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는 마음으로 아웃도어 문화를 만듭니다”
“별 보는 마음으로 아웃도어 문화를 만듭니다”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3.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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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오 이한주 대표

니오는 천체망원경을 취급한다. 반고 텐트와 거버 칼을 비롯해 골제로 등 아웃도어 제품도 소개한다. 바리고 기압·온도계도 다룬다. 언뜻 보면 교집합을 찾기 힘든 이러한 조합의 중심에는 이한주 대표가 있다. 청년 시절 별과 은하수를 좋아했고, 즐거운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장비를 찾다가 지금의 브랜드들을 만났다. 지나온 이야기와 펼쳐질 이야기를 모았다.

“대학 다닐 때 천문반을 하면서 별을 봤어요. 전공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밤하늘의 별을 보는 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지요. 그때는 장비들이 워낙에 비쌌어요. 그래서 렌즈를 직접 연마해 만들기도 했어요. 별을 보는 일은 무척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별 보던 청년, 사업을 시작하다
2000년 이한주 대표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아이템은 쌍안경과 천체망원경, 모두 별을 좋아하는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천체를 관측할 때는 천체망원경과 쌍안경이 모두 필요하다. 쌍안경으로는 보고자 하는 천체의 위치를 확인하고 천체망원경으로 천체의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관찰한다. 쌍안경과 천체망원경 사업은 자연스럽게 군수사업으로 연결됐다.

“어느 날 군부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좋은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분명 좋은 장비들이 있을 텐데, 그보다 더 좋은 사양을 원했어요. ‘1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는 갈매기의 머리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을 구해 달라’가 그들의 요구사항이었어요. 그런 제품은 없어요. 무엇보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고급 기종으로 가면 값이 배로 뛰어도 성능은 몇 프로 차이 없어요. 그래서 천체망원경을 개조해서 저희가 만들었어요. 기존의 광학기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군 장비를 만든 거죠. 그렇게 나온 제품들이 ‘K7’시리즈입니다.”

K7A은 주간용 망원경이다. 25km 거리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노을공원에서 파주출판단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얘기다. K7B는 여기에 야간에 5km 떨어진 곳까지 환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런 장비들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 매출과 수익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군수업의 특성상 꾸준한 매출을 발생시키기가 어렵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익의 꾸준함이 필요하다. 이미 회사 규모와 조직이 커졌기 때문에 기존의 광학기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새로운 사업 분야를 고민하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아이와 함께 논에 모를 심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남는 시간을 지루해하는 아이를 위해 둠벙에 있던 부들을 주머니칼로 베어서 장난감들을 만들어 주게 되었다. 마침 주머니 속에 작은 칼이 들어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칼이 없었어도 어떻게든 아이를 달래 놀았겠죠. 하지만 칼이 있어서 활도 만들고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주면서 훨씬 재미있게 놀 수 있었어요. 아이도 무척 좋아했고요. ‘이런 게 아웃도어구나’ 싶었어요. 아웃도어를 사업 분야로 다루고 싶어졌죠. 지금요? 군 장비를 주문제작하는 분야는 우리 사업의 30% 정도입니다. 나머지 70%는 아웃도어 사업이죠. 군 장비는 주문제작인 데다 연구개발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놓을 수 없는 사업이에요. 아웃도어 사업은 우리 회사의 주력 사업입니다. 앞으로도 더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즐거운 아웃도어 세미 아웃도어
니오가 취급하는 수많은 브랜드 중 아웃도어 브랜드는 대략 12개 정도다. 그 중 칼이 유독 많다. 아마 니오가 아웃도어 사업을 전개하게 된 계기가 된 아이템이기 때문일 것이다. 니오의 아이템들은 ‘세미 아웃도어Semi Outdoor 장비’를 지향한다. 낯선 말이지만 뜻은 간단하다. 없어서 안 될 장비는 아니지만 있으면 아웃도어가 풍성해지는 장비다. 칼은 물론 꼭 챙겨야 할 장비지만 일반적인 오토캠핑에서 작은 주머니칼은 그 용도가 많지 않다. 조리용이 아닌 이상 칼을 한 번도 쓰지 않고 끝나는 캠핑도 많다. 하지만 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들면 사소한 재미들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전원 공급 장치인 골제로GoalZero도 마찬가지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캠핑장을 이용하거나 휴대용 배터리팩을 넉넉하게 챙기면 그만이겠지만 자연의 힘을 이용해 발전하고 축전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은 야외활동과 캠핑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에서 출발한다. 휴대용 정수기가 없어서 즐길 수 없는 캠핑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내가 마실 물을 자연의 물에서 스스로 구하는 이의 캠핑은 생수를 쌓아놓고 하는 캠핑과 좀 다르다. 문명과 문화로부터 독립적일 때 우리는 캠핑과 아웃도어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아웃도어 사업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니오는 아웃도어에 보다 공격적으로, 하지만 치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공격적인 접근이라 함은 스토브와 텐트 등 필수 장비를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한다. 물론 팔릴 것 같다고 다 파는 건 아니다. 성능이 우수해야 하고 생김이 예뻐야 한다. 기능과 디자인이 좋은 데다 독창성까지 갖추고 있으면 금상첨화. 니오가 반고Vango를 들여온 이유다.

반고는 영국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니오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했다. 반고의 에어빔 텐트는 알루미늄 폴 대신 공기를 넣어 텐트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공기를 아무리 ‘빵빵하게’ 넣는다고 해도 사람이 부딪히거나 강풍이 불면 버틸 수 있을까? 있다. 아무리 세게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에어빔을 만져보면 이해한다. 혹한과 혹서, 압력과 속도라는 극한의 조건을 견디는 건 타이어 속 공기의 힘이라는 걸 떠올리면 되겠다. 치밀한 접근이라는 건 제품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뜻한다. 반고를 처음 들여온 건 3년 전이었지만 캠핑 페어 같은 전시회에 반고 텐트를 소개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제대로 알아야 소비자에게 권할 수 있어요. 제품을 안다는 건 단순히 제품 사용법을 이해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품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 문화적 배경과 추구하는 가치, 철학 등을 이해한다는 뜻이죠.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이해해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자연환경과 캠퍼들의 특성에 맞는 텐트를 2016년에 선보이려면 지금 샘플이 나와서 검토와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올해 선보이려면 시작할 때 이미 이런 단계를 거쳤어야 하는 거죠. 이제 브랜드와 제품, 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신호등 대신 이정표
니오 홈페이지에 소개된 회사 소개에 보면 ‘시대 목표 : 300년 기업의 초석 다지기’라는 표현이 있다. 기업의 철학은 대개 미션과 비전으로 표현하기 마련인데 ‘시대 목표’는 무슨 뜻이고 ‘300년 기업’이란 어떤 맥락일까 궁금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이해하면 핵심에 쉽게 다가서는 좋은 수단이다.

“솔직히 창업하고 5년 정도는 돈 벌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제품 팔아서 돈 버는 거 말고, 회사를 키워서 많은 돈을 받고 팔아서 목돈을 챙기고 싶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장기적인 전략이나 계획은 안 세워지더라고요. 돈이 되는 건 다 하게 되고, 정석보다는 편법에 관심이 가고…. 그러다 문득 회사라는 게 만든 사람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인격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인이니까 국가가 인정한 생명체인 셈이죠. 단순히 내 회사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길게 봐야 하는구나."

보통 회사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이야기할 때 5년 후 혹은 10년 후를 이야기한다. 당장 내일 혹은 한 달 후의 상황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10년 후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 30년 대계를 세우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한주 대표는 30년에 10을 곱해 300년 후를 생각해봤다.

300년 동안 지속될 회사라면 어떨까? 당장의 이익과 손해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의 성과를 만들어 회사를 알릴 필요도 없다. 경영 역시 성과보다는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오래 가려면 요령보다 정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 중요한 건 이런 비전을 대표 혼자가 아닌 모든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 어느 정도나 공유되었을까?

“10년 정도 지나니까 팀장 정도까지는 공유했다고 생각해요. 알고 이해하는 정도가 아닌 체화되는 정도의 공유 말입니다. 다시 10년 정도 지나면 일선 직원들까지 함께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일단 초석만 다진다고 생각하고 가고 있습니다.”

파란 신호등만 보고 가면 지루하진 않겠지만 처음 가던 길을 놓치기 쉽다. 이정표를 봐야 하는 이유다. 운전과 달리 살아가는 일,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멈추는 순간 불안이 사방을 에워싸기 때문에 신호등만 보기 쉽다. 이한주 대표는 이정표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 만나는 캠핑
“별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이한주 대표가 말하는 새로운 세상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아무나 만날 순 없는 세상이다. “장소가 중요하진 않아요. 별이나 천체를 보는 건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정도까지가 좋아요. 12시부터 3시가 아주 좋죠. 그거 아세요? 12시가 넘으면 세상이 달라져요. 공기도 소리도 달라지죠. 다만 가만히 머물지 않으면 느낄 수 없어요. 별똥별이라 그러죠? 유성도 12시가 넘어야 볼 확률이 높아져요. 지구의 공전 구조상 그래요. 그 새로운 세상이 참 좋아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캠핑을 가요.”

니오NIIO(New Imagination Inside Ourselves)는 마음속에 그리던 새로운 상상력을 현실에 펼친다는 뜻이다. 이한주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전시실을 가만 둘러보면 그 상상력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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