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 동안 고마웠어, 그대의 노래들
2014년 한 해 동안 고마웠어, 그대의 노래들
  • 문나래 기자
  • 승인 2015.03.23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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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NG GRAMMY AWARDS 2015

매년 2월 초, 우리나라 시각으로 아침 열 시쯤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를 잠기 어린 눈으로 보고 있을 때 비로소 해가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2015년 00시 00분, “해피뉴이어!”할 때 새해를 느끼는 것보다, 저마다 ‘아, 그게 작년이었어. 작년 여름에 대박이었지.’하고 생각할 때 사무실 책상 위의 달력을 새삼스럽게 보게 되는 듯하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담요를 칭칭 두르고 앉아 그래미를 생중계하는 배철수, 임진모 아저씨 목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나중에 돈 모아 진짜 그래미 보러 가야지 싶다. 이번 달에는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음반들 중 아웃도어로 나갈 때 들으면 좋을만한 음반을 소개해본다.

Beck | Morning Phase
이번 겨울 2주에 한 번 씩은 주말에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Korean Air flight A380 departing at 16:00…….” 커피 향이 번지는 오후의 공항에서 안내방송을 들으며 나는 꽤 오랜 시간 드러누워 있었다. 그리고 반복해서 벡의 이 앨범을 들었다. 공항은 단지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방랑, 혹은 미지의 방향 앞에 서 있는 환승역과도 같은 관념으로 우리 마음 속에 존재한다.

1993년 천재 소리를 들으며 ‘Golden Feelings’ 앨범으로 데뷔한 미국 얼터너티브 뮤지션 벡. 이번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다. 전체 트랙을 순서대로 듣기를 추천한다. 어딘가 숨겨놨던 배낭을 다시 싸고 싶어진다. 환전을 하고 있는 사람, 변압 콘센트를 찾고 있는 사람, 그게 모두 나인 것만 같다.

Sam Smith | In The Lonely Hour
모두가 예상했다. 그가 2015 그래미를 모두 휩쓸 거라고. 오, 이 시대의 크루너여(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읊조리는 가수). 샘 스미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 남자에게 받은 상처를 일기로 풀어내듯이 진솔하게 곡을 썼다.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그리고 최우수 팝 보컬 앨범 등 4개의 부문에서 상을 휩쓸고 그는 말했다. “저를 차서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남자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요. 당신 덕분에 앨범을 만들었고 그래미를 네 개나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 그래미에서 6개,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샘 스미스. 그가 ‘나와 함께 있어줘요(Won’t you stay with me).’하고 노래 부를 때 그 후렴은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린다.

Ed Sheeran | X (Deluxe Edition)
‘제발 내한해 주세요.’ 국내 팬들이 소리친 끝에 3월 8일(일) SK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그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영화 ‘안녕, 헤이즐’과 ‘호빗’의 테마곡으로도 잘 알려진 그의 목소리.

소박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하늘이 회색이면 좋을텐데), 왠지 모르게 길을 잃고 싶을 때 그리고 그 시간이 영원했으면하고 생각할 때. 에드 시런을 추천한다.

‘올해의 앨범’ ,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등에 노미네이트 됐다. 처음에 그를 접했을 때 영국 출신이라기보다는 미국이 떠올랐다. 감미로운 목소리와ㅊㅊ 한 가지 빼먹을 뻔했다. 에드 시런하면 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진심을 담은 아름다운 가사가 한 편의 영미시를 보는 듯하다.

Arcade Fire | Reflektor
출근시간엔 아케이드 파이어를 듣지 말자. 몇 번이고 다른 버스를 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해야 했으니까. 영국 십대 드라마 ‘스킨스’의 시즌8이 나온다면 이 앨범을 OST로 가져다 쓸 것 같다.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에 오른 아케이드 파이어의 앨범 ‘Reflektor’. 마냥 흥이 나기만 하는 사운드를 바탕으로 심오한 가사가 관통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가장 슬픈 비극으로 알려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을 묘사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천국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유니버셜코리아 관계자와 대화를 하던 중, ‘이번 그래미를 예상해보자’는 주제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아케이드 파이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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