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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업 | 산중취사와 끓는점
과학수업 | 산중취사와 끓는점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3.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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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을 높여라

밥의 맛을 결정하는 건 온도와 압력이다. 물론 즉석밥이 아니라 쌀에 물을 부어 짓는 밥 이야기다. 압력은 물의 끓는점(온도)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밥맛을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밥 짓는 과정을 살펴보자. 쌀에 적당량의 물을 부어 끓이기 시작하면 코펠 뚜껑이 들썩거리면서 김이 나고 어느 순간 밥 익은 냄새가 난다. 그때 불을 약하게 줄여 뜸을 들이면 된다. 밥이 약간 눌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을 끄면 제법 그럴싸한 한 끼 식사가 마련된다.

▲ 김이 많이 빠져나갈수록 밥은 늦게 되거나 설익기 쉽다.

물이 끓기 시작하는, 물이라는 액체에서 수증기라는 기체로 바뀌기 시작하는 온도가 끓는점이다. 반대로 수증기(기체)가 물(액체)로 바뀌는 온도는 액화점이라고 한다. 물의 끓는점과 수증기 액화점은 100도로 같다. 물(액체)이 얼음(고체)으로 변하는 어는점과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녹는점이 0도로 같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물이 끓기 시작하는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물이 끓으면 물 분자가 수면을 덮고 있는 공기 분자들 사이를 뚫고 나가야 한다. 당연히 공기의 밀도가 높으면 뚫기가 어렵고 밀도가 낮으면 쉽다. 공기의 밀도가 높다는 건 일정 공간 안에 공기의 양이 많다는 뜻이고 일정 면적이 받는 공기 압력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밀도가 낮다면 공기는 적고 공기의 압력도 낮다. 공기의 압력을 줄이면 기압이다. 기압이 낮으면 보다 끓는점이 낮아지기 때문에 100도가 채 되기 전에 끓는다. 기압이 낮은 곳에서 밥을 하면 설익기 쉬운 건 이 때문이다.

▲ 돌을 올린다→코펠 안의 기압이 상승한다→끓는점이 올라간다→밥이 빨리 잘 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이제는 캠핑장에서도 자주 보이는 압력밥솥은 인위적으로 기압을 높이는 장치이다. 뚜껑에 잠금 장치를 튼튼하게 해두었기 때문에 솥 안의 물이 끓어도 수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솥 안의 기압은 점차 높아지고 물이 끓는점도 점점 올라간다. 대부분의 압력밥솥은 솥 안의 압력을 대기압(1기압)보다 조금 높은 1.2기압으로 설정해 물이 약 120도일 때 끓는다.

기압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대략 5~5.5km마다 반으로 준다고 한다. 정확하게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기압은 높이뿐 아니라 온도 등 다양한 지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표면의 기압은 1013헥토파스칼(hPa)이니 8,850m인 에베레스트 정상은 약 300~350헥토파스칼 정도 된다. 참고로 지구의 대기는 높이 약 1,000km까지 분포하고 있지만, 전체 대기의 약 99%가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표에 가까운 높이 약 30km 이내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백패킹으로 산에 간다고 해도 1,000m 안팎일 테니 일상생활의 공간과 그리 큰 기압의 차이는 느끼기 힘들다. 오히려 코펠 뚜껑이 가벼워 기압이 조금만 올라도 들썩거려 수증기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뚜껑 위에 묵직한 돌을 올려두면 김이 새나가지 않아 밥이 설익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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