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의 파도를 찾아서
서유럽의 파도를 찾아서
  • 글 사진 김동기 기자
  • 승인 2015.02.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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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s best surf spots

세계 서핑 보호 구역, 에리세이라(Ericeira)
포르투갈에는 수도 리스본을 기준으로 남북에 수십 개의 서핑 마을이 줄지어있고 수백 개의 서핑 포인트가 서퍼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 중 세계 서핑 보호 구역으로 선정되기도 한 에리세이라를 빼놓고는 포르투갈 서핑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세계 서핑 보호 구역(World Surfing Reserves, WSR)이란 다양한 국적의 서퍼, 과학자, 환경 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기관이다. 이들은 2009년에 기관을 설립해 전 세계 유명 서핑 포인트와 주변 자연환경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포르투갈의 에리세이라가 이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미국 말리부(Malibu), 호주 맨리(Manly), 페루 완차코(HuanChaco) 등이 서핑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파도를 자랑하는 이곳은 리스본에서 약 40분 거리에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마을은 작지만 서유럽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마을 주변 해안도로를 따라 절벽 밑으로 이어져 있는 서핑 포인트는 경이로울 정도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에리세이라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서핑 포인트.

에리세이라의 서퍼들은 왜 모두 숏보드를 탈까?

에리세이라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거의 모든 서퍼들이 2m 이하의 짧고 뾰족한 모양의 ‘숏보드’를 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에리세이라 지역의 파워풀하고 빠르게 부서지는 파도의 성질 때문이다. 서핑보드를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흔한 방법은 길이에 따라 분류하는 법이다. 약 2.5m 이상(8~9ft)인 긴 보드를 ‘롱보드’라고 부르며 길이가 2m 이하(약 6ft)의 짧은 보드를 ‘숏보드’ 라고 한다. 그리고 롱보드를 타는 서퍼를 롱보더, 숏보드를 타는 서퍼를 숏보더라고 부른다.

롱보드와 숏보드의 이러한 길이 차이는 실제 파도를 탈 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롱보드의 경우 길이가 긴만큼 상대적으로 부력이 높다. 그래서 서핑의 기본 동작인 패들링(Paddling, 보드에 엎드려 앞으로 나가거나 파도를 잡기 위해 팔을 물 밑으로 젓는 동작)이나 파도를 잡고 일어서는 동작에 있어서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서핑을 처음 시작할 때는 롱보드로 배운다.

▲ 파워풀하고 빠르게 부서지는 에리세이라의 파도는 숏보더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이렇게 길이가 긴 롱보드는 파도를 잡고 일어선 후부터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하고 느려진다. 그래서 롱보드는 힘이 약하고 천천히 부서지는 파도에 적합하다. 이런 파도를 멜로우(mellow)한 파도라고 부른다.

반면, 숏보드는 길이가 짧기에 상대적으로 부력이 떨어져 패들링이나 파도를 잡는 것이 어렵지만 파도를 잡고 일어선 후부터는 움직임이 재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숏보드는 힘이 쌔고 빠르게 부서지는 에리세이라와 같은 지역의 파도에 유리한 것이다. 이러한 롱보드, 숏보드 분류가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보드의 모양에 따라 예외는 있다.

▲ 세계 서핑 보호 구역인 에리세이라에는 수많은 서프 샵이 있다.

매년 WSL 대회가 열리는 페니쉬(Peniche) 마을

에리세이라에서 차로 약 50분간 북쪽으로 올라가면 페니쉬(Peniche)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에리세이라 마을과는 다르게 별로 볼품이 없고 주변 경관도 그저 그런듯하다. 하지만 마을 외곽에 있는 수퍼튜보(Supertubos) 서핑 포인트의 빠르게 부서지는 배럴(Barrel) 파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배럴 파도는 파도의 안쪽에 터널처럼 동그란 공간이 생기는 형태의 파도를 말하는데 이 파도 덕분에 매년 10월에 이곳에서 WSL(World Surf League) 대회가 열리고 세계 각국의 탑 레벨 서퍼들이 모여 경쟁을 벌인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서핑도 전 세계 프로 서퍼들이 모여 그 해의 챔피언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한다. 이것이 바로 WSL 챔피언십 투어다. 이 투어에서는 포르투갈 서퍼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최근 티아고(Tiago Pires) 서퍼가 상당히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 파도 안쪽에 동그란 터널이 생기는 배럴 파도. 이 파도 덕에 패니쉬 마을에서 WSL 대회가 열린다.

▲ 롱보드를 타고 있는 서퍼. 롱보드는 처음 서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좋다.

비록 챔피언이 된 적도 없고 Top10 안에 들어본 적도 없지만 지난 수십 년간 미국, 호주인들만 가득했던 WSL 투어였기에 포르투갈 서퍼의 진출은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티아고에 대한 포르투갈 인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마치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페니쉬 마을 근처에는 수퍼튜보와 같이 상급자가 타는 서핑 포인트뿐만 아니라 초보자가 즐기기에 좋은 서핑 포인트도 여럿 있다. 특히 프라이아 노르테(Praia Norte)는 바닥이 모래이고 주변 다른 서핑 포인트에 비해 파도가 부드럽게 들어와 초보자가 배우기에 적합하다. 파도가 좋은 날은 하루 종일 서핑 캠프의 강습생들로 붐비지만 해변이 넓어 서퍼 간 충돌의 위험은 적다.

▲ 수퍼튜보 서핑 포인트의 배럴 파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WSL 챔피언십 투어에서 챔피언을 뽑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년간 2월부터 12월에 걸쳐 매 달 세계 각지의 유명 서핑 포인트에서 서핑 대회를 개최한다. 10~11개의 대회를 치른 후에 모든 대회가 끝나는 시점인 12월 말에 선수 별로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그 해의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한 해에 걸쳐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수차례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실력뿐 아니라 경력, 운, 꾸준함, 전략 등이 필요하다. 켈리 슬레이터(Kelly Slater) 서퍼는 2015년까지 총 11번의 챔피언을 차지했으며 42세의 나이에도 2014년 투어의 4위에 등극한 서핑 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포르투갈 서핑 및 여행 TIP
1. 초보자라면 혼자서 서핑을 하는 것보다는 페니쉬 마을이나 에리세이라 마을의 서핑 캠프를 통해서 서핑을 배우는 것을 권한다. 겨울에는 파도가 너무 크고 날씨도 험하기 때문에 여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2. 중급자라면 겨울에 에리세이라 마을을 꼭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다만 마을과 서핑 포인트의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차량이 필수다. 차량 렌트는 수도 리스본에서 쉽게 할 수 있다.
3. 포르투갈은 일 년 내내 수온이 낮아 체온 보존을 위해 언제나 웻수트를 착용해야 한다. 4mm 웻수트면 충분하며 부츠나 장갑은 필요 없다. 웻수트를 한 번도 안 입어봤다면 처음엔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하루 이틀이면 적응할 수 있다. 본인의 웻수트가 없다면 서핑 캠프나 서핑 스쿨을 통해서 렌트할 수 있으며 마을 내 서핑샵에서 쉽게 구매할 수도 있다. 4mm 웻수트 가격은 150~300유로 수준.
4. 좀도둑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본인의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차량 안에 귀중품은 절대로 두지 않도록 하고 키는 반드시 안전한 곳에 보관하도록 한다. 절대 차량 키를 차량 주변에 숨겨놓지 말 것.

김동기
서핑 커뮤니티 예스아이서프닷컴(YESISURF.com) 운영자다. 전 세계의 서핑 포인트를 찾아 여행하며 사진,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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