 깨끗하게 비운다네요.

그렇다보니 이 친구에겐 자연스레 선물하는 습관이 생겨났습니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게 생겼을 땐 그게 고급 의류나 가방이라 할지라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주변의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합니다. 때로 선물하기 아까운 물건은 인터넷을 통해 팔기도 한다는데요.

재미있는 건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 시세의 절반 가격에 내놓는다고 합니다. 이 친구의 정리벽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요즘은 자신의 옷장이나 방, 거실 등을 정리해달라는 지인들이 늘고 있답니다. 이 친구가 남의 방은 어떻게 정리할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그 안에도 나름의 정리 순서가 있었습니다.

먼저 큰 쇼핑백 하나를 방주인에게 주고 거기에 가장 필요한 것들만 담으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쇼핑백에 자신의 소지품을 담은 지인은 그 길로 바로 자기 방에서 퇴출, 정리가 끝날 때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네요. 정리를 부탁받을 때 약속하는 건 쇼핑백에 담은 것 외에는 버리거나 가져가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 하지만 사전에 정리의 룰을 전해 듣고도 보통은 쇼핑백이 터져라 물품을 담고 미처 담지 못한 것들을 가리키며 ‘저건 버리지 마라’ , ‘저건 가져가면 안된다’ 등 조건을 단다는군요. 미리 옮겨 놨어도 될 텐데 말이죠.

그 친구의 주장에 의하면 일반 사람의 방에 있는 물품의 절반은 수년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누가 가져가도 평생 분실했는지 조차 모르는 것들을 우리는 소중하다고 믿는답니다. 그 외의 것들 역시 대부분은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소유한 것이라고 합니다. 추억이 깃들었거나 각자 이유가 있는 물품이지만 서랍 속에서 잠들어 사용 빈도는 줄어든 물품이지요.

이 친구가 유별나긴 합니다만 실제로 버려야 할 것을 구별하고 버려야할 때 버릴 수 있는 것도 용기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계획만큼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결단도 필요한 것이지요. 지금 독자 여러분이 머물고 있는 방안, 앉아있는 사무실 책상 위, 들고 있는 가방 안에 든 물품들은 모두 여러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인가요.

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겨우내 꽁꽁 묵혀두었던 것들을 정리해도 좋을 시기입니다. 몸 안에 쌓아두었던 체지방을 산행이나 아웃도어 활동으로 태워버리기에도 좋은 계절이지요. 돌아오는 주말, 장롱을 열어 봄맞이 정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정리를 구실로 서랍에 간직하던 오랜 추억을 꺼내볼 기회도 될 것입니다. 올 봄은 여러분 모두 가뿐해지는 계절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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