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보] 글램핑 텐트 건축물 적용 기준 모호…법 규정 없어
[4보] 글램핑 텐트 건축물 적용 기준 모호…법 규정 없어
  • 이주희 기자
  • 승인 2015.03.24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강화 캠핑장 화재 펜션 관리동 일부 시설물 불법 증축·민박업 미신고 혐의 포착

지난 22일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화군 ‘아름다운 캠핑마을펜션’의 시설물 중 일부가 불법으로 증축된 사실이 드러났다. 강화경찰서는 펜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관리동의 샤워시설과 개수대 등 불법 증축된 시설물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관리동 건물을 숙박시설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고 있으며, 해당 펜션 부지의 토지 승인이나 건축 허가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 22일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화군 ‘아름다운 캠핑마을펜션’ 화재 현장. 사진/ 양계탁 기자

법 사각지대에 놓인 글램핑 텐트

건축법과 소방법 위반에 관한 구체적인 혐의는 수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불이 난 글램핑 텐트를 건축물로 봐야 하는지 여부다. 현행법규에는 캠핑장 내 텐트를 건축물로 규정하지 않아서 건축법은 물론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글램핑 텐트는 대부분 고정 설치되어 있고 일반 펜션처럼 내부에 TV와 냉장고, 냉난방시설 등의 전기제품들을 갖추고 있다. 화재 위험이 크지만 텐트 형태라는 이유로 현행법의 규제에서 비껴나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야영장업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글램핑은 이동이 가능한 야영시설의 한 형태로서가 아니라 고정 숙박시설로 설치 운영되는 경우 건축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글램핑은 설치 형태에 따라 건축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지자체 인·허가부서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즉 명확한 관련법 규정이 없어 이번에 화재가 난 글램핑 텐트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불법 여부가 판가름나게 되는 것이다.

▲ 사고가 일어난 글램핑 텐트. TV와 냉장고, 냉난방시설 등의 전기제품 코드가 어지럽게 꽂혀 있다.

민박업 미신고 시설, 화재 보험에도 미가입

이번 사고가 난 펜션은 관할 군청에 민박업을 신고하지 않고 무단 영업한 행위도 밝혀졌다. 소방당국은 매년 민박집, 펜션 등을 대상으로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캠핑장은 미신고 시설이어서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현장에는 소화기가 5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사고가 일어난 캠핑장은 화재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보상 문제도 막막한 상황이다. 캠핑장 등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이 아니라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관광편의시설로 분류돼 의무보험 가입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사고 현장에서 물품들을 수거하는 수사관들.

5월말까지 야영장업 등록기간…관련법 적용 안 돼

현재 전국에는 1,800여 개의 야영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식으로 등록·관리되고 있는 곳은 230여 개에 불과하다. 문체부는 야영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반야영장업을 관광사업으로 신설하고 등록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지난해 10월 통과시켰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1월부터 야영장업을 경영하는 사업자는 입지·규모 등 등록기준에 적합하도록 하여 관할 소재의 시·군·구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령의 유예기간이 오는 5월말까지여서 현재 등록이 안 되어 있어도 불법 영업은 아니다. 이 캠핑장도 마찬가지로 야영장업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유예기간이 남아 있어 따지고 보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개정 시행령 유예기간이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야영장의 등록신고율은 저조한 상태다.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인천시내 74곳 야영장 중 개정 시행령에 따라 등록을 한 야영장은 자동차야영장 3곳 뿐”이라며 “일반야영장 71곳 가운데 등록된 곳은 아직 1곳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이들 야영장을 대상으로 등록을 촉구하고 있으나 법적인 규제는 없어 홍보와 독려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23일 강화경찰서는 펜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캠핑산업 성장 위해선 합리적인 제도 개선 시급

캠핑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캠핑장 화재 사고로 캠핑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캠핑의 긍정적인 측면은 뒤로 하고 모두 불법이고 위험하다는 식의 인식이 여론을 타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대한캠핑장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 캠핑산업이 그동안 급성장을 통해 양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며 “수준 높은 캠핑산업 성장을 위해선 정부의 합리적 제도개선과 이에 따른 강력한 단속, 지원 정책 등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