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만 추구하는 ‘글램핑’, 이대로 좋은가
편리함만 추구하는 ‘글램핑’, 이대로 좋은가
  • 정진하 기자
  • 승인 2015.03.25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캠핑 전문가들 “캠핑 본질은 불편을 감내하면서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것”

22일 새벽 7명의 사상자를 낸 강화 글램핑장 화재로 연일 캠핑문화와 안전불감증에 대한 보도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국적 불명의 캠핑문화인 ‘글램핑’이 도마 위에 올라 전국민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글램핑(glamping)은 화려하다의 ‘glamorous’와 캠핑 ‘camping’을 조합한 합성어로 취사, 냉난방, 침구류, TV, 오디오 등 웬만한 생활편의시설이 갖춰진 텐트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캠핑을 일컫는다.

▲ 인천 강화의 한 글램핑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박성용 부장

글램핑은 지난 2012년 제주신라호텔에서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대형 텐트 8동을 설치해 셰프가 요리하는 바비큐를 즐기며 글램핑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2013년 배우 김수현과 수지를 모델로 내세운 빈폴아웃도어가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글램핑이 빠른 시일 안에 캠핑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은 캠핑장비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색다른 분위기와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성장한 캠핑시장과 캠핑 열풍이 더해져 글램핑장이 전국적으로 늘어났다.

▲ 캠핑은 불편을 감내하며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캠핑 동호인 사이에선 글램핑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사고가 나기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청평에 위치한 글램핑장을 다녀왔다는 이상아씨(서울 정릉)는 “캠핑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직접 요리를 하는 재미가 있는데 글램핑장은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어 편하기는 하지만 하룻밤 비용 20만원이면 차라리 펜션이나 콘도에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캠퍼는 어느 야영장에서 목격한 기가 막힌 상황을 들려주었다. 그는 “어느 해 여름 오토캠핑존에서 선풍기는 물론 벽걸이용 에어컨까지 가져와 텐트 밖에 선반을 갖다놓고 실외기를 올려 사용하는 사람을 봤다”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왜 굳이 캠핑장을 찾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캠핑 커뮤니티 사이트인 ‘캠핑퍼스트’의 한 회원은 “지금의 캠핑 세태는 집에서의 편리함을 캠핑에도 접목하다 보니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사고가 난 후 정부나 지자체에서 캠핑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운다고 난리인데 과연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오히려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캠핑 전문가들은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캠핑의 본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캠핑이란 무엇인가’를 쓴 영국의 작가·방송인 매슈 드 어베이투어가 한 말은 우리 캠핑문화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캠핑 과정에서 겪게 마련인 갖가지 역경과 제약, 현대적 미디어에 대한 욕구로부터의 자유는 창의적인 개성과 인격을 형성시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