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 캠핑의 밤은 풀벌레소리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와 밤을 비춰주는 랜턴 불빛의 화려함으로 대변된다.
걷기 좋은 강변길과 돛단배여행까지 즐길 수 있는 서울 근교의 캠핑지
걷기 좋은 길이 늘어나면서 최근의 국내 여행도 그저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여행들이 늘고 있다. 이는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낳고 몸으로 체험하며 느끼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캠퍼들이 캠핑을 떠나고 그 속에서 트레킹이나 카약 등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찾고 있다.
▲ 가을이 되면 야영장은 떨어진 나뭇잎으로 인해 황적색 물결에 휩싸인다. |
밤이 깊어질수록 별은 더욱더 환해지는 법이다. 9시가 넘어 은모래야영장에 도착하니 야영장 주변으로 작은 모닥불이 빛을 발한다. 늦은 밤 펙을 설치하는 소리에 주변 캠퍼들이 잠을 깰까 싶어 조심스럽게 야영장 한쪽 편에 펙도 박지 않은 텐트만 세웠다. 모닥불은 캠핑의 꽃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모닥불은 시린 밤을 따듯하게 밝혀주고 어둠의 세상에서 가족이나 사람들 간의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장작은 제 몸을 던져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는 사그라져 간다.
어느 수필가는 낙엽 타는 냄새가 커피 향처럼 좋다고 했지만 일상에 지친 일반인에게는 그저 이 밤을 밝혀주는 존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잠깐의 여유도 없이 매달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마감이란 시간에 쫓겨 살아왔기 때문이리라. 그것은 우리가 시간의 여행자가 아니라 시간의 노예가 된 탓일 것이다.
대보름이 아니라면 하늘을 쳐다보는 일조차 잊어버린 빌딩 숲속의 사람들은 늘 자신의 눈 앞에 시선을 고정할 뿐이다. 사실 고개 한번 들면 끝이건만 그것조차도 잊고 살 때가 대부분이다. 캠프장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갈수록 별은 더욱더 그 청롱함을 자랑하고 둥근 달이 활짝 웃음을 보인다. 늘 우리 주변을 떠도는 달과 별이건만 야영장에서 느끼는 이들의 존재감은 매번 새롭기만 하다.
여강 트레킹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은모래야영장 ▲ 여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은모래야영장에 설치된 벤치.
그것은 새로운 신비감이 아닌 미처 깨닫지 못한 존재에 대한 소중함이다. 야영장 옆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나 푹신푹신한 쿠션감을 느끼게 해주는 잔디나 낙엽에 대해서도 우린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캠핑의 즐거움은 이런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과 내 가족과 내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는 것이다. 밤은 깊어가고 야영장은 고요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다만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라미들과 이름 모를 풀벌레소리만이 가득한 뿐이다.
맑은 하늘에 뜬 구름이 어릴 적 먹었던 솜사탕처럼 손에 잡힐 듯이 가깝기만 하다. 가을의 하늘은 더없이 맑고 청명해 ‘천고마비’란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우유와 감자, 버섯을 재료로 그락탕을 만들어 아침을 해결하고 야영장 주변 유람에 나섰다. 늘 캠핑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주변의 볼거리나 자연조건 등을 이용한 아웃도어들이다.
▲ 야영장 주변으로 나 있는 여강 트레킹로. 본래 여주터미널에서 시작해 도리마을회관까지 이어져 있다. |
결국 강변 산책은 포기하고 여강을 따라 이어진 걷기 좋은 길을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예전 은모래금모래라는 명칭이 붙었던 강변의 모래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예전 여주군청에 있던 건물이라는 영월루를 향해 강변에 난 강뚝 길을 걸었다.
여강 주변에는 현재 세 개의 걷기 좋은 길이 나 있다. 첫 번째 길인 ‘옛나루터길’은 여주터미널에서 시작해 여강의 강변을 따라 은모래야영장을 지나 옛 부라우나루터와 우한리, 혼일리나루터를 거쳐 도리마을회관에 이르는 15.4km의 코스다. ‘옛나루터길’을 따라 영월루를 지나자 한창 강변 공사 중이라 길이 끊기고 말았다. 결국 다시금 야영장으로 돌아와 유원지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 여강길를 걷던 중 발견한 닭의장풀. |
천년고찰 신륵사와 여주박물관 등도 둘러볼 수 있어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 신륵사는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을 보존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선시대 중건되기도 했다. 사찰 내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강변에 자리한 석탑이다. 신륵사 3층 석탑은 인근에 자리한 다층석탑에 비해 미적인 면이나 조형 양식도 떨어지는 문화재다. 또한 곳곳에 상흔이 남아 볼품이 없긴 하지만 여강의 물결을 막고 신륵사의 사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왔다.
▲ 은모래야영장에는 200여 동의 텐트를 칠 수 있다. |
신륵사 관광단지 내에는 여주박물관 외에도 세계생활도자기전시관도 있다. 세계도자기엑스포가 진행됐던 곳이다. 전시관 내에는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실과 도자기 등이 있다고 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썰렁하다. 결국 도자기전시관을 거쳐 신륵사로 가는 길에 자리한 옛 가마터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마터는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딱 좋은 볼거리다. 아이들은 가마터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신기한 듯이 서로 묻고 대답하길 반복한다. 아마도 그것은 그들이 그릇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 야영장 곳곳에 식수대가 놓여 캠핑을 즐기기 편하다. |
여주는 쌀의 곡창지대로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남한강을 타고 올라온 세곡들이 왕복하던 주요 교통로였다. 때문에 조포나루에서 신륵사까지 돛단배가 운행하기도 한다. 여주의 문화들을 둘러볼 수 있는 은모래야영장의 캠핑은 이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다만 강변은 수놓았다는 모래가 사라진 것이 아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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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모래야영장
야영장은 200여 동의 텐트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축구장과 농구장 등의 운동장 시설을 갖추고 있어 단체 캠핑이나 야유회 활동도 가능하다.
여름철 성수기 이외에는 피서객들이 찾지 않는 만큼 한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으며 따로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야영장 내에서는 반드시 음식물을 분리수거해야 하며 낙엽이 많은 관계로 가을철에는 각별히 화재에 주의해야 한다.
야영장 옆으로 나 있는 여강길을 이용해 영월루에서 도리마을까지 트레킹을 즐길 수 있으나 최근 4대강 사업으로 길이 끊긴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