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전쟁 최대의 격전지, 민주주의 연설문이 탄생한 땅
남북 전쟁 최대의 격전지, 민주주의 연설문이 탄생한 땅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5.02.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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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S TRAVEL NOTE |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농장. 그 뒤편 언덕배기에 오르면 조그마한 게티즈버그 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고풍스러운 시골의 조그만 마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뒤로 230년 정도 돌아가 보자. 그러면 그곳에서 끝없는 황무지가 펼쳐진 이곳으로 가족을 이끌고 도착한 제임스 게티즈가 첫 삽 뜨며 땅을 개간하기 시작하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그가 자신의 성을 그대로 따서 이곳 지명을 게티즈로 명명한 지 80여 년이 지난 후, 게티즈버그가 미국이 참전한 국내외 수많은 전쟁 중에서 최대의 혈전이 된 전투지로 기록될 줄은 그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인들 모두가 상상조차 못 했다.

평화롭던 작은 마을이 참담한 내전의 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또 한편으론 기회의 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훗날 게티즈버그로 다시 개명된 이 지역은 이렇게 울다가 웃는, 미국 역사상 어쩌면 가장 소중한 반전의 땅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 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이 된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도 이곳 전투지에서 탄생하였으니 게티즈버그는 마치 민주주의 성역 같아 보인다.

▲ 전쟁충혼탑, 링컨은 승리 후 이곳 전쟁충혼탑 아래에서 연설했다.
▲ 북부군 간호사 복장을 한 사람이 전투 중 부상당한 군인을 치료해 주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올바른 일을 했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 받더라도 절대로 늦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게티즈버그 전투의 영웅 커싱 중위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 명예훈장을 드립니다.” 웨스트포인트 육사 출신의 당시 22살의 젊은 포병장교 커싱 중위는 병력 110명을 데리고 100배가 넘는 남부군 1만 3000명을 상대로 싸웠다.
 
전투 중 수세에 몰리면서 총상을 입었음에도 끝까지 항전하다 전사한 그의 무공담은 그를 전설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150년이란 긴 세월 지났음에도 게티즈버그 영웅을 끝까지 찾아내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후손들에게 3계급 특진과 함께 최고의 훈장 수여한 것이다.

미국이 참전한 전쟁은 1, 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월남 전쟁 등 많은 전쟁이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4년간 이어졌던 남북 전쟁이 무엇보다 깊은 상처를 남겼다. 무려 60만 명 이상의 참전 군인이 전사하면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내전 후반기에 최대 격전지였던 이곳 게티즈버그 전투는 단 3일간의 전투였지만 남부군 북부군 합쳐 무려 15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근대사에 있어 최단 시간 내에 최대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전투로 기록된다.

▲ 북부군을 재현하고 있다.
▲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다.

이런 희생 끝에 게티즈버그에서 후퇴한 남부군은 결국 패자의 길을 걷게 되고 북부군은 이곳에서 승리의 쐐기를 박게 된다. 북부군이 승리하면서 미국은 남북으로 갈라지는 분단 위기를 모면하고 오늘날의 강대국이 되는 동력을 얻었다. 또한, 흑인 노예들도 주인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간으로 첫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세계 명연설로 남아있는 링컨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관한 연설문도 게티즈버그가 낳은 유산이다. 참혹했던 전투지에서 연설한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은 272개의 단어로 이루어졌지만, 누구에게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주 쉽고 선명하게 알려주기에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게 아닐까? 특히나 마지막 그의 연설문 문장은 지금까지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초석이 되고 있으니 언제나 들어도 잔잔한 감동으로 몰려온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이 세상에서 멸망하지 않을 겁니다.’

남북전쟁과 게티즈버그
흑인 노예 해방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링컨 대통령과 흑인 노예의 노동력이 필요하던 미국 남부의 대다수 농장주가 부딪치면서 시작된 남북전쟁. 결국, 남부의 주는 미국연방에서 탈피하여 연합국가를 만들고 제퍼슨 데이비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 후 남부군 총사령관 리 장군은 일방적으로 수도 워싱턴 D.C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수도를 효율적으로 점령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요충지였던 게티즈버그를 손에 넣는 게 중요했다. 리 장군은 게티즈버그로 이어지는 주요 철도와 도로를 파괴해 보급을 차단했지만 모든 전투력을 다 소진해 버렸고, 결과적으로는 북부군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앤드류 김(Andrew Kim)
(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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