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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으로 낚아 올릴 수 없는 고기가 미끼를 무는 그 순간, 엔도르핀이 솟구쳐요”
“사람의 힘으로 낚아 올릴 수 없는 고기가 미끼를 무는 그 순간, 엔도르핀이 솟구쳐요”
  •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03.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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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에돔 낚시 1세대 한조무역 대표 박범수 & 낚시·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산만 바라보고 살던 사람에게 바다에서 즐기는 아웃도어는 한편으로는 좀 생소하다. 하지만 잘 몰라서 안 했을 뿐이지 우리에게는 태곳적부터 몸속 DNA로 꿈틀대고 있는 수렵의 본능이 있지 않은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손맛, 낚시인들을 바다로 이끄는 이 손맛이 바로 그 증거일 거다.

▲ 사진제공/ 스미스코리아

낚시는 민물낚시부터 바다낚시, 또 그 안에서도 전문화·세분화 돼 있다. 그중에서 가장 고급 기술을 구사하며 전투력을 가장 높은 수치로 끌어올리는 갯바위 낚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벵에돔 낚시 보급의 선두주자로 국내 낚시 1세대인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와 벵에돔보다 감칠맛 나는 글솜씨로 이름을 알린 김지민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분은 언제 처음 낚시를 시작하셨나요?
김지민 작가(이하 김)
저는 생활 낚시로 시작했어요. 우연히 직장 상사를 따라서 낚시하러 간 게 시작이었어요. 채비가 뭔지도 몰랐고 낚싯대에 바늘을 달아 던지면 되는 줄 알았죠. 근데 눈앞에 숭어가 왔다 갔다 하는 데도 저한테 잡히지는 않더라고요. 그날 결국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아침에 작은 씨알의 물고기를 몇 마리 낚았어요. 그날 몸은 너무 피곤했지만, 집에 왔는데 낚시 생각이 자꾸 나더라고요. 그때부터 낚시 인생이 시작된 거죠.

박범수 대표(이하 박)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낚시하러 다녔던 게 시작이었어요. 민물낚시였죠. 사회에 나와 선박회사에 다니다가 우연히 일본에 출장을 가서 바다낚시 문화를 접했어요. 그 뒤로 10년 뒤쯤 사업 준비를 하면서 좋아하는 낚시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조구 회사를 접촉했는데 쯔리켄에서 한국 시장을 맡아줄 매니저를 찾고 있더라고요. 일본 찌낚시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려던 시기였거든요. 그렇게 일본 찌낚시 전문 업체 쯔리켄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갯바위 낚시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이후에 국내에 쯔리켄을 수입하면서 벵에돔 낚시를 알리는 역할을 했죠.

두 분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바다낚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박 대표님은 사업으로, 김 작가님은 글과 사진을 통해 낚시를 알리고 있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한 낚시 매체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와서 생선과 낚시에 관한 두 가지 칼럼을 썼어요. 박 대표님께서 제 칼럼을 인상 깊게 보셨는지 어느 날 연락을 해오셨어요. 그전까지는 박 대표님을 잘 몰랐어요. 낚시 업계에는 조구업체(낚시 용품을 만드는 업체)가 자사가 제품을 사용하고 장단점을 회사에 보고하는 필드 스텝이란 게 존재해요. 대표님이 쯔리켄 한국 총판을 맡고 있으니 아마도 필드 스텝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고 있었던 듯합니다.

낚시 관련 사업을 하니까 제품을 알릴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지민 씨의 칼럼은 1년 넘게 지켜봤어요. 초보자를 대상으로 쉽고 대중적인 글을 쓰더라고요. 샐러리맨일 때부터 취미 삼아 생활 낚시로 시작해 방파제와 갯바위 낚시로 넓혀온 낚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죠. 직접 부딪히면서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 와 닿았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갖지 못한 이력이기도 했고요. 저는 갯바위 낚시부터 시작했고, 한국에 퍼지기 전에 외국에서 배워서 시작했으니까 길이 달랐죠.

바다낚시의 매력이란 어떤 걸까요?
민물낚시는 혼자하는 낚시예요. 붕어 낚시를 생각해 보세요. 한 명이 낚싯대 8~10대를 펼쳐놓고 밤새도록 앉아 있잖아요. 바다는 필드 환경이 거칠고 사색을 즐기는 시간보다는 대상어를 공략하기 위해 전략을 짜는 시간이 많아요. 대상어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 시름과 걱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요.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루어 낚시도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 즉석에서 먹는 회! 그 맛이죠.

낚시를 하다 보면 간 떨어진다는 표현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사람의 힘이나 장비로는 도저히 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대상어가 미끼를 물었을 때죠. 팔씨름할 때 손만 잡아도 상대방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대단한 녀석이 미끼를 물면 그 힘이 온몸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내가 사력을 다해 고기와 몇 초에서 몇 분까지 씨름을 합니다. 그럴 때 엄청난 엔도르핀이 솟구쳐요. 물론 사람의 힘으로는 끌어 올릴 수 없으므로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녀석을 또 만나고 싶어서 다시 바다로 가는 겁니다.

다음번에는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더 튼튼한 장비를 가져가나요?
더 두꺼운 채비를 가져간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벵에돔 같은 녀석들은 굉장히 똑똑해요. 채비가 너무 굵어도 물지 않습니다. 굵은 채비를 무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어요. 낚시는 수면 아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해요. 자연의 불확실성이 가진 묘미라고나 할까요. 대단한 녀석이 물면 어느 정도 크기의 어떤 대상어겠다고 짐작은 돼요. 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죠.

▲ ⓒ박범수
▲ ⓒ박범수

일본의 바다낚시와 국내 바다낚시 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자연환경이 매우 달라요. 일본은 구로시오 난류가 흘러 수종이 다양하죠. 어자원이 풍부합니다. 또한, 섬나라는 바다 바닥이 암반 지형이에요. 찌낚시 대상어가 살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회 문화가 발달해 사람들이 물고기와 친밀합니다. 지형적인 영향도 컸죠. 일본은 산지가 85% 정도 이다 보니 해안가를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했어요. 한국은 민물낚시가 먼저 보급된 것과 다르죠. 1980년대 이미 바다낚시가 발달해 있던 일본과 장비 수준의 차이도 현격했고요.

김지민 작가님은 본지에도 낚시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입질의 추억이란 블로그로 이름을 알리셨죠. 블로그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제 블로그에서 낚시 체험기 칼럼이 가장 인기가 많아요.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대리 만족을 느끼시겠죠. 그리고 사진에는 항상 저의 아내가 등장합니다. 가족 지향적인 낚시를 통해 연인, 부부가 함께 낚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성이 낚시하는 모습도 생소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낚시에서 요리로 확장해서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고요. 요리와 생선회 사진을 보다 보면 낚시하고 싶어지잖아요?

아, 정말 낚시 칼럼의 회 사진을 보면 군침이 돌아요. 낚시하지 않거나 해안가에 살지 않으면 잘 접하기 힘든 어종인데요. 벵에돔이나 감성돔은 도대체 어떤 맛인가요?
소고기도 부위별로 맛이 다르죠? 어떻게 다르죠? (웃음) 그것처럼 사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쫄깃쫄깃하고 신선해요. 저는 돌돔을 가장 좋아하고 긴꼬리벵에돔, 벵에돔 순으로 좋아합니다.

가장 좋은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맛이 나쁜 음식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맛과 품질이 좋은 음식을 맛보지 못하면 어떤 게 맛이 있고 없는지 잘 모를 수 있어요. 사실 양식 생선과 자연 생선의 맛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에요. 그 차이라는 게 적으면 적고, 많으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뒷맛과 목 넘김 맛의 여운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생선도 어종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해초 향이 나는 생선도 있고 텁텁하거나 흙 맛이 나기도 하는 생선도 있어요.

낚시는 어쩐지 고독한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데요. 반대로 낚시는 여럿이 함께하는 거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혼자 하는 거지만 팀을 이루는 거예요. 협공이죠.
수도권에서 낚시하러 가는 사람들이 타고 가는 버스를 출조점이라고 하는데 뜻밖에 혼자 오는 분들이 많아요. 갯바위는 최소 2인 1조를 이뤄서 들어가야 하거든요. 지형이 험하거나 너울이 칠 때 옆 사람이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2명씩 짝을 이뤄서 내립니다. 낚시도 더 빠르게 잘할 수 있고요. 감성돔은 바닥의 지형을 타고 다니는데 수심 7m~10m를 다닙니다. 한 사람이 8m를 공략하고, 다른 사람은 10m를 공략하다가 먼저 감성돔이 잡히는 수심을 발견하면 그 지점을 함께 공략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더 즐겁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거죠.

박 대표님은 찌낚시에 너무 빠지면 좋지 않다, 위험하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찌낚시하시는 분 중에 모든 경제 활동을 멈추고 낚시에만 빠져서 지내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낚시가 정말 좋지만, 낚시는 레저일 뿐 생활이 될 순 없습니다. 물론 낚시 가이드나, 낚시점, 선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만요. 제가 말하는 건 일반적으로 낚시를 좋아하는 분인데 가족이나 생계를 모두 뒤로 하고 찌낚시에만 매달리는 분을 얘기하는 건데요. 지금은 낚시가 너무 좋더라도 일 할 땐 일 하고, 노후 대책도 마련해 놓고 취미 생활 삼아서 낚시를 즐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만 낚시를 즐겁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어요. 취미와 삶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서 잘못 되는 경우를 많이 봐서 매우 안타까웠어요. 저와 같이 시작했던 1세대 낚시인 중에 지금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김 작가님은 혼자 하는 낚시가 아닌, 아내와 함께하는 즐기는 낚시를 추구하고 있으시죠. 아내분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이유가 있으세요?
지금은 주 5일제가 돼서 여가를 즐기는 시간이 많아지고 여성들이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는 추세다 보니 낚시를 하는 여성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낚시는 남성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흔히들 낚시꾼이라고 하잖아요? 등산은 등산객이라고 하지 꾼이라는 말을 안 하죠. 일본에서는 이 ‘꾼’이라는 말이 자기 세상에 갇혀서 낚시하는 사람으로 일컬어져요.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자신만의 취미에 몰두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내비치기도 하죠. 이런 경우 가족은 외로워지고, 부인은 과부 아닌 과부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문화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꿔보고 싶었죠. 낚시도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지금의 아내도 낚시에 재미를 붙여서 저와 함께 지금까지 즐기고 있고요. 처음에 아내와 함께 갯바위 낚시를 갔을 때 여자는 제 아내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모두 쳐다보곤 했습니다.

낚시를 함께 시작하면서 두 분의 관계도 변화가 있으셨나요?
연애 초기부터 함께 낚시하기 시작해서 더 좋아진 건 없습니다.(웃음)하지만 만약 취미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자주 싸우고 불화가 생겼을 거란 건 분명합니다. 저희 부부는 주말에도 항상 같이 있다 보니 싸우는 일이 없었어요.

최근에는 어류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계신대요. 낚시인이 생선에 관심을 두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합니다.
저는 낚시도 좋아하고, 물고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낚시를 하다 보면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종과 자주 볼 수 없는 어종을 접하게 됩니다. 자주 볼 수 없는 어종을 접하다 보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지거든요. 그래서 찾아보았는데 아직 잘 정리된 국내 서적이 없고,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일본 학술지를 주로 참고하고, 낚시 경험과 지역별로 맛보았던 생선회의 맛을 곁들여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제 어한기가 풀리면 3월부터는 출조하는 분들이 많아지겠네요. 3월은 어디로 출조 가야 좋을지 추천을 해주세요.
거문도로 가세요. 감성돔과 참돔 낚시를 즐길 수 있어요.
육지에는 봄이 왔지만, 바다에는 계절풍이 불어서 여전히 한겨울일 겁니다. 한겨울과 같이 방한대비를 하셔야 돼요. 안전에도 유의해야 하고요.

잘 잡는 방법,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낚시도 결국은 인간관계예요. 바다는 넓지만 모든 바다에서 물고기가 잡히는 게 아니에요. 잡히는 꼭짓점은 정해져 있어요. 그곳을 잘 아는 사람과 잘 지내놓는 게 중요합니다. 원하는 고급 대상어를 잡는 핵심의 70~80%는 이 포인트 선점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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