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오늘 회식은 어느 암벽장?”
“과장님! 오늘 회식은 어느 암벽장?”
  • 문나래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5.02.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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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 | ‘메드아웃도어’볼더링 대회

암벽 등반 브랜드인 ‘E9’ , ‘EVOLV’ , ‘DMM’ , ‘STERLING ROPE’와 등산 스틱 브랜드 ‘LEKI’를 전개하는 회사인 ‘(주)메드아웃도어’에는 특별한 회식문화가 있다. 등반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인 만큼 회식도 땀 흘리고 운동하며 유쾌하게 이뤄지는 것. 그들의 회식에는 ‘볼더링 게임’이 있다. 게임도 결국 경쟁 아니냐고? 그들은 말한다. 이날만큼은 직급도, 업무도 모두 잊어버릴 것!

▲ 클라이밍 전문 블로거 박희정 씨.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어제의 옆자리 동료, 오늘은 벽 위 경쟁자로!

“정말 재미있어 보이지요? 그런데 말예요, 시작하면 완전 피 튀기거든요!”
오늘로 6회째를 맞은 ‘메드아웃도어 볼더링 대회’는 부천에 위치한 ‘팍스클라이밍센터(Park’s Climbing)’에서 진행했다. 아이더 클라이밍팀 소속 박지환 선수가 운영하는 이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암장으로 세련된 분위기와 다양한 각도, 홀드 구성이 눈에 띄는 암장이다. 뿐만 아니라 12m 높이의 외벽까지 함께 갖추고 있다.

오늘 대회는 메드아웃도어 영업팀과 거래처 대표, 클라이밍 전문 블로거, 월간 아웃도어 편집장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팀은 총 4팀으로 나뉘어져 1,2팀은 각각 4명으로, 여성 산악인 채미선 과장 등 숨은 고수가 소속된 3,4팀은 3명으로 이뤄졌다. “이거 하나 하려고 모두가 한 달 동안 준비한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퇴근하면 다들 벽에 붙으려고 안달이 나있어요.” 4팀의 주원국 과장이 펌핑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풀며 이야기한다.

▲ ‘메드아웃도어 볼더링 대회’가 부천에 위치한 팍스클라이밍센터에서 열렸다.

‘볼더링 게임’이란 로프나 하네스 등의 등반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등반하며 벽에 주어진 문제, 즉 루트를 해결하는 게임을 말한다. 루트는 난이도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는데 오늘처럼 실내 암벽장에서 게임을 진행할 경우, 홀드 마다 컬러 테이프를 부착해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

게임의 룰은 그리 어렵지 않다. 테이프가 두 개 붙은 홀드가 시작점이자 끝점을 의미한다. 첫 홀드를 양손으로 잡고 그 안에 구성된 같은 컬러의 홀드를 따라 등반 후 마지막 끝점을 다시 양손으로 잡으면 된다. 실력이 좋다면 가운데 펼쳐진 홀드들은 무시해도 상관없다. 오늘의 문제는 총 20개로 각 팀별로 누가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승리하면 떡이라도 주냐고? 백화점 상품권이 쏟아진다!

▲ 센터 장내는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새로운 회식문화의 패러다임
과장 좀 보태고 말하자면 이런 회식자리는 돈을 내고라도 참석하고 싶어진다. 벽에 오르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고 긴장된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함께 부대끼니 직원 간 친밀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게임 내내 센터장은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실수를 하니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과장님, 부장님을 이기려는 의지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재밌어요. 영업 업무 특성상 사무실에서는 딱딱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여기서 전부 해소되는 것 같아요. 직원 간에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더 이해하게 되니까 업무 분위기도 더 좋아지죠. 의무적인 자리라도 모두가 즐겁게 참석하고 있답니다(웃음).” 국내 톱 여성 산악인이자 메드아웃도어 영업팀 과장 채미선 씨가 3팀을 선두로 이끌며 이야기한다.

▲ 볼더링 대회는 메드아웃도어 영업팀을 4팀으로 나눠 진행했다.

메드아웃도어의 식구 중 절반은 산악회의 회원이거나 바위를 즐겨 타는 바위꾼으로 이뤄져있다. 등반에 대한 애정과 장비에 숨어있는 그들의 브랜드 철학은 그저 하루 이틀 책상에 앉아 나온 결과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꼭 산에 오르는 사람만 직원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2팀의 이호윤 대리는 입사 뒤부터 클라이밍에 관심을 갖게 됐다.

“원래 클라이밍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하게 됐어요. 처음엔 브랜드 특성 때문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즐기면서 자주 연습하고 있죠. 전신 체지방이 많이 빠지고 밸런스 조절엔 클라이밍만 한 게 없거든요. 상체 운동에도 정말 좋아요.”

▲ 경기가 시작되자 사원들은 불꽃 튀는 승부욕을 보여줬다.

이날 함께한 클라이밍 전문 블로거는 수학강사를 하며 취미로 벽을 오르는 박희정 씨다. 과거 E9의 SNS에서 클라이밍 전문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이벤트를 열었고 그 때 당첨된 인연으로 이번 볼더링 게임에도 참여하게 된 것. 이날 박 씨는 프로 못지않은 등반 실력을 보여주며 참여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날 우승은 결국 3팀의 채미선 과장에게 돌아갔으며 그녀의 팀은 총 60문제 중 57문제를 푼 쾌거를 이뤘다. 상금으로 주어진 상품권을 어디에 사용할 건지 기자가 묻자 그녀는 재치 넘치는 대답을 들려준다. “상품권이요? 돌아가서 남편 맛있는 거나 사줘야죠 뭐(웃음).”

‘메드아웃도어 볼더링 대회’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수도권 내의 다양한 실내 암장을 돌며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은 7회를 맞으며 어디에서 진행될지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 전력을 다해 루트를 풀어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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