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 이하 초소형 가스 스토브 화력 비교
100g 이하 초소형 가스 스토브 화력 비교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3.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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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라면은 네 라면보다 빨리 끓을 것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본격적인 백패킹의 계절이 왔다. 추위 때문에 잠시 주춤했던 가스 스토브 역시 기지개를 펴고 불같은 성질을 뽐낼 때다. 가스 스토브 중에서도 아주 작고 가벼운 녀석들을 골라 화력을 비교해보았다. 비단 백패킹이 아니더라도 초소형 가스 스토브는 ‘서브 스토브’로 하나씩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 봄 백패킹을 떠날 생각이라면, 캠핑에 관심이 있다면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보자.

가스 스토브는 가스를 쏘아 올려 불을 뿜어내는 간단하고도 복잡한 기어다. 많은 원리가 적용되고 그보다 더 많은 고민을 녹여내야 좋은 가스 스토브가 탄생한다. 직접 비교해보기로 했다. 비교 실험의 생명은 기준이다. 가스 스토브를 선정하는 기준은 100g 이하의 초소형 초경량 가스 스토브로 정했다.

가스 스토브의 강자로 알려진 몇 제품은 100g이 넘어 제외했고 스노우피크 기가파워는 점화장치가 달린 오토 모델이 100g을 넘긴 스토브는 점화장치가 없는 모델로 했다. 프리머스 익스프레스는 점화장치가 있는 모델이 100g 이하였다. 브랜드를 유통하는 전개사 사정에 따라 새 제품도 있고 사용한 제품도 있으며 직원의 제품도 있었다. 정식으로 유통되지 않는 모델은 지인의 제품을 활용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조금씩 달랐다는 뜻이다.

발열량과 몇 가지 관전 포인트
미션은 ‘1L의 물을 얼마나 빨리 끓이느냐’다. 물의 양은 날진 물통에 금을 그어 정확하게 쟀다. 끓는 기준은 99℃ 이상으로 했고 물의 온도는 6.1℃였다. 일반적으로 제원표의 물 끓는 시간은 20~24℃의 온도의 물을 95℃까지 데우는 걸 기준으로 한다. 바깥에서 실험을 시작할 때 당시 온도는 6℃였고 1시간 반에 걸친 실험을 마칠 때 온도는 3.4℃였다. 실험 순서는 무작위로 했고 아래 표에 있는 순서가 실험 순서다. 코베아 스토브를 제일 먼저, 프리머스 스토브를 마지막에 했다. 바람은 나뭇잎이 간혹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

코펠은 왕초 코펠을 사용했고 한 번의 실험 후 다음 모델에 사용할 때는 찬물에 충분히 식혀서 했다. 스토브 조절 게이지는 처음부터 최대한으로 열었고, 전자식 온도계가 상온(3.3~6.1℃)에서 99~100℃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5~7초 정도 걸렸다. 온도나 바람, 기압에 따라 실제 물을 끓이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실험한 결과는 오른쪽 페이지의 표와 같았다.

소리는 스마트폰 소음 측정 어플로 쟀다. 80dB이면 지하철 안의 소음 정도다. 82dB과 89dB의 체감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큰 소리가 소음으로 들릴지 강한 화력을 상징하는 배기음으로 다가올지는 사람마다 다르겠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소리가 너무 작으면 취사를 할 때 뜸을 들이기 위해 불을 줄일 때나, 불이 살아 있는지 꺼졌는지 확인할 때 허리를 굽혀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 받침대는 코펠을 올릴 때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스노우피크는 큰 코펠을 올리기엔 좀 불안했고 프리머스는 지지대가 긴 편이어서 좀 나았다.

옵티머스는 곡선 모양이어서 좀더 안정적이었고 소토는 상대적으로 큰 키 때문에 불안해 보였을 뿐 지지력은 든든했다. 가스 캐니스터부터 화구 혹은 코펠 바닥까지의 거리는 화력, 안전성과 관련이 있다. 화력이 세면 달궈진 코펠 바닥에서 나오는 복사열도 그만큼 강하다. 일반적으로 화력이 셀수록 이 유격 거리가 긴 편이다. 바람막이를 코펠 혹은 가스통에 딱 맞게 밀폐하듯 둘러싸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토 SOD-310을 고르겠어”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건 소토의 SOD-310이었다. 헤드 자체도 큰 편에 속했고, 헤드의 화구 수도 가장 많았다. 화구가 안으로 옴폭하게 패여 간혹 일었던 바람의 영향도 적었고 화구부터 코펠 받침까지의 거리도 짧았다. 겉에서 보이진 않지만 마이크로 레귤레이터가 달려 온도가 낮아져도 가스 분출량을 일정하게 맞춘 덕도 본 듯하다.

SOD-310을 선택한 건 강한 화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섬세한 고민들이 보여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불을 켤 때 불꽃 조절 밸브를 한 바퀴 반 돌려야 가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2바퀴 1/4에 걸쳐 밸브를 돌리는 내내 불꽃의 크기가 달라졌다. 받침대를 탈착식으로 만들어 필요에 따라 4발과 3발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았다. 탈착식이라고 덜렁거리지도 3발이라고 불안하지도 않았다. 캐니스터 입구 전체를 막는 오링을 단 것도 믿음직했다.

스노우피크 기가파워와 소토 SOD-310만 캐니스터 가스 출구 전체를 덮었고 나머지 제품들은 캐니스터의 가스 출구 안으로 쏙 들어갔다. 실험을 마치고 장난삼아 ‘물 끓이기 대마왕’ 리액터로 같은 조건에서 실험했다. 5분 가까이 걸렸다. 리액터에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 화력이 매력적이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는 결과다. 그래도 남들 라면 스프 넣을 때, 라면 먹고 나서 커피 마시는 건 꽤 큰 차이다.

※제품 협찬/ 비전코베아(코베아), 호상사(MSR), 스노우피크코리아(스노우피크), 필즈인터내셔널(프리머스), 하이마운트(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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