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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의 오토바이 여행…불안정한 생은 공평하다
시한부 인생의 오토바이 여행…불안정한 생은 공평하다
  • 정진하 기자
  • 승인 2015.03.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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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시네마 톡톡…마이클 맥고완 감독 ‘원위크’

생은 기억 없이 시작되고 도둑처럼 끝난다. 시작과 끝은 언제나 물음표다. 2009년 개봉한 마이클 맥고완 감독의 ‘원위크’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주인공 벤(조슈아 잭슨)의 일주일 오토바이 여정을 담은 영화다. 시한부, 길어야 2년,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등의 뻔한 시작에 등 돌린다면 아마 후회할지도 모른다. 원위크는 ‘부둥켜안고 한바탕 울어보자’식의 영화가 아니다.

▲ ‘원위크’의 벤(조슈아 잭슨). 사진/ 배급사 실버스푼

장성한 자식들을 둔 삼촌이 시골 앞마당에 할리데이비슨을 세워 놓고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을 때 나는 혀를 차며 ‘우리 삼촌은 참 한결같이 철이 안 들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나의 아빠는 바람처럼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거대한 짐승같은 오토바이의 무게를 이기지도 못한 아빠. 결국 삼촌 등에 초라하게 매달렸지만, 꽤나 행복해 보였다. 남자와 오토바이란. 주인공 벤은 낡은 중고 모터사이클로 바람과 풍광과 생생한 생(生)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며 ‘서쪽’으로 여정을 떠난다.

벤의 여자친구 사만다 피어스(리안 바라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작된 그의 여행길은 캐나다의 매니토바주, 서스캐처원주, 앨버타주립 공룡공원, 로키산맥 등으로 이어진다. 카메라는 줄곧 일직선으로 이어진 도로 위를 달리는 벤의 모습을 멀리서 비춘다.

‘무언가를 잇는 세상의 모든 다리는 직선이고, 다리를 건너는 행위는 위험을 건너가는 것’이라던 이영광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주인공 벤도 직선으로 이어진 그 길 위에서 ‘평생의 기억보다 특별했던’ 일주일간의 시간을 품고 어차피 모두에게 공평히 불안정한 생을 이어나갈 것이다.

2009년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된 이 영화는 ‘원스’를 이을 만한 음악영화 기대작으로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주는 영상 안으로 샘 로버츠의 ‘하드로드’, 윈터 슬립의 ‘웨이티 고스트’가 흐른다.

참, 철도 없지만 싫증도 잘 내는 삼촌은 결국 할리데이비슨을 중고로 넘겼는 소식을 전했다. 만약, 삼촌에게 오토바이가 남아있다면 ‘모터사이클 세계일주’라는 책을 전해줬을 텐데. 영화는 네이버에서 1천원에 감상할 수 있다. ☞관련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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